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관련/- 자작시(自作詩)

(시) 잎이 떠난 자리 / 남상학

by 혜강(惠江) 2020. 1. 10.

 

<출처 : 블로그 sesangsali>

 

 

잎이 떠난 자리 

 

남상학

 

 


잎이 떠난 자리
늦가을 노을이 내린다.
그림자처럼 소리 없이 와 머무는
아늑한 침잠(沈潛)


한여름의 흥분이 연기로 사라지고
분명하게
더욱 분명하게
생명의 근원으로 다가서면서
점점 눈이 뜨이고
영혼이 맑아 온다.


어떤 언어로도 꾸밀 수 없는
영혼의 노래가

끝없는 깊이, 그 심연에서 솟아오르고
깨어남에 의해 피어나는
천년의 고요,

그 무변 광대한 침묵 속에
살아 있음의 진수를
비로소 만끽한다.


늦가을 노을이 내려 앉은  
잎이 떠난 자리
재스민보다 감미로운
향기가 남는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