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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및 정보/- 미국. 캐나다

화려함의 극치(極致), 라스베이거스

by 혜강(惠江) 2015. 8. 17.

 

화려함의 극치(極致), 라스베이거스

 

‘불야성’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의 미국 환락가

 

 

·사진 남상학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 지역 내의 티턴빌리지에서 하룻밤을 휴식하고 라스베이거스로 가기 위해 아이다호 폴스에서 점심을 먹고 네바다 주로 접어들었다. 네바다 주의 남동쪽에 자리 잡은 라스베이거스까지의 길은 지루했다. 차창 밖으로 황량한 들판이 끝없이 이어지고 어쩌다가 거대한 몸집의 긴 동물이 누워있는 듯한 풍경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원시적 꿈틀거림의 거친 산들, 쓸쓸하고 황량한 아름다움의 연속이다. 메마른 열기, 건조한 대기 속을 내달릴 뿐이다.   

 

  무법자가 말을 타고 먼지 날리며 달려오던 황무지는 비었다. 긴 침묵의 질주, 지루하게 이어지는 갈색 들판에는 나그네에게 낯설고 황량하게 다가왔지만, 가끔 생명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허허로운 땅에 뿌리내린 아름답다. 불같이 뜨겁고 시리게 차가운 낮과 밤의 일교차를 견디느라 키가 크진 못했지만, 끝없는 유카와 조슈아 트리가 우리를 맞이했다.

 

  이런 풍경이 얼마간 지속하더니 어디부턴가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쏟아지는 곳에는 푸른 초원이 언뜻언뜻 보인다. 10여 년 전 로스앤젤레스 쪽에서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길에서는 보지 못한 풍경들이다. 먼 거리에서 물을 끌어와 목초지를 만들고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려는 의지가 낳은 산물이다.

 

  이러한 풍경이 계속되다가 아이다호 펄스에서 출발한 지 8시간 정도 지날 무렵 갑자기 낯선 풍경이 들어왔다. 평원은 사라지고 차가 달리는 길옆으로 협곡이 버티어 있다. 의아해서 큰아들에게 물어보니 버진 리버캐년(Virgin River Canyon)이라고 한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라스베이거스로 들어오는 경우에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굳이 그랜드캐니언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덤으로 구경한 셈이 됐다. 

 

 

 아이다호 펄스에서 라이스베이거스로 들어가는 길목의 버진 리버 케년 모습

 

 

  드디어 꿈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로 입성했다. 라스베이거스는 미국 네바다 주 남동부 사막 가운데에 있는 관광과 도박의 도시다. 에스파냐어(語)로 ‘초원의 도시'라고도 불리는 라스베이거스의 인구는 현재 60만 명이다. 1700년대 초에 에스파냐인(人)들이 부근 지역을 발견했고, 1855년경에 모르몬교(敎) 지도자 브리검 영(Brigham Young)이 파견한 30여 명의 교도가 요새를 지었으나 1857년에 인디언들이 파괴하였다. 1864년에는 미군이 베이커 요새를 세웠다.  

 

  19세기 말까지는 소규모의 광업과 축산업을 하는 마을이었으나, 1905년에 남(南)캘리포니아와 솔트레이크시티를 잇는 철도가 완성되면서 현대적인 도시로 건설되기 시작하였다. 1911년 3월 16일에 시가 되었다. 1936년에 그 당시로써는 세계 최대의 후버댐이 완성되고, 도박장이 늘어나면서 연중무휴 관광과 환락지로서 주목을 받게 되었다.  

 

  과거에는 게임 산업으로 거둔 세금이 네바다주의 경제를 떠받쳤다면 지금은 카지노보다는 각종 컨벤션 몰로 벌어들이는 돈으로 네바다주의 최대 재원이 되었다. 대형 비행장과 2천~7천 개까지의 객실을 갖춘 호텔들이 즐비하여 학회나 신발명품들을 소개하는 바이어들로 연중 북적인다.   

 

  라스베이거스는 고속도로 연도에 호화로운 호텔·음식점·공인도박장 등이 즐비하며, 야간에도 관광객으로 성황을 이루어 ‘불야성’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대 환락가가 되었다. 라스베이거스 거리 아케이드 천장은 LED 꼬마 등으로 가득 메우고 장대한 전등 쇼를 펼쳐 세계를 놀라게 하는데 자랑스럽게도 우리나라 LG전자가 운영하고 있다.아이다호 펄스에서 이곳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하기까지는 무려 10시간 뒤인 밤 10시 30분 경이었다.  

