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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서울

석촌호수, 벚꽃의 환상 속으로 걷다

by 혜강(惠江) 2018. 4. 6.

 

 

석촌호수

 

벚꽃의 환상 속으로 걷다

 

글·사진 남상학


 

 

 

 

 

식목일을 하루 앞둔 4월 4일 오후, 수요 채플이 끝난 뒤 친구와 함께 석촌호수로 한 바퀴 걷기로 하고 지하철을 탔다. 평년기온보다 훨씬 웃도는 이상고온으로 석촌호수 둘레의 벚꽃이 예상보다 훨씬 이르게 피었을 것이고, 산책하기에 좋은 날씨여서 마음 가볍게 발길을 옮겼다.

 

 

 

 

 

지하철 2호선 3번 출구로 나와 롯데호텔 앞을 지나 석촌호수로 향했다. 예상한 대로 석촌호수의 벚꽃이 만개해 있었고, 꽃구경 하러 모인 인파가 꼬리를 이었다. 우린 아무 정보도 없이 도착했는데, 알고 보니 석촌호수 벚꽃축제가 바로 내일 식목일부터 열리게 된데다 오늘밤부터 비가 내리고 내일은 기온이 뚝 떨어진다는 소식에 모두들 서둘러 몰려온 듯했다.

 

원래 석촌호수는 한강의 본류였다. 한성과 삼남지방(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의 뱃길을 잇는 송파나루터가 있던 곳이었다. 그 당시에는 송파나루에 토사가 쌓여 만들어졌다는 부리도(浮里島)를 중심으로 남쪽 물길과 북쪽 물길 즉 송파강과 신천강을 이루는 샛강이 흘렀다. 1971년 4월 부리도의 북쪽 물길을 넓히고, 남쪽 물길을 폐쇄함으로써 섬을 육지화하는 대공사(한강 공유수면 매립사업)가 시작되었고, 그때 폐쇄한 남쪽 물길이 바로 현재의 석촌호수로 남게 된 것이다. 당시의 매립공사로 생겨난 땅이 현재의 잠실동과 신천동이란다.

 

 

 

 

 

석촌호수는 잠실에서 분당으로 이어지는 송파대로를 중심으로 동호(東湖, 10만 5,785㎡)와 서호(西湖, 11만 2,065㎡)로 나누어져 있고, 이어진 두 호수의 산책길은 2.54km에 달한다. 1970년대에는 볼품없던 호수였으나 1981년 호수 주변에 녹지를 조성하고 산책로와 쉼터 등을 설치하여 공원(송파나루공원)으로 만들면서부터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되었다.

 

동호와 서호를 빙 둘러 한 바퀴 도는 산책길에는 봄이 되면 석촌호수를 아름답게 수놓는  벚꽃으로 장관을 이룬다. 또 고무탄성소재로 바닥포장을 한 2.54km의 수변산책로와 조깅코스가 마련되어 있다. 호수를 따라 벚나무, 소나무, 버드나무 등의 수목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야생화를 비롯한 초화류도 곳곳에 심어져 있다. 한때 콘크리트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던 호안을 생태호안으로 재정비하면서 부들·물억새·꽃창포·범부채 등 수생식물 60종을 심었고, 수질정화작업을 통해 생태환경이 복원되어 호숫가 경관도 더욱 풍성해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석촌호수의 아름다움은 이 산책길을 따라 왕벚나무 1천여 그루가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 것이다. 이를 즐기기 위해 해마다 축제 때는 수백 만 명이 석촌호수를 찾는다.

 

 

 

 

 

나는 석촌호수의 서호 롯데어드벤처 부근으로 내려서서 상춘객들 틈에 끼어 걸었다. 이 길응 양방향으로 걸을 수 있으나 질서의식 때문인지 대부분 한 방향(시계바늘의 역방향)으로 걷는 것이 자리 잡혀서 서로 부딪힐 염려도 없고 걷기에 편리했다.

 

 

 

 

 

서호는 늘 그렇듯이 생동감이 넘쳐났다. 서호에 덩그렇게 떠있는 롯데월드 야외놀이시설인 매직아일랜드는 마치 동화의 세계 속으로 초대된듯 한 착각을 느낄 수 있고, 분수대가 있어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가 연출된다. 각종 놀이기구의 굉음소리와 함께 함성이 터져 나올 때마다 걷는 이들도 잠시 발길을 멈추고 함께 즐거워했다.

 

 

 

 

 

 

 

이곳 서호 쪽에는 토요일과 일요일마다 송파산대놀이를 비롯한 민속무용·사물놀이·탈춤 등의 민속공연이 펼쳐지는 서울놀이마당이 있고, 호수공원에는 어린이놀이터와 카페, 탁자·정자·수변데크·의자 등의 휴식시설이 들어서 있어 잠시 쉬면서 호수의 정취를 즐길 수 있다. 발길을 옮기다 보니 수변데크 앞에 무대를 설치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아마도 내일부터 열리는 축제에 맞춰 5∼8일에 걸쳐 열리는 가요제, 콘서트, 전통예술 공연 등을 위한 무대 준비작업을 하는 중이라고 한다.

