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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여행기 및 정보/- 서해

아차도, 작지만 무인가게․무인카페가 있는 아름다운 섬

by 혜강(惠江) 2019. 9. 5.

아차도

작지만 무인가게·무인카페가 있는 아름다운

 

 

글․사진 남상학

 

 

▲주문도와 볼음도 사이의 작은 섬 아차도

 

 주문도, 볼음도 탐방을 끝내고 

마지막으로 아차도를 방문하기 위해

볼음도에서   10시 30분 아차도 행 카페리를 탔다. 

 

아차도는 세 섬 중에서 가장 작다.

면적 0.67㎢, 해안선 길이 4.90km, 20여 가구에

4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하늘에서 본 아차도 정경

 

 '아차'는 '아차(阿次)', 또는 '아차(阿此)'로 적으며

'소도(少島)'라고 한 옛 기록으로  보아,

본디  '작다'라는 뜻을 지닌 우리말이 아니었을까?

 

▲입항하기 전 배에서 찍은 아차도 마을 풍

 

▲멀리 아차도 선착장이 보인다. 오른쪽 선착장으로 내렸다가 오후에 나올 때는 왼쪽 선착장에서 탔다. 



 볼음도에서 아차도까지는 15분 거리,

아차도는 주문도에서 아주 가깝다.

아차도에 내리는 승객은 나 하나뿐이다.

  오후 2시 배로 나가야 하기 때문에 아차도에서 머물 시간은 3시간,

그 시간 안에 꼭 보야야 할 곳을 다녀야 했으므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선착장에 내리면 환영 표지판이 먼저 반긴다.

 

 

▲선착장에서 잡은 양쪽 해변이 아름답다.

 

 

 먼저 마을 구경에 나섰다.

선착장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500여m는 송림이 우거져 운치를 더했다.

마을 입구에서 바라본 마을은 집들이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고,

아담한 풍경 그대로다.

그 중에도 교회에 솟은 십자가가 정겹다.

 

 

 

▲마을로 들어가는 도로, 작은 섬에 아스팔트라니… , 놀랍다.

 

▲선착장 옆에서 수리하고 있는 배 한 척

 

 

 

 

 

 

▲갯벌에 배 한 척, 즈넉한 어촌의 풍경이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에서 찍은 사진들

 

0가구 섬에 교회가 아담하다.

 

 

▲마을로 접어들어 좌측 해안으로 이동하면 태극기 게양대가 일렬로 맞이한다. 

 

 

마을에 들어서자 왼쪽 해변으로

태극기가 펄럭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차도에는 마을 앞 해변을 따라 47개의 게양기에서 태극기가 펄럭인다.

 

 태극기는 이곳만이 아니었다. 20여개의 집들 모두 태극기가 게양되어 있다.

365일 태극가 펄럭인다고 한다.

마치 항일(抗日)의 섬 소안도를 닮았다.

 

 

 

 

 

마을 앞 해변을 따라 47개의 게양기에서 태극기가 펄럭인다. 

(동쪽에서 바라본 풍경)

 

▲해안 쪽으로 가다 보이는 예쁜 집 

 

 

▲서쪽에서 바라본 풍경

 

 태극기 게양대를 지나 마을을 향해 왼쪽 길로 들어섰다.

허리가 꼬부라진 할머니 한 분이 카트를 끌고 오시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무인가게가 어디냐고 물으니 조금 더 올라가라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신다.

 

 아차도에는 다른 섬들과 다르게 특별한 것이 있다는 것을

인터넷을 통해 알고 왔기 때문에 한번 가보고 싶었다.

 

 

▲마을 입구에는 교회가 보인다. 교회도 아름답다. 교회 바로 아래 작은 건물이 무인카페.

 

 마을 중간에 위치한 무인가게인

‘우리섬가게’와 무인카페는 이제 아차도의 명물이 되었다.

물건을 사려면 배를 타고 나가야 하는 섬사람들을 위해

10여 년 전 이 마을 목사님께서 만드셨다고 한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무인가게는

마을 사람들에게 유용한 가게이다.

