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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및 정보/- 미국. 캐나다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 위풍당당한 연봉과 티턴 호수의 아름다움

by 혜강(惠江) 2015. 8. 13.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

 

위풍당당한 티턴 산의 연봉(連峰)과 티턴 호수의 아름다움

 

 

·사진 남상학

 

 

 

 

 

 

 

  미국 와이오밍 주에는 두 개의 국립공원이 있다. 미국 최초로 지정된 옐로스톤 국립공원과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Grand Teton National Park)이 그것이다. 옐로스톤의 사우스 게이트(South gate)에서 남쪽으로 곧 이어지는 공원이 바로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이다.

 

  옐로스톤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가슴에 안고 가지런히 하늘로 솟은 아름다운 소나무 숲길을 달리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전방 시야에 웅혼하고 장대한 산들이 나타난다. 4,199m에 달하는 그랜드 티턴의 위풍당당한 티턴 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정상의 모습은 로키산맥 증에서도 단연 압권이며 옐로스톤을 훨씬 능가한다.  

 

 

 

 

 

 

위풍당당 그랜드 티턴의 준봉(峻峰)들

 

 

  ‘그랜드 티턴’이라는 말은 이 공원을 상징하는 높이 4,000m가 넘는 3개의 높은 봉우리 가운데 하나인 그랜드 티턴(Grand Teton)에서 유래됐다. 그랜드 티턴의 날카롭고 위풍당당한 근육질의 모습은 넉넉하고 다소 둥글둥글한 느낌을 주는 옐로스톤과는 외양이나 질감부터가 전혀 다르다. 그래서 그랜드 티턴은 옐로스톤의 아류(亞流)가 아닌, 그 자체로서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티턴’이라는 이름은 여성의 가슴처럼 연상되어 붙인 이름이라 한다. 식민 시절, 이 지역에서 모피를 구하던 프랑스 상인들이 ‘봉우리’가 프랑스 말로 ‘젖가슴, 즉 티턴’ 같다 해서 붙여쪘다고 한다. 그랜드 티턴은 ‘세 개의 젖가슴’ 가운데 가장 큰 봉우리로 그 이름이 이 국립공원 공식명칭으로 채택되었다. 유럽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기 전까지 이 지역 주인은 수많은 인디언 부족들이었다. 인디언들에게 이곳은 삶의 터전이었을 만큼 동식물들이 풍성한 곳이었다.

 

  이토록 멋진 티턴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이전에는 인구 60만 명이 채 안 되는 와이오밍주로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옐로스톤 국립공원 하나만을 관리하기도 버거웠다고 한다. 따라서 와이오밍주의 입장에서는 티턴을 새로운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것을 탐탁해 하지 않았다. 

 

 

 

▲큰아들 남석우와 손자 남기찬 

 

▲그랜드티턴의 연봉들이 우람하게 서 있다.

 

 

제법 돈 쓸 줄 알았던 재벌, 록펠러 

 

 

  그러자 그 누구보다 티턴의 자연을 사랑하고 틈나는 대로 티턴에서 야영을 하며 티턴의 국립공원 지정을 바랐던 존 록펠러 주니어(John D. Rockefeller Jr.)는 티턴 지역의 땅을 매입하여 별장을 지어 일반인들에게 분양하겠다며 지역신문에 광고를 냈다. 이 광고를 본 주 정부가 화들짝 놀라자, 록펠러 주니어는 자신이 매입한 모든 땅을 주 정부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협상하여 티턴의 국립공원 지정을 이끌어 냈다. 록펠러 주니어의 아이디어가 얻어낸 기막힌 성과였다.

 

  오늘날 그랜드 티톤 국립공원은 485스퀘어 평방마일의 규모로 티턴 산맥과 잭슨 홀 계곡 상당한 부분을 에두르고 있다. 공원 내의 모든 도로와 계곡에서 비벅 피크(Bivouac Peak, 3,299m), 마운틴 모란(M. Moran, 4,199m), 마운틴 우드링(M. Woodring, 3,532m), 그리고 그랜드 티턴(4,197m)의 변화무쌍한 파노라마를 볼 수 있다. 내가 방문한 때가 7월 중순, 뜨거운 여름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데도 우뚝 솟아있는 산들은 이마에 허연 만년설을 이고 있었다. 햇빛을 받은 만년설은 마치 보석 밭처럼 빛났다.  

