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바위산
남상학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대면할 수 있는
바위산이었으면 좋겠네
종가집 맏형처럼
위엄 있는 자세로 앉아
식솔들을 어루만지는
넓고 큰 가슴이면 좋겠네
잦은 비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눈사태 몰아쳐도 눈 멀지 않고
마을 건너오는 들바람소리
그 생명의 소리를 들을 수만 있다면
자연 속에 귀를 세워
영원의 끝에 닿아 있는
영겁의 소리, 그 쩡쩡한 소리를
명징한 귀에 들을 수만 있다면
미움과 싸움의 나날
세상과 결별하고,
빛 바랜 한 조각 꿈일랑
산허리를 둘러친 구름에 흘러보내고
삼백 예순 날
태고 속에 앉아 내면을 다스리는
때묻지 않은, 순수 그대로의
바위산이었으면 좋겠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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