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톡톡’ 보성 벌교 여행
'태백산맥' 벌교에서 배로 30분…'꼬막 섬' 장도를 아시나요
박준규 기차여행/버스여행 전문가
01.장도 신경선착장의 질펀한 갯벌 뒤로 ‘장도사랑’호 여객선이 정박해 있다. 벌교 상진선착장~장도 신경선착장을 오가는 여객선은 1일 2회 운항한다. 출항시간은 물 때에 따라 달라진다. 편도 요금은 3,000원.
가지런한 초록 녹차 밭으로 유명한 보성의 실질적 관문은 벌교읍이다. 순천ㆍ고흥ㆍ장흥으로 통하는 국도와 고속도로가 벌교에서 교차한다. 벌교에서 섬으로 한 발짝 더 들어갔다. 질펀한 갯벌에서 여자만 바다로 나아가면 벌교 꼬막의 주 생산지 장도에 닿는다. 개성 ‘톡톡’, 오감만족 여행지다.
◇서울에서 벌교까지 기차 탈까, 버스 탈까?
벌교엔 기차역과 버스터미널이 모두 있다. 대부분 노선이 서쪽 목포와 동쪽 순천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수도권에서 접근은 쉽지 않은 편이다. 기차를 이용할 경우 서울 용산역에서 KTX로 순천역까지 이동한 후 무궁화호로 갈아타고 벌교역까지 가는 방법이 가장 빠르다. 요금은 5만1,100원이다.
서울에서 벌교까지 바로 가는 고속버스는 운행횟수가 적다. 주중에는 우등고속버스만 하루 1회, 주말에는 우등과 일반고속버스가 각각 1회 운행한다. 우등은 3만2,700원, 일반은 2만2,000원이다. 선택은 자유지만 기차를 이용하는 편이 여러 모로 편리하다. 순천역에서 벌교까지는 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02.벌교 공용버스터미널.
◇소설 ‘태백산맥’을 찾아 떠나는 문학기행
벌교는 해방과 한국전쟁으로 이어진 혼돈의 근ㆍ현대사를 담고 있는 소설 ‘태백산맥’과 뗄 수 없는 곳이다. 조정래 작가가 1983년부터 6년에 걸쳐 집필한 ‘태백산맥’
은 한때 이적성 시비를 겪지도 했지만, 지금은 분단문학의 최고봉이라는 평가에 이견이 없다. 1948년부터 1953년까지 소설 속 이야기의 주 무대가 바로 벌교다.
벌교 버스공용터미널 인근의 ‘조정래 태백산맥문학관’에 들어서면 사람 키를 넘는 1만6,500여장의 육필 원고에 놀란다. 흥분을 가라앉힌 뒤 작가의 삶과 문학 세계로 들어간다. 전시관의 마지막 코스는 ‘정독 중의 정독’ 필사본을 모아 놓은 공간이다. 단순히 많다는 표현만으로 부족하다. 수많은 독자들이 일일이 쓴 필사본을 탑처럼 쌓아 놓았다.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는 ‘태백산맥’의 영향과 대중적 인기를 실감한다. 문학관 입장료는 성인 2,000원이다.
04.독자들이 쓴 필사본도 전시장 한 공간을 가들 채우고 있다.
문학관에서 나오면 본격적으로 소설 ‘태백산맥’의 자취를 찾아간다. 읍내를 관통하는 벌교천의 다리, 홍교는 돌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뛰어난 조형미를 자랑한다. ‘태백산맥’ 1권에서 “김범우는 홍교를 건너다가 중간쯤에서 멈추어 섰다… 그러니까 낙안벌을 보듬듯이 하고 있는 징광산이나 금산은 태백산맥이란 거대한 나무의 맨 끝 가지에 붙어 있는 하나씩의 잎사귀인 셈이었다”라고 언급된다.
05.아치형으로 돌을 차곡차곡 쌓아 조형미가 뛰어난 벌교 홍교.
06.소설 속에서 남도여관으로 등장했던 보성여관.
07.보성여관은 현재 전통찻집과 숙박시설로 이용되고 있다.
벌교 홍교는 조선 숙종 44년(1718)에 낙안현 주민들이 놓은 ‘떼다리’(강과 바다가 교차하는 지점에 원목을 엮어 연결한 다리)가 시초였다. 영조 4년(1728)에 대홍수로 떼다리가 유실되자 이듬해 선암사 주지의 도움으로 돌다리로 만들었고, 6년 후에는 3칸으로 된 반원형의 다리로 완성됐다. 현재 남아 있는 홍교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정식 명칭은 ‘보성 벌교 홍교’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벌교’는 ‘뗏목을 엮어 만든 다리’라는 뜻의 단어로 올라 있다. 보통명사가 고유명사로 바뀌어 실제 지명이 된 특이한 경우다.
1935년 건립한 보성여관은 교통 중심지 벌교의 최고급 숙소였다. 소설 속 남도여관으로 등장했고, 현재는 전통과 문화가 살아 숨쉬는 찻집과 숙소로 이용되고 있다. 입장료는 어른 1,000원(카페를 이용하거나 숙박할 경우는 무료.).
◇2019년 8월 남도추천관광지 ‘꼬막 섬’ 장도
벌교 여행의 최종 목적지 장도로 향한다. 벌교 상진선착장에서 배로 30여분이 걸린다. 참고로 여수와 신안에도 ‘장도’가 있어, 같은 이름의 섬이 전남에만 세 개나 된다. 보성 장도는 ‘노루 장(獐)’ 자를 쓰는 섬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노루가 뒷다리를 길게 뻗어 달려가는 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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