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1
- 내 유년의 기억
남상학
1
무릇 둥굴레 고아 먹고
어지러워 멀미하는 세월이었네.
돌쩌귀에 살점이 쩍쩍 달라붙는 겨울
진물 흐르는 부어터진 손마디로
꺼져 가는 화톳불 불씨를 뒤적거리다
한기에 지친 몸 깊은 잠에 빠져들었지.
2
언 땅에 팽이를 돌리던 친구야
토시 끝에 매어 달린 가난의 흔적
양잿물 잘못 먹고 뒤집힌 너의 눈동자
그 악몽의 기억에 놀라 잠을 깨면
눈가에는 땟국 같은 눈물이 흐르고
하얗게 바랜 얼굴을 하고
핏방울 엉킨 젖은기침 소리를 목젖에 삼키곤 했지.
3
허기져 쓰린 배 움켜잡으며
꽁꽁 언 땅, 비탈진 언덕배기 채소밭을
오르내린 지 몇 번인가?
호미 끝에 걸리는 생존의 무게
손가락 크기의 고구마나 배추 꼬리 주우며
칼로 베어내는 아픈 살점을 우적우적 씹고 있었지.
4
누이 따라 굴 따러 나선
앳된 열한 살
얼어붙은 무인도에 노을이 잠기면
뼈마디 관절 뚝뚝 분지르는
매서운 바람 불고, 파도가 일고
뱃멀미로 토악질한 바위에 닥지닥지
굴 껍데기가 하얀 이를 드러내고 히히 웃고 있었지.
5
어느덧 봄이 와서
물때 맞춰 바다로 나가
갯벌 덮인 모래밭을 뒤적이고
비단 무늬 바지락 깨 내는 대낮
바다 건너 한 척의 배가 당도하면
빈 망태기 가득 그리움을 담으며
썰물 뒤엔 반드시 밀물이 오는 것을 알았네
그것이 내일에의 희망이라는 것을
미래에 대한 꿈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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