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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서울

역사·문화의 공존, 올림픽공원

by 혜강(惠江) 2018. 3. 31.

 

역사·문화의 공존, 올림픽공원

 

몽촌토성을 품은 공원… 녹지와 사람을 잇다

 

 

황두진 건축가  

 

 미국 도시연구가 제인 제이컵스는 저서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에서 도시의 공원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던진다. "공원은 변하기 쉬운 장소"이며 "지속적인 힘을 보여주는 공원은 거의 없다"고 했다. 언뜻 보면 공원의 가치를 부정하는 말처럼 보이지만 주장의 핵심은 다른 곳에 있다. 사람들이 공원을 이용해야 공원이 성공한다는 의미다. 사람이 공원을 필요로 하는 것 못지않게 공원도 사람을 필요로 한다.   
 
 2010년 초여름 찍은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풍경. 현재는 중심 배경에 높이 555m 롯데월드타워가 들어섰지만 나머지 풍경은 비슷하다./황두진

                 

 서울을 흔히 잿빛 콘크리트 도시라 한다. 그런데 서울의 녹지 비율은 2015년 기준 26.6%다. 암스테르담이나 베를린의 두 배가 넘고 뉴욕하고도 비슷한 수치다. 국제적인 기준으로 볼 때 절대 부족하지 않다. 그런데도 우리는 서울에 녹지가 모자란다고 느낀다. 녹지 면적, 즉 양이 아니라 도시 속에 존재하는 방식, 즉 질의 문제다.

 서울의 녹지 중 대부분은 산이나 궁궐 같은 곳이다. 규모 면에서는 상당하지만 일상과는 그만큼 떨어져 있다. 일부러 찾아가거나 돈을 내야 들어갈 수 있다. 게다가 한반도의 지형적 특성상 경사가 심한 녹지가 많아 노약자가 접근하기 어렵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좀 더 많은 사람이 녹지를 경험할 수 있으려면 인구가 밀집된 평지에 크고 작은 공원을 더 만들어야 한다. 역설이지만 가장 개발 압력이 높은 곳에 공원을 만들어야 그만큼 효과가 있다. 사람이 녹지를 향해 가기보다는 녹지가 사람에게 와야 한다.

 사진은 2010년 초여름에 올림픽공원에서 찍었다. 지금은 사진의 중심 배경에 높이 555m 롯데월드타워가 들어서 있으나 그 이외 풍경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사진 속 뛰어가는 인물은 자세히 보면 공원 관리인이다. 방역복을 입고 긴 호스를 든 걸로 봐선 아마도 방제 작업 중인 것 같다.

 신록의 잔디는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른빛을 내뿜고 있다. 완만한 곡선의 지형은 몽촌토성의 일부다. 사진이 담은 세월의 더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88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만들어진 올림픽공원은 북서쪽 몽촌토성은 보존하고 올림픽 관련 시설 대부분은 동남쪽에 배치했다. 역사 유적과 스포츠시설이 공존하는 특이한 장소다. 공원으로서의 역사도 이미 30년이 되었다. 공원 안 지형이 완만하고 인근 지역에서도 접근하기 쉬워 서울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도시공원이다. 일부 시설은 스포츠보다는 콘서트홀로 더 인기 있는데 이 역시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인 제이컵스가 다시 살아서 이 올림픽공원을 보면 뭐라고 할까. 콘서트장을 비롯한 각종 문화시설을 찾아오는 수많은 사람, 잔디밭에 누워 있는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 여기저기에서 뛰어다니는 조깅족들, 그리고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혼자서 조용히 책을 보거나 낮잠을 청하는 나 홀로족들이 이 공원의 주인들이다.

 지도를 보면 공원 바로 동남쪽에는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 단지가 있고 그 나머지 지역은 주거 및 업무 지역이다. 상주인구와 유동인구가 모두 많은 곳에 역사와 문화, 스포츠를 품은 대규모 공원이 들어섰으니 방문객이 적을 리 없다. 이미 2000년대 초반에 방문객이 연간 500만명을 훌쩍 넘었다. 제인 제이컵스가 살아 있다면 '공원의 성공은 사람에게 달렸다'는 자신의 이론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이 올림픽공원을 택할지도 모르겠다.
 

 

[출처] 2018. 3. 30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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