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real story>
젊은 당신에게
남상학
앙상한 나뭇가지 끝에
구멍 난 잎새 하나 흔들리는 저녁
낡은 벤치에 축 늘어진 어깨를 걸치고
너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
가판대 벼룩시장을 뒤적이며
신입사원 모집 안내에 눈알을 굴리다가
헤어진 사랑처럼 손바닥을 비비는
쉽게 늙어버린 계절의 끝
오히려 입영통지서를 받고서야
신바람 난 듯
어두컴컴한 카페에서
자축 파티를 연 엊저녁
몽롱한 취기에 젖어
입시도 취업도 진정한 사랑도
재수 삼수를 해야만 빛나는 것이라고
자못 핏대를 올리는 젊은 당신에게
어둠이 내리는 이 밤
차라리 지상의 모든 것을
감싸고 잠재우는 안식의 눈발을 주마
어깨에 묻은 찬 서리나
툭툭 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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