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문학거리 걸으면
벌교의 근현대사가 흑백영화처럼… 

 


최홍수 기

 

 

 

 

 벌교읍 서편 부용산에서 내려다본 풍경. 읍내를 통과한 벌교천 갯물이 느릿느릿 여자만으로 흘러 든다. 질펀한 갯벌이 형성된 하천 주변엔 갈대가 한창이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교량은 남해고속도로(순천~영암) 벌교대교다. 보성=최흥수 기자

 

보성 벌교에서 조정래의 ‘태백산맥’은 소설이 아니라 근현대 역사 교과서다. 벌교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읍내의 다리와 골목, 집과 거리, 강과 제방까지 세세하게 묘사했고 거기에 딸린 인물과 사연까지 생생하게 그렸으니 이보다 풍성한 벌교 역사책이 또 있을까. 조정래는 ‘태백산맥’을 쓰기 위해 스물다섯 번이나 벌교를 답사했다고 한다. 소설을 읽지 않았다 해도 ‘태백산맥 문학거리’를 걸으면 질펀한 남도 사투리가 뒤섞인 당시의 벌교 풍경이 흑백영화처럼 아른거린다.

 

 

◇’태백산맥 문학거리’따라 벌교 한 바퀴

 

 순천에서 새벽 기차를 타고 벌교역에 내렸다. 기차에서 내린 승객은 대여섯에 불과해 역 앞에 대기하고 있는 택시는 또 하릴없이 기다려야 할 처지다. 그도 그럴 것이 벌교읍내는 걸어서 20분 정도면 어디나 갈 수 있을 정도로 좁다. 벌교는 보성군에서 인구가 가장 많아 실질적인 중심이지만, 한때 5만명에 이르렀던 인구는 현재 1만2,300명 수준으로 줄었다. 역을 기준으로 홍교와 태백산맥 문학관, 중도방죽까지 거리는 반경 1.5km 안짝이다. 

 

 

 

무궁화호 열차가 벌교천 위 ‘철다리’를 지나고 있다. 1923년 개통한 경전선(삼랑진~광주 송정) 선로는 지금도 단선 철도로 운영된다. 순천역에서 벌교역까지는 약 22분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