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뻐꾸기
남상학
낮게 엎드린
새벽 산을 깨우며
오늘도 뻐꾸기가 운다.
새벽. 안개 속
부옇게 묻어나는 그리움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서로 화답하며
피를 토하듯 슬피 운다.
그리운 산하(山河)
그 품에 애틋한 젊음을 묻어두고
강물처럼 흘러간 사랑
그리워 정처 없이 헤맨
유월의 넋들
아름다운 죽음
긴 밤 숲속에 알을 까는
새가 되어
어둠 밝히는 별이 되어
마침내 소리하는 넋이 되어서
밤꽃 피는 유월이면
숨 막히는 골짜기를 헤매다
적막한 산허리
외딴 마을에 와서 운다.
구순(九旬)을 넘긴 노모의
응어리진 가슴 위에 잿빛 납덩이
진혼의 나팔처럼
한숨 한 자락 치마폭에 질펀히
쏟아 놓고
밤꽃 피는 숲속에서
유월의 뻐꾸기가
하늘을 쪼개며 구슬피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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