길 옆에 장난감 같은 작은 집에

‘우리섬가게’라는 작은 간판이 보였다.

 

 

아차도의 무인가게인 '우리섬가게'가 앙증맞다.

 

▲'우리섬가게' 문옆에 붙어있는 안내판 

 

 

'우리섬가게' 문 바로 옆에 있는 안내판에는 이런 내용의 글이 적혀 있다.  

 

 “우리섬가게는 마을 주민 모두가 주인인 가게입니다.

지키는 이는 따로 없습니다. 물건을 사실 때는

정해진 값을 계산대에 놓고 가져가시면 됩니다.”

 

 문을 열고 들여다 보니 과자, 라면, 국수, 세제, 부탄까스 등이 진열되어 있고,

돈이 담긴 계산대가 놓여 있었다.

문을 열어둔 가게에 돈이 그대로 놓여 있다니,

그야말로 천사의 섬이다.

 

 

 

 

 

▲물품은 빈약하지만 과자, 라면, 기타 생활필수품이 갖추어져 있고, 금전함에는 지페와 동전이 가득했다.

 

 

 무인가게를 뒤로 하고 몇 걸은 옮기면 무인카페다.
무인카페는 뒤로 돌아가니 출입문이 보인다. 

무인카페는 마을에 방문하는 방문객과 주민들을 위한 것이다.

 

 커피를 내리는 커피머신과 물을 끓이는 전기주전자,
앉아서 차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 선풍기, 난로 등을 갖춰

작은 카페로서 손색이 없도록 꾸며놓았다.

물론 지폐와 동전을 담은 돈그릇도 있고.

 

 

▲무인카페 외관, 출입문은 뒤로 돌아가면 나온다 

 

 

 

▲내부 시설과 비품

 

▲가격표로 볼 때 싼 가격이다.

 

▲가격표와 금전통 

 

 나는 물을 끓여 커피 한잔을 타서 마시며

목사님의 아이디어가 참으로 놀랍다는 생각을 했다. 

하찮은 일 같지만 이곳에 들러 차를 마시는 이들은 마을 주민이든,

나그네든 제 값을 계산대에 넣으며 양심대로 사는 생활의 소중함, 

천국 생활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으리라.

 

 

▲무인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즐기다.

 

 

 차를 마시고 바로 계단 위에 자리 잡은

아차도교회를 둘러보았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며 마을의 정신적인 리더 구실을 하는

작지만 예쁜 교회 아차도교회는 1906년 설립되어 지금까지

아차도 주민들의 영혼을 치유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입구에 주보가 있어 살펴 보았다. 

제113권 제35호(2019. 9. 1자 발행) 주보 앞면에는

파피루스의 기도문이 실려 있다.

 

 

 

 

 

 

 

“당신의 아들이시오

영혼들의 주치의이신 예수그리스도의 손으로,

당신의 크신 자비 안에서

당신의 무한 사랑 안에서 모든 죄를 씻어주소서”

 

 파피루스 기도문은 19세기에 들어서

파피루스 두루마리에 기록된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기도문이다.

2세기에서 4세기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기도문 속에는

온전한 신앙을 가지고 살고자 하는 성도들의 간절한 염원이 그대로 담겨 있다.

아차도교회의 성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교회에서 나와 마을 중앙에 자리 잡은 쉼터인 팔각정에 앉아 땀을 식혔다.

정자 주변으로는 무궁화를 심어 마을의 태극기와 어울리도록 꾸몄다.

 

 

 

 

쉼터인 정자에서 마을의 풍경 너머 바다를 바라보며 명상에 잠겨본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동네를 길을 따라 마을을 둘러보았다.

집집마다 예쁜 꽃이나 유실수를 심어 마을을 정겹게 가꾸고 있었다. 텃밭에서 풀을 뽑고,

고추를 말리고, 참깨를 터는 주민들의 모습이 보였다.  

 

 마을에서 만난 한 어른의 말로는, 
농토가 적어 배를 가지고 어업에 종사하는 분들도 계시다고 했다.

지금을 추젓을 담그는 새우잡이를 위해 바다로 나갔다고 했다. 

