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촛불 앞에 앉아
남상학
창가에 비가 내린다
빗방울은 방울끼리 저마다 눈을 씻고
죄를 뉘우치는 참담함으로 설레임으로
비에 젖는 밤.
불면 꺼질 듯 어지럽게
피워 올리는 가녀린 촛불은
어둠 속에 춤추다 시나브로 사위고
졸음처럼 긴 눈썹에
서러움이 묻어온다.
우주의 끝
어느 모서리에 빛나던 별이
질척거리는 어둠 속으로 제 몸을 감추고
대지가 삽시간에 침몰할 때
뼛속으로 축축이 젖어 드는 슬픔
싸늘한 벽을 맴돌다 돌아오는
나의 노래
따스한 온기 그리워
마지막 영혼의 불꽃을 밝히고
흔들리는 촛불 앞에 앉아
무릎 꿇는 애곡(哀哭)의 밤이 가면
어느 날 내 알몸이 다 타버려서
아픔도 슬픔도 사라질까
언젠가 당신이 찾아와 앉을
그 자리에 깔깔한 입맛처럼
새벽이 밝아올 때
붉은 살점 같은 장미 몇 송이 들고
눈 부신 햇살로 그대는 걸어올까
비 내리는 창가에
눈물방울로 떨어지는
지금은 안개나 가랑비 같은
나의 사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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