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워시엔조이>
(시)
아내의 빨래
남상학
아내의 빨래 솜씨는
늘 익숙하다.
아이들이 바깥에서 놀다 돌아오면
어둠을 묻혀 왔을까 조바심하는 눈치
어쩌다 밤늦게라도 내가 돌아오는 날에는
한숨을 숨겨왔을까 안절부절못하면서
우리 집 식구의 옷은 유난히도
더러움을 잘 타는 물빛이어서 그렇다고
혼자 중얼거리며 밤늦도록 빨래를 한다
세상에서 묻혀 온 어둠과 한숨은
재빠른 아내의 손끝에서
곧바로 시커먼 땟국으로 빠지고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기름과 얼룩들은 밤새도록
뜨겁게 흐르는 눈물에 삶아낸다
작은 몸집에 어디서
그리 큰 힘이 나오는지
아내의 부지런한 손끝에서
하얗게 표백되는
우리들의 하루
아내의 빨래는 하루도 거르는 날 없이
어제나 오늘이나 조금도 서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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