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관련/- 자작시(自作詩)

(시) 그때 당신은 / 남상학

by 혜강(惠江) 2020. 1. 11.

 

 

 

그때 당신은

 

남상학

 

 

내가 바다 한가운데
외딴 섬의 노을에 취한
철부지 아이였을 때

당신은 수평선 넘어
출렁이는 파도를 거느리고
한 척의 하얀 돛단배로 오셨지요.

푸른 문을 열고
시원(始原)을 알 수 없는 곳에서
느닷없이 찾아온 이방인

내가 그리움에 겨워
목 늘인 바닷새로
저무는 노을 속을 날고 있을 때

크고 작은 섬들을 거느리고
온몸으로 하프를 켜며
내게 시편을 나직이 읽어주셨지요.

그날로부터 당신은

내 속에 깊숙이 들어와

바다를 베고 누워 잠들 때까지

자장가를 불러주셨지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