 

 

 

 

 

어느 새 걸음은 서호 남쪽 길을 걷는다. 이 지점에서 바라다 보이는 매직 아일랜드는 마치 물 위에 떠있는 섬처럼 보였다. 물속의 섬, 석촌호수가 개발되기 전 송파나루에 토사가 쌓여 만들어졌다는 부리도(浮里島)가 연상되었다. 어찌되었거나 지금 서호는 롯데월드 매직아일랜드에는 서울 시내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서울스카이, 360도 회전하며 아파트 25층 높이까지 올라가는 ‘자이로드롭’, 석촌호수로 빠질 것 같은 짜릿함을 선사하는 ‘자이로스윙’, 석촌호수 변에서 빙글빙글 돌며 석촌호수의 벚꽃을 즐기는 ‘자이로스핀’, 혜성특급열차, 롤러코스터는 벚꽃구경을 겸한 봄나들이에 딱 맞는 놀이기구다. 여기에 호수에는 대형 분수의 물줄기가 하늘로 치솟는 가운데 유람선이 유유히 운행한다.

 

 

 

 

 

그 뒤로 2016년 12월 22일 완공된 지상 123층(555m의 규모)의 롯데월드타워가 위풍당당하게 하늘 높이 치솟고 있다. 한국에서는 100층을 넘은 첫 번째 건물이며, 세계에서는 5번째 높이의 건물이라니 놀랍다.

 

 

 

 

 

 

벚꽃의 아름다움에 탄성을 지르며 주리는 동안 어느새 발길은 동호로 향한다. 동호는 생동감이 넘쳐나는 서호 쪽과는 다르게 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따라서 동호는 휴식과 산책의 장소로 이용된다.

 

 

 

 

  동호 쪽에는 이곳이 옛 나루터였음을 알려주는 표석을 세우고, 그 앞에 호수를 굽어보며 송호정(松湖亭)이란 멋진 정자가 있다. 송파의 호수에 있는 정자란 뜻이다. 송파구의 상징수인 소나무로 조성한 장송마당도 송파나루터 근처에 있다.

 

 



9∼13일에는 동호 중앙무대에서 청년 예술가들의 무대가 펼쳐지는데, 축제 첫날부터 매일 오후 7시에는 영화관으로 변한다. 흩날리는 벚꽃 잎을 바라보며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축제 기간 중 공연이 이어진다. 특히 서호에는 야간에 운치를 더해주는 조명 전등이 호숫가 나무에 설치되었다.

 

 

 

 

 

 

 

 

 

이 날, 석촌호수의 산책은 동호의 산책로에 자리 잡은 디저트 카페인 스위트 레이크에서 음료를 마시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테이블에는 연인끼리, 친구끼리, 혹은 가족단위로 삼삼오오 모여 앉아 담화를 나누기도 하고, 혼자 음료를 마시는 여인들도 있다.

 

 

 

 

 

 

나는 차를 마시며 꽃길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을 무작위로 카메라에 담았다. 자신이 어느 누구의 카메라에 담겨지는 것을 알 리 없는 사람들이지만 모델이 되어준 그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석촌호수에서 올라온 언덕에서 삼전도비를 만났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대변하는 비석 앞에서 그날의 자취를 되뇌어본다. 지금으로부터 382년 전 병자호란이 터지자 남한산성으로 몽진 가던 인조의 행렬은 겨우 나룻배 한 척을 얻어 타고 한강 건너 삼전나루에 닿았다. 항전 47일 만에 인조는 푸른색 죄인 옷을 입고, 백기투항을 상징하는 백마를 타고, 정문이 아닌 서문으로 나왔다. 수항단(항복 의식이 열린 제단)이 차려진 삼전나루에서 치욕의 삼배구고두(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찧는 의식)를 행했다.

 

 

 

 

 

삼전도비는 병자호란 때 청 태종이 조선 인조(仁祖)의 항복을 받고 자신의 공덕을 자랑하기 위해 조선에 강요해 삼전나루에 세운 비석이다. 높이 5.7m, 무게 32t짜리 비석에는 ‘대청황제공덕비’라는 황금 글자를 새겼다. 사람들은 이를 ‘삼전도비’라고 일렀다. 실제 삼전도비는 1895년에 매몰되었다가 1913년 다시 세워졌고, 1956년 다시 땅 속에 묻었다가 1963년에 다시 세워지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대변하는 삼전도비는 1963년 사적 제101호로 지정됐다.

 

 

 

 

 

2018년 석촌호수 벚꽃축제는 4월 5일부터 13일까지 9일간 연다. 예년 행사 때에 비추어 보면 이 기간에는 산책로 곳곳에 수공예 아트마켓, 캐리커처, 페이스 페인팅, 캘리그라피, 벚꽃 캔들 만들기 등 체험 행사가 진행되며 동호 주변에 푸드트럭이 들어설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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