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가을 빈자리
남상학
갈대숲이 머리 풀고 흐느낀다
바람 부는 황량한 들길
뭉게구름 피어오르던 여름
그 날의 향연은 끝나고
가을이 빈 수레를 끌고 온다
텅 빈 자리
모두가 낯설고 두렵다
이웃들은 모두 떠나고
또 친구들은 어디 갔는가
벌판에는 홀로 허수아비만이 지키고 있다
허공을 가르는 한 떼의 기러기
아득히 사라지는 세월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뜨락에서
이마에 주름진 나이만큼
홀로 깊은 고독에 잠긴다
쓸쓸히 참새 떼 흩어져 날아간
아스라한 언덕 위
오늘따라 십자가 없는 교회당은
왜 이리 초라하고 쓸쓸한가
먼 나라로 떠난 종소리
쉴 곳 없어 떠도는 영혼을 찾아
다소곳이 기도의 손을 모은다
가을 텅 빈자리
채워야 할 양식을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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