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추억 · 2
- 젖은 안개꽃
남상학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수동리
장대비 사정없이 두드리던 날
물안골을 휩쓴 흙탕물이
입석 수련장을 끼고 휘돌아 나갔다
기도하는 사람들이 각처에서 모여
무릎 꿇고 앉은 자리
밤이 깊어가며 마음은 비워지고
뜬눈으로 밤을 밝힐 때
어둠을 한 꺼풀씩 벗기며
먼동 트는 새벽
아침 안개를 거느리고
한 다발 물기 젖은 안개꽃으로
아아, 기적처럼 너는 왔다
한여름의 반란
먼 산이 허물어지는 소리
산사태 혹은 개벽
과거 일체의 어두운 기억들을 씻어 버리는
이 엄청난 소용돌이
초록의 숲은 더욱 푸르고
도도히 흐르는 강물은 더욱 빨라지고
하늘 문이 열리는 소리
그것이 평생 끊지 못할
사랑일 줄이야!
뜨겁게 흐르는 은혜의 강 건너
초록 숲에 맑은 빗방울 소리 없이 듣는
은총에의 감사를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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