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체제 소설 ‘고발’로 유명한 반디, 北 철조망 넘어 첫 詩集 출간
북한의 솔제니친 ‘自由 갈구하는 고통의 서정詩’ 낳았다
“붉은 세월, 왜 이리 가시밭인가”
51편에 北의 인간성 말살 비판
정호승 시인 “노래 같은 운율, 소월·백석의 언어 계승한 듯”
‘북한의 솔제니친’으로 불리는 북한 반체제 작가 반디(필명)의 시집 ‘붉은 세월-칼벼랑 막아서도 나는 간다’(조갑제닷컴·사진)가 18일 출간됐다. 북한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소속인 반디는 그가 목숨을 걸고 쓴 소설집 ‘고발’이 2014년 국내 출간되면서 알려졌다. 이후 ‘고발’은 27개국 20개 언어권으로 번역·출간되며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시집은 ‘고발’ 이후 두 번째 작품집이다. 총 51편이 실렸다. 소설에서 북한 사회의 참상을 생생하게 전했던 반디는 시집에서도 인간성이 말살된 북한의 현실을 꼬집는다.
‘붉은 백성의 노래’가 대표적이다. 북한 최고 지도자 수령은 하늘·채찍·철쇄에, 주민은 벌레·마소·노예에 비유된다. 직설적 표현에서 냉혹한 현실에 대한 울분이 엿보인다.
‘붉은 백성의 노래’라는 시에서는 ‘수령님 수령님 수령님/ 당신은 철쇄 우리는 노예’라고 체제를 비꼬는가 하면 ‘백결(百結)강산 텅텅방아’라는 작품을 통해서는 ‘공산주의 헛장단에/텅덕쿵 찧어 다 깨진 땅’이라며 지도자의 잘못된 선택으로 피폐해진 민생을 안타깝게 노래한다.
‘꽃제비 노래’는 자조적 태도가 물씬 풍긴다. ‘꽃제비는 먹이를 찾아 요리조리 제비처럼 헤맨다고 로동당이 달아준 이름’이라는 풍자. “우리는 로동당이 낳은 새”라며 한탄한다.
‘적염(赤厭)’은 공산주의를 증오한다는 의미다. 노을과 꽃이 붉고 아름답지만 붉은 세월과 한빛이어서 보기 싫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진달래야’라는 작품은 희망을 기다리는 마음을 직설이 아닌 은유로 표현하고 있어서 서정성이 높다.
진달래야 새봄은/ 어디서 오니
청제비가 날아오는/ 강남에서 걸어오니
꽁꽁 언 땅속에서/ 눈서리를 이기는
연약한 네 뿌리/ 거기에서 온단다….
정호승 시인은 ‘자유를 갈구하는 고통의 서정시’라는 제목의 해설에서 “반디의 시는 수십 년간 지옥과 같은 시대를 노예처럼 사는 현실 속에서 쓴 시”라며 “그러나 ‘진달래꽃’의 소월과 ‘사슴’의 백석과 ‘오랑캐꽃’의 이용악 등의 시에 나타난 북방 정서를 서정적 언어로 고스란히 계승하고 있으며, 한국의 전통적 서정미를 절대 잃지 않고 있다”고 평했다.
정 시인은 또 시적 운율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3·4조, 4·4조, 7·5조의 전통적 운율성이 반디 시의 기저를 이룬다”며 “그래서 그의 시는 노래로 읽힌다”고 덧붙였다.
한편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뉴욕공립도서관에서는 ‘고발’의 낭독회가 열려 반디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됐다. ‘고발’의 출간을 맡았으며, 낭독회에 참석한 도희윤 행복한통일로 대표는 “현지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 시집도 영어 번역 작업 중에 있다”며 “‘고발’이 20개 후보 작품군에 포함된 아스펜 워즈 문학상 최종 발표(4월 10일)에도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출처> 2018. 1. 19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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