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어둠이 내게로 와서
헐벗은 몸을 감싸더니
기어이 마른 살과 뼛속을 파고들어
혈관을 녹슬게 한다.
가장 날카로운 칼로
깎고 또 깎아
이제는 날 선 무기가 되어
마지막 양심을 시험한다.
작은 불빛 하나 없이
혼자 가는 들길엔 검은 그림자뿐
내 영혼의 씀바귀
메마른 잎에 바람이 스친다.
눈을 뜨고 있어도
마비된 몸은
일어서지도 한 발짝 나아가지도 못하는
엉겅퀴 거친 땅에 떨어진
운석(隕石) 한 조각
몇천 소절의 떨리는 노래로도
몇만 마디의 울음 섞인 기도로도
열리잖는 하늘
내 영혼은 천 길 낭떠러지 끝에
한 그루 나무로 서 있거니
채찍처럼 아픈 울음을 남기며
빈 가지에 새 한 마리 날아와
묵은 어둠을 털고
새벽잠을 깨우는
그날은 언제일까?
진실은 가쁜 숨결 속에서
싹이 트는 것
불씨는 수북한 잿더미 속에서
살아나는 것
무릎 꿇은
불빛 없는 어둠의 방
기진한 겨울밤이 깊어갈 때
핏빛 동백(冬栢)은 피어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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