 

 

라스베이거스 아케이드 천장 전자쇼   

 

날 묵은 웨스트 게이트 호텔(West Gate Hotel)

 

 

  여행 일정이 바뀌면서 하루 전 인터넷을 통해 예약한 웨스트 게이트 호텔(West Gate Hotel)에 여장을 풀었다. 라스베이거스에서의 첫 밤은 5일간의 장거리 운전과 강행군으로 겹친 피로를 푸는 것으로 보냈다.

 

  다음 날에는 이미 예약된 벨라지오호텔(Bellagio Hotel)로 자리를 옮겼다. 벨라지오 호텔은 라스베이거스를 설명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호텔이다. 왜냐 하면 벨라지오 호텔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분수 쇼와 ‘0쇼'가 있기 때문이다.     

                       

                       

벨라지오 호텔 객실에서 바라본 풍경 

 

  호텔 로비에 도착하니 로비 천장의 유리로 만든 꽃장식이 먼저 나를 반긴다. 이 꽃장식은 미국의 인간문화재인 데일 치훌리(Dale Chihuly)의 유리공예 작품이라는데 그 섬세함과 화려함이 경탄을 자아낸다. 체크인하는 로비 뒤쪽의 꽃장식은 화려함의 극치다.  

 

  그리고 로비에서 연결되는 실내 정원은 ‘바다’를 테마로 꾸며 놓았는데 차리리 바닷속 궁전이라 함이 좋을 듯, 관광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각종 물고기 모형과 조개로 화려하게 채워진 정원에서 사진찍기에 바쁘다. 이 정원은 계절에 따라 일정한 테마로 꾸며진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벨라지오 분수는 호텔 설립자인 스티브 윈이 어머니를 위해 헌정한 선물이라고 한다. 3만 4000㎡에 달하는 인공 호수에서 펼쳐지는 음악 분수 쇼는 팝송, 클래식,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맞춰 분수가 살아 있는 생물처럼 춤을 춘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비바 라스베이거스', 프랭크 시나트라의 '럭 비어 레이디', 진 켈리의 '싱잉 인 더 레인' 등 주옥같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듯 뿜어지는 분수 쇼는 잊지 못할 장관이다.

 

  공연시간 전부터 사람이 몰리고 명당을 차지하기 위한 자리싸움도 치열하다. 무더위와 번잡한 것이 싫은 사람은 투숙하고 있는 호텔에서도 창밖으로 이 아름다운 광경을 감상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분수는 오후에는 30분 간격으로, 밤 8시부터 자정까지는 15분 간격으로 멋진 분수 쇼를 선보인다.    

 

 

 

      그리고 벨라지오 호텔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인 라스베이거스의 3대 쇼의 하나인 ‘O쇼’는 라스베이거스에 가면 꼭 한번은 봐야 할 공연 1위로 꼽힌다.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팀 대명사가 되어버린 쇼 중의 쇼인 'O쇼‘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무대장치, 배우들의 수중 연기 그리고 드라마틱한 구성력으로 1시간 30분 동안 관객을 사로잡는다.

 

 서커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O쇼'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O쇼’를 관람하고 나서 서커스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태양의 서커스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것(공연 중 사진 촬영 금지)

 

 

 벨라지오 호텔에서는 피카소의 작품전시회도 열고 있었다.  

 

  

   라스베이거스는 세계 최대의 카지노 도시이지만 엔터테인먼트의 도시라고 볼 수 있다. 보통 라스베이거스 하면 불야성을 이루는 거리 속 카지노에서 즐기는 겜블링을 생각하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호텔들마다 다양한 볼거리와 놀거리를 제공하는 관광도시이기 때문이다.

 

  대낮의 볼거리뿐만 아니라 매일 밤 불야성(不夜城)의 도시답게 다채로운 쇼와 마술, 콘서트로 화려한 도시의 밤을 밝히는 라스베이거스. 도시 자체가 ‘사막 위에 핀 꽃’이라고 말하고 싶다.

 

  누군가 라스베이거스를 가리켜 “한 번도 안 간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 할 정도로 화려함의 중독성이 강한 라스베이거스. 나 역시 가족과 함께 두 번이나 방문했으니 그런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닌 듯싶다. 7일간의 가족여행을 라스베이거스에서 마치면서 나는 두 아들을 포함한 가족의 끈끈한 사랑과 유대를 더욱 굳게 다졌다는 기쁨을 안고 다시 출발지인 산호세로 돌아왔다.

 

 

 

 

라스베이거스의 토다이에서 점심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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