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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자작시(自作詩)

(시) 겨울비 / 남상학

by 혜강(惠江) 2020. 1. 10.

 

 

 

겨울비

 

 남상학

 

 

까마귀 표연히 울고 떠난
쓸쓸한 벌판 위로
겨울비가 소리 없이 내린다.

엉겅퀴 어우러진 자갈밭에
선명하게 드러나는 상처들
대지는 벌거숭이다.
앙상한 숲 사이로
붉은 핏자국이 어룽거린다.


사나운 발톱에 할퀸 채로
생살이 찢겨
말없이 엎드린 바위처럼
흐느끼는 빗줄기에 등걸이 돌아눕고
물안개 자욱한 땅을 미행하듯
겨울비가 내린다.

얼마나 많은

눈물을 참고 살아야 하나
지척거리며 흐르는 겨울 강가에서
내가 두려워 떠는 것은
뼈를 저리게 하는 삭풍(朔風)이다
쩌렁쩌렁 울리는 얼음장이다

부르면 목이 감기는

어지러운 세상
, 등걸처럼 엎디어 사는 목숨인데
안으로 뜨겁게 달구는
마지막 구원의 절규 같은
소리 없는 침묵이여

언 강이 풀리고
따스한 바람 부는 날에는
깊은 상처들이 아물고
흐르는 강물 위로
슬픔의 기억을 띄워 보낼 수 있을까
거친 자갈밭에도 다시
푸른 잎이 피어날 수 있을까


말없이 누운 바위처럼
소생을 꿈꾸는 마른 등걸 위로
소리 없이 겨울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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