애도별곡
-청주를 지나며 2
남상학
더위 먹은 듯
내 승용차는 카랑카랑한 소리로
그대 심장을 가로질러
아스팔트 길을 달린다.
눈물로 얼룩진
젊은 날의 육필(肉筆)처럼
덜컹 잘린 손가락
부서진 두개골
거리에 나뒹구는 살점, 흥건한 피
몇 구비 고개 넘어
이곳까지 와서
척박한 땅에 꽃씨를 뿌린 세월인데
누가 시샘하여
그 꿈 산산조각 앗아갔는가?
미치도록 좋아
생명과 바꾼 아름다운 선율이
스. 타. 카. 토로 분절되어
끊어지는 길
그 길 위에
부서진 잔해들이 모여
오, 다시 일어서는 네가 보인다.
원고지에 춤추던 그대 영혼처럼
바람에 흩날리며 이리저리 나부끼는
곡조 없는 춤사위가 보인다.
춤사위는 바람을 타고
너울너울 타오르는 불꽃이 되고
길가에 접시꽃으로 피어
느릿느릿 달려오는구나!
그 영혼 가슴에 보듬어 안고
그대 영원한 안식을 위해
바람결에 띄우며 눈물로 부르는
애도별곡(哀悼別曲)
청주를 지나며
더위 먹은 듯
오늘 내 승용차는 힘겹다.
※청주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쓴 추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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