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산에 올라
글 남상학
얇은 구름 한 자락 깔고
서해 관문을 막아선 강화도는 건강하다.
아득한 태고의 잠에서 깨어나
바람의 세월을 당신 그리며 우뚝 선 산정에
돌무더기 쌓으며 살아왔거니
눈 감으면 하얀 옷자락 눈에 어리고
역사가 숨 쉬는 골짜기마다
신명 나는 북소리가 요란하다.
파도가 높던 시절
피 멍든 상처들을 어루만지며
들꽃처럼 무성하게 피는 사랑 이야기
돌 틈에 핀 한 무더기 산나리꽃이
바람 속에 반긴다.
멀리 가까이 가물거리는 섬 둘레
자욱한 해무(海霧) 걷으며 바다는 출렁이고
지천으로 쏟아지는 햇살 아래
새롭게 깨어나는 산은 정기 더욱 푸르다.
햇빛으로 가득 메운 하늘과 땅 사이
우뚝 솟은 산, 그 정상에 올라
지척에 계실 듯한 당신을 위하여
제단을 고쳐 쌓고 무릎 꿇는 날
누가 이 언덕을
짓밟힌 땅이라 탓하랴?
이 골짝 저 골짝 잠든 영혼들이 손뼉 치며 일어서고
철없는 멧새들도 창공으로 솟아오르리
강화도의 영산(靈山)
아아(峨峨)한 멧부리의 서린 기맥
마니산은 갈망의 몸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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