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에서 태양의 서커스 ‘O쇼’ 감상
글·사진 남상학
라스베이거스는 카지노로 유명해진 도시이지만 실제로 라스베이거스에 가 본 사람들은 ‘카지노 할 시간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정상급 DJ들이 몰려오는 클럽과 스타 요리장들의 레스토랑, 그 자체로 관광스폿이 되는 프리미엄 호텔, 갖가지 쇼와 긴장감 넘치는 액티비티, 쇼핑, 골프 등 즐길 거리가 무궁무진해서다. 그래서 지금 라스베이거스는 도박과 환락의 도시라기보다 ‘쇼의 천국’이라 할 만큼 오락의 도시, 엔터테인먼트의 도시가 되었다.
먼저 공짜로 즐길 수 있는 쇼로 벨라지오(Bellagio) 호텔에서 하는 유명한 분수 쇼가 있다. 자정까지 1시간에 4번 정도 볼 수 있는 분수 쇼는 인지도가 높고 인기도 많다. 강렬한 음향과 화산이 폭발하는 장면을 표현한 미라지(Mirage) 호텔의 화산 쇼도 유명하다. 미라지 호텔에서는 해적 쇼도 보여주는데, 성수기에는 쇼를 보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인기 있다.
다음으로, 우리에겐 LG전자의 발광다이오드(LED)로 만든 최첨단 전구 쇼를 들 수 있다. 다운타운의 ‘프리몬트 스트리트 익스피어리언스(The Fremont Street Experience)’가 그것이다. 거리를 덮은 거대한 LED 천장인 ‘비바 비전’에 마치 하늘에서 각양각색의 불빛이 춤추는 것 같은 풍경이 연출되며, 그 아래 거리에서는 다양한 공연과 퍼포먼스가 이어진다. 라스베이거스에서 하는 쇼는 웅장함과 섬세함, 그리고 질적인 면에서 다른 쇼들과 확연하게 비교될 만큼 흥미롭다.
특히 라스베이거스의 3대 쇼인 MGM GRAND 호텔의 ‘KA 쇼’, Ballagio 호텔의 ‘O쇼’, Wynn호텔의 ‘Le Reve' 등은 싼값이 아님에도 두 번 이상 보는 관광객이 많을 정도로 유명하다. 환상적인 안무와 곡예가 있는 이들 대형 쇼는 라스베이거스를 찾아온 이들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는다.
라스베이거스에는 다양한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 시리즈들이 있다는데, 우리가 투숙한 때에는 ‘O쇼’를 공연하고 있었다. 하루 두 번 공연되는 ‘O쇼’의 첫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서둘러 저녁을 먹고 공연장으로 갔다. 입구에는 벌써 많은 사람이 몰려 있었다. 로비는 각종 조각이 장식되어 공연장 분위기를 자아냈다. 직원이 다가와 예매했느냐고 물어 예매표를 제시하자 직원이 좌석표를 바꿔 주었다.
공연장으로 들어서니 가의 좌석을 메우고 있었다. 20만 원이나 하지만 공연마다 만석일 만큼 인기가 좋다. 1800석, 3층으로 구성된 공연장은 14세기 유럽의 오페라 하우스와 유사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는데, 올려다 본 천정은 신비스럽기까지 했다.
공연 시작 전에는 광대 두 명이 관객석에 나타나 관객의 몰입을 유도하고 공연은 극장 관객석 중앙의 천장에서 아름다운 여인이 내려오면서 시작되는 초입부터 흥미롭다. 사진 촬영은 여기까지, 공연이 시작되면서부터 촬영금지다. 나는 카메라를 주머니에 넣고 공연에 몰두했다.
프랑스 어로 ‘EAU(물)’ 을 영어 식으로 발음하면 ‘O’가 되는데 제목이 의미하는 것처럼 ‘O쇼’는 ‘물을 위한 물에 의한 쇼’라고 할 수 있다. 물속에서 펼쳐지는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와 함께 장면이 바뀔 때마다 무대에 물이 차기도 하고, 바닥이 되기도 하며,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기도 하는데 이것은 무대 전체가 150만 갤론의 물이 들어오고 나갈 수 있게 설계된 수중 풀 형식으로 되어 있고, 이 풀 스테이지는 7개의 수압 리프트를 써서 몇 초 만에 물을 완전히 빼기도 완전히 채우기도 하면서 수심 조절이 가능하다고 한다. 호텔 설계부터 무대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절대 어디서도 올릴 수 없는 공연이라 할 수 있다.
또 물속에는 수중 통신 시스템과 산소호흡기 장치가 배우들을 위해 설치되어 있어 배우들은 물속에서도 숨을 쉬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게 가능하다고 하니 무대 장치가 따라주지 않으면 절대 공연할 수 없는 쇼라는 말을 입증하고 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수중에서 절도 있는 연기를 펼치는 연기자들의 집중력과 끝까지 웃으면서 물속으로 퇴장하는 프로패셔널한 연기력은 관중들에게 소름 끼치는 감동을 선사한다.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순식간에 무대 바닥이 물로 변하며 배우들이 쉴 새 없이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다이빙, 발레 같은 무용이 조화를 이루었다가 스토리의 전개에 따라 그 깊던 물이 다시 바닥으로 변하고 갑자기 배우가 나타난 불쇼를 연출하여 사람을 놀라게도 하였다. 줄 하나에 매달려 아슬아슬한 묘기를 보여 주거나 서 있기도 힘든 높이에서 곡예를 하며 다이빙을 하는 배우들의 열연에 감탄하며 가슴을 쓸어내기도 한다.
마지막 무대 인사 역시 감동적인데, 커튼콜이 끝나고 수중무대로 전 배우가 고스란히 입수하는 장면도 압권이다.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이 아니면 연출될 수 없는 수중 무대, 20여 개국에서 뽑은 85명의 싱크로나이즈 연기자의 수중 연기, 그리고 대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스토리 전체에 기승전결을 부여하기 위해 음악과 의상들을 탁월하게 구성한 드라마틱한 분위기로 요약할 수가 있다. 공연장을 나오는 순간 나는 ‘입장료가 너무 싼 거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세계에서 모여든 최고 수준의 배우들과 쇼의 한계를 넘어선 판타스틱한 수중 무대, 드라마틱한 구성이 돋보이는 수중 곡예쇼, 화려한 의상과 음악.까지 스트립이 가진 화려한 에너지와 엔터테인먼트의 정수라고 해야 할 것이다. 라스베이거스의 아름다운 마지막 밤을 호텔 안에서 타오르는 태양처럼 밝게 빛나는 서커스를 추억으로 간직하고 우리 일행은 다시 삶의 현장으로 돌아왔다.
* 공연 시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자료 사진은 태양의 서커스 ‘O' 홈페이지를 참조하였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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