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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자작시(自作詩)

(시) 이작도 / 남상학

by 혜강(惠江) 2020. 1. 13.

 

 

(시)

 

이작도

 

남상학

 

 

인천에서 뱃길로 한 시간

푸른 물살 출렁이며

그리움의 밀어(密語)가 영그는

호젓한 섬

 

당산(堂山을 넘어온

상긋한 바람이 마을로 내려와

깔끔한 옷매무새로 단장을 하고

돌담 따라 살구꽃 감꽃 철 따라 벙글면

굴껍질 하얗게 드러나는 갯바위엔

할머니 망태기 가득

흥겨운 콧노래가 담긴다.

 

작은풀안, 큰풀안, 목장불 돌아

멀리 떼넘어 모랫벌까지

왁자지껄 푸르게 출렁이는 웃음소리

고운 모래톱에 앉아 시시덕거리다가

출렁다리 지나 부아산 정상에 오르면

수줍게 나타났다 몸을 숨기는

아, 여기는 풀등

발아래 소이작도, 승봉도, 사승봉도, 자월도

아스라이 덕적도, 문갑도, 굴업도, 아차도, 율도 …

꿈꾸듯 시야에 아른거리고

 

다시 장승 우뚝 선 마을 지나

한때 조국의 어두운 소식 들려올 때

봉화(烽火) 피워올리던 송이산 옛터엔

돌무더기 사이 산국 한 무더기 피어

나긋나긋 시간을 즐긴다.

 

때로 태풍이 불어

집채 같은 파도 몰려온다 해도

더욱 억센 생명력으로 살아나는

해국, 쑥부쟁이같이

우쭐거리지도, 눈부시지도 않게

무장무장

푸르게 일어서리라.

 

 

 

 

 

필자는 이작분교 교사로 근무한 부친(남성희 선생님)을 따라 이작도에서 6.25 한국전쟁이 일어날 때까지 유년 시절(10)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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