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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자작시(自作詩)

(시) 대홍수 / 남상학

by 혜강(惠江) 2020. 1. 13.

 

<출처 : 다음카페 블루스카이>

 

 

대홍수

 - 한강변에서

 
남상학

 


   아니에요, 결코 피하려 하지 마세요. 저 성난 물줄기를. 비에 젖은 빈 배처럼 처연해야 합니다. 번지르르 탐욕으로 기름진 살들이 각진 스티로폼 조각으로 해체되어 둥둥 떠내려가야 합니다. 오만의 바벨탑이 천둥 번개에 무너지고 자연을 더럽힌 오욕의 쓰레기들이 철저히 청산되어야 합니다.

  뜨거운 핏덩이가 목구멍에서 솟아오르듯 왈칵 쏟아내는 황톳빛 울분, 여기저기 합수(合水)하여 무섭게 내닫는 저 도도한 저항의 물길을 누가 감히 거스르겠습니까? 제아무리 기세등등한 정복자도 넋을 잃고 망연히 서 있을 수밖에 없겠지요. 사정없이 퍼붓는 장대비는 더는 한 걸음도 내디디지 못하는 진창길 위에서 질펀하게 벌이는 우리 세대의 최대 씻김굿 한 판이 아니겠습니까?

  이제 살아남은 자는 마지막 생명을 지탱해 줄 강둑을 부둥켜안고 뉘우침의 눈물을 쏟아내야 합니다. 굵은 빗줄기 같은 참회의 눈물로 더럽혀진 몸과 대지를 씻어내야 합니다. 무너지고 깨어지고 허물어진 그 폐허 진창길에서 쉽게 일어설 수 없어야 합니다. 그리고 귀가 아프도록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피멍 든 산에서 새들과 돌들이 아우성치는 소리와 공장의 굴뚝 꼭대기에서 찬란한 햇빛이 산산조각 부서져 흩어지는 저 통곡 소리를

  그제야 조금은 깨달을 수 있을까요? 하늘 한 자락 부여잡고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 햇빛 반짝이는 깊은 산 속 작은 옹달샘을 찾아가는 산토끼의 신비스런 동화(童話)가 깃든 거기, 우리들의 삶이 언제나 순수하고 정결해야 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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