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상실의 아픔
남상학
모진 꽃샘추위 속에
두꺼운 얼음장이 녹아 꺼져내라는
소리를 듣는다
세찬 폭풍우에 나무들이 꺾이고
밤새워 내린 빗물에 강물이 넘쳐
온갖 것들을 쓸어가고
내 명상의 감나무 그늘엔
선명한 핏자국 아픈 상처뿐이다
어떤 유혹과 허욕일지라도
견디어 내겠다는
신념도 오기도 꺾이고
강변을 휘감는 모진 바람에
새들은 둥지를 잃고
억새 줄기만이 앙상하다
힘찬 기세로 달려오는 홍수
흙탕물의 범람 속에
마지막 보루마저 함락되는 슬픔
그 혼돈의 안개 속에서
이제 우리가 목숨 걸고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초췌한 모습이 부끄럽고
나 이대로 살아 있음이 죄스러워
겨울 벌판의 허수아비처럼
두 손 들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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