폐가가 더러 있는 것을 보면 생계가 어려워 섬을 떠난 이들도 있는 것 같았다.   

 

 

 

 

 

 

 

 

 

 

 

 

 

▲아차도마을은 집집마다 예쁜 꽃이나 유실수를 심어 아름답게 보인다.

 

▲담벼락에 그린 벽화

 

▲ 아차도에서 발견한 폐가, 이 외에도 몇 개가 더 있다.

 

 

 마을을 돌아보고 선착장 옆으로 꽃지섬까지 연결되는 2km의 해변을 한 바퀴 걸었다.

예전에 꽃지섬은 독립된 하나의 섬이었는데 둑으로 연결하면서 아차도 본섬과 연결된 것이다.

 

 

 

▲꽃지섬으로 연결되는 길

 

 

 

 

 

 

▲꽃지섬으로 연결되는 길에서 바라보는 풍경

 

 

 양쪽으로 펼쳐지는 꽃지해변의 풍광은 아름다웠다.

우측으로는 주문도, 좌측으로는 멀리 서검도와 석모도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가까이에는 썰물로 드러난 갯벌이 평화롭게 보였다.

북쪽 해변으로 내려서니 갯벌에선 보통 ‘능쟁이’라고 하는 칠게가 지천으로 깔려 있다.

평화롭게 햇빛을 즐던 녀석들이 인기척에 놀라 구멍으로 쏜살같이 줄행랑을 치는 모습이 귀엽다.

꽃섬 주변에는 큰 굴들이 자라고 있었다.

 

 

 

 

 

▲꽃지섬을 해안 절벽

 

 

 

 

▲꽃지섬 주변에 깔려있는 굴

 

 

 꽃지섬에서 돌아나오면서 보는 풍경도 아름다웠다.

쌀물로 물이 빠진 해변과 작은 섬들, 그리고 바다에 떠있는 작은 배들.

그 모두가 하나같이 눈에 오래도록 담아두고 싶은 풍경들이다.

 

 

▲꽃지섬을 돌아나와 제방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주변 풍경 감상

 

 

 

 

 

 

 

 

 오후 2시10분, 아차도를 둘러보고 선착장으로 이동하여 강화도로 향하는 배에 올랐다.

1박 2일에 주문도, 볼음도, 아차도 세 섬을 탐방할 수 있었던 것은

볼음도 사계절민박집의 김기식 님의 조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시간을 제대로 맞춰 이동 동선을 짜지 않았으면 힘들었을 텐데, 너무나 고맙다.

특히, 볼음도를 탐방항 때 직접 차를 운전하여 도움을 주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내가 타고 떠날 카페리가 주문도에서 출발하여 아차도로 들어오고 있다.

 

 이번 여행에서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말도를 가보지 못한 것이다. 

말도는 볼음도에서 서쪽으로 1㎞ 거리밖에 안 되는데~. 

 말도는 면적 1.449㎢에 해안선 길이 6.1㎞로 5가구, 1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섬이다. 

위치상으로 북방한계선(NLL) 바로 밑에 있기 때문이다.

 

 북한 황해도 연백군 해성반도와 7km 거리로,  

‘끝 말’ 자를 써서 끝점이라고도 하며 휴전선 155마일이 이곳으로부터 시작되는 곳이라

접근이 쉽지 않았다.

 

 민간인출입제한지역이어서 군청에서 운영하는

행정선 ‘5075호’가 주문도에서 주 2~3회 운항하는데 사전 심사를 받아야만 출입이 허락된다고 하니

짧은 일정이라 다음기회를 기약할 수밖에 없다.

 

 

 

 강화도로 들어올 때는

어제 출발한 외포리선착장이 아닌 선수선착장으로 변경되었다.

그 이유는 간조로 물이 빠져 외포리선착장에는 배를 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강화도로 돌아오는 길에도 어제 보았던 새우잡이 배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새우잡이 배들

 

  배가 선수선착장에 도착한 시간은 약 3시 40분,

1박 2일의 홀로 여행은 또 다른 색다른 감동이 되었다. 

차를 주차해 놓은 외포리까지는 선수선착장에 대기하고 있던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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