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당신은
남상학
내가 바다 한가운데
외딴 섬의 노을에 취한
철부지 아이였을 때
당신은 수평선 넘어
출렁이는 파도를 거느리고
한 척의 하얀 돛단배로 오셨지요.
푸른 문을 열고
시원(始原)을 알 수 없는 곳에서
느닷없이 찾아온 이방인
내가 그리움에 겨워
목 늘인 바닷새로
저무는 노을 속을 날고 있을 때
크고 작은 섬들을 거느리고
온몸으로 하프를 켜며
내게 시편을 나직이 읽어주셨지요.
그날로부터 당신은
내 속에 깊숙이 들어와
바다를 베고 누워 잠들 때까지
자장가를 불러주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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