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아내를 위한 소묘(素描)
남상학
초가 지붕에 박꽃 피는
가난한 집
처마 끝에 둥지 튼 햇살로
두 아이의 눈을 틔우고
어둠이 묻어 있는 방안에
예지의 불을 밝힌다.
하고많은 날
바람 찬 세월의 고비고비
안으로 다스리는 아픔과 수고
잔잔한 주름살이 늘어가도
광주리에 가득 담은
상큼한 햇과일로
양지쪽 결 고운 항아리에
진한 포도주를 빚었구나
고운 빛깔과 향기로
함께 걷는 길
어느 때고 부르면 이내 달려와
방울 소리 앞세우고
내 곁에 서는 여자
'나는 언제나 당신을 위한 종이에요'
묻기도 전에 대답하는 여자
그대는 영원한
나의 리베*
무상으로 나누는 웃음소리에
우리의 정원엔
사시사철 목련이 핀다.
(주) 리베(liebe) : 아내의 이름 석 자를 가리키는 음성 및 의미부호.
lie(이)+be('종'을 가키는 ‘bell’의 약자) → liebe(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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