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카페 changsunsaram>
가을 여행
미련 없이
땅에 떨어져 구르는 낙엽처럼
살랑거리는 바람에
곱게 빗질하는 갈대처럼
단아한 모습으로
먼 길을 혼자 떠날 수 있다는 건
보석보다 더 빛나는 축복이다.
욕망의 옷자락은
푸른 하늘에 걸어 놓고
때 묻은 시름은 뜨락에 놓아두고
싱그런 바람 앞세워
빈손으로 떠나는 가을 여행
침묵의 깊은 산 속이라도 좋다
미지의 바다 끝이라도 좋다
순백(純白)의 치아를 닦듯
정갈한 이미지로 마음속 언어를
곱게 씻을 수만 있다면
태고(太古)의 속삭임, 영원의 소리를
찾아낼 수 있다면
세찬 비바람, 일렁이는 파도가
입 벌리고 달려들지라도
가을엔 낙엽과 함께 빈 마음으로
먼 길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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