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은 따뜻했네
남상학
그 겨울은 따뜻했네!
눈 내린 언덕배기만 보면
온몸으로 닦아 만드신 눈부신 빙판
썰매 끌고 오시는 산타 할아버지의
기침 소리 같은 바람을 등 뒤로 날리면서
햇빛 혼자 놀고 있는 한적한 골목길을
신명 난 애들로 가득 메우는 낭만의 썰매 타기
어린이대공원도 서울랜드도 없던 시절
언 손끝을 입김으로 녹이며
맨살로 타고 내리는 날은
눈발 흩뿌리는 은빛 사랑이었네.
이제 오랜만에 돌아와 다시 선 벌판
누군들 알았으랴 내 집터 골목길에
추억을 깔고 누운 거대한 빌딩 사이
자동차의 행렬이 줄지어 달려 나가는
눈 녹은 땅 위엔 마른버짐뿐이로구나
추운 바람 속에 우두커니 서서
희미한 옛 친구의 안부를 물어보지만
알 수 없는 신호들이
어지럽게 눈발로 쏟아지고
꿈을 잃은 축 처진 어깨 위에
그 무한 천공(天空)에서 내리는 위안도
한 줄기 가벼운 흔적으로 남았다가
이내 스러지는 짧음
찰나의 섬광(閃光)일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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