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늦가을 오후
남상학
양수리 강을 끼고 돌아
용문산 가는 길가의 은행나무는
마른 손을 비비며 서성거린다
이제 막 어디론가 떠날 준비를 하는
봉두난발 한 한 무더기 코스모스를
짓궂은 바람이 맨 가슴 밟고 지나간다
목화송이처럼 부풀어 오르던 꿈이
뭉게구름을 타고 흘러 넘는 산허리
어느새 짙은 가을색으로 물들었다
모두 황급히 돌아가는 계절 앞에서
시인 정지용의 향수를 흥얼거리며
나는 왜 이리 목이 메는지
그걸 알아차린 듯 기적소리 토해내며
힘겨운 중앙선 화물 열차가
빈 들판을 가로질러 몸을 숨긴다
이 휘청거리는 늦가을 오후
하얗게 머리 푼 갈대숲으로
우수수 몸을 숨기는 낙하의 몸짓
이제 한 무더기의 바람이
텅 빈 가슴을 휩쓸고 떠나면
나는 미완성의 아쉬움 안고
또 얼마나 기나긴 기도를 올려야 할까
세월의 생채기 울창한
낯선 마을 용문산 입구의 노점에서
동네 아낙들이 광주리에 주워 모은
가을의 부스러기를 손에 들고
해 저문 들녘을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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