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
남상학
서로 모여 사는 대숲의 나무들은
잠 못 이루는 늦은 시간에도
손을 비비며 다만 서성거릴 뿐
결코 눕지 않는다.
아무도 잠 깨어 슬퍼하지 않는 밤
톱날 같은 바람이 우르르
여기저기 몰려다닐 때
숨소리를 죽이며 떨다가도
잠든 뿌리를 깨우며 일제히 일어서서
제 살을 깎아 창(槍)을 세운다.
지켜야 할 소중한 것들을 위하여
시린 달빛에 번쩍이는 생명(生命)의 절규
큰바람 일어 잡목들이 눕고
가까운 이들 울며 떠나는 날에도
푸른 하늘 밝은 햇살 사람이 그리운
나무들은 등(燈) 내달아 길 밝히고
끝을 모르는 먼 길을 떠난다.
가파른 언덕을 땀 흘리며 오르는
나의 사람아, 그래도 하늘을 보자
설레는 별들 물 어린 눈을 뜨면
대숲의 나무들은 새벽안개를 걷어내고
기적을 기다리는 빛나는 눈동자로
영롱한 아침 무지개를 세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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