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너도너도 수호천사 블로그>
무너진 강가에서
남상학
홍수가 휩쓸고 간 강가는 슬프다.
흐르는 물결 따라 일렁이며
헤살 짓는 바람결에 들꽃으로 피던
풋풋한 사랑은 어디 갔는가?
목이 부러진 나무들은 표정 없이 서서
간밤 머리를 쥐어뜯던 악몽을 지우지 못하고
무수히 할퀸 가슴을 사방에 드러낸 채
흐트러진 머리와 옷매무새를 고치려 하지 않는다.
젊은 아내는 고개를 숙인 채
라일락 향기 같은 코피를 쏟으며 흐느끼고
황토색 물굽이에 겁먹은 소녀는 정신병원으로 가고
길게 늘어뜨린 하얀 목덜미 위로
슬픔의 강물이 죽음의 제방을 기웃거리며 핥고 있다.
애틋한 꿈과 사랑이 물거품 되어 씻겨 간
무너진 강가에서 넋을 잃은 어버이들이여!
오랜만에 겪는 천재라고만 말하지 말라
치마끈, 허리띠 풀린 세월 속에서
오랜 날이 지나서야 쓸쓸히 필 들꽃을 위하여
새로 강둑을 쌓아야 하는 것을
홍수가 휩쓸고 간 슬픈 강가의 나무여
나무여, 너는 알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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