 

  그랜드 티턴의 아름다움은 앞서 말한 대로 옐로스톤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옐로스톤의 아름다움은 현란하지만, 그랜드 티턴의 아름다움은 단순했다. 그래서 옐로스톤을 지나면 옐로스톤의 현란한 아름다움으로 마음이 가득 차지만 그랜드 티턴에 오면 오히려 마음이 비워지는 느낌이라고 할까. 나는 산봉우리들의 웅대한 원초적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긴 채 산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갔다. 

 

 

 

 

 

 

청정미를 자랑하는 잭슨 레이크 

 

 

  그런데 거기, 고도가 높은 지역인데도 수정같이 맑은 호수가 여럿 있었다. 그랜드 티턴에는 잭슨 레이크(Jackson Lake)를 비롯하여 모두 8개의 호수가 있다. 이 호수들은 빙하가 녹으면서 생겨났다. 청정미를 자랑하는 잭슨 레이크(Jackson Lake)는 옐로스톤 호수보다 조금 작다고 해도 넓이가 2만 6천 에이커나 되어 도저히 눈대중으로는 가늠할 수 없이 큰 호수이다. 잭슨 레이크의 물은 스네이크 강과 합쳐져 아이다호 주까지 내려가서 아이다호 주 감자 농사에 필수적인 물을 공급한다고 한다.  

 

  우리는 자동차에서 내려 호숫가에 서서 망연히 호수를 바라보았다. 물이 어찌나 맑은지 곁에 서 있는 것만으로 가슴이 시려 왔다. 물속에 몸을 비추면 영혼이 들여다보일 것만 같다. 호수 곁으로 다가가 손을 담그니 뜨거운 여름의 햇살 아래서도 물이 차갑다. 잭슨 호수 중간쯤의 Colter Bay 한쪽에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모습이 무척 한가로워 보였다. 나는 손녀들과 함께 물가의 돌을 주워 물수제비를 떴다. 몇 번 거듭하다 이런 행위가 호수를 오염시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멈추고 말았다. 

 

 

 

▲조용한 잭슨 레이크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제니 레이크 일주 산책로  

 

 

  잭슨 레이크 아래로 제니 레이크(Jenny Lake)가 있다. 잭슨 레이크보다는 좀 작지만,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다. 주변에 울창한 숲과 목장이 있는데 호수 이름 제니는 슬픈 사랑의 전설이 된 인디언 여인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전해진다.

 

  제니 레이크에는 눈을 즐겁게 하고 발걸음을 가볍게 하는 제니 레이크 일주 산책로가 있다. 계속 걸어서 돌아보는 코스와 셔틀보트를 타고 건너가서 절반만 걷는 코스가 있다. 모두 걸으면 총 거리는 11㎞. 우리 가족은 보트를 타고 건넜다. 호수 남쪽 나루터에서는 관광선인 셔틀보트가 물살을 가르며 호수를 가로질러 인스퍼레이션 포인트(Inspiration Point)에 관광객을 내려놓는다. 보통 오전 8시 운행을 시작해서 1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보트는 잔잔한 호수 위를 물살을 가르며 건너편 선착장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어린이 3명을 동반하고 있기에 짧은 코스의 산책을 마치고 오후 7시 돌아오는 보트를 탔다. 그런데 이것이 마지막 보트였다. 만약 이 사실을 모른 채 더 시간을 지체했더라면 7명의 식구가 한 시간 반이나 되는 거리를, 날이 저무는데 그것도 이곳에 서식하는 곰의 습격을 두려워하며 얼마나 고생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오싹해졌다. 

 

 

 

 

 

산책길에서 엘크를 만나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보트를 타고 나와 주차장으로 가는 길목에서 뜻밖에도 반가운 손님(?)을 만났다. 초식동물인 야생 사슴 엘크였다. 야생동물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는 말은 이미 들어 알고 있었지만, 불과 5m 거리의 길가까지 와서 사람의 기척도 아랑곳하지 않고 풀을 뜯고 있는 사슴을 목격하리라고는 상상을 못한 터였다.

 

  돌이켜 생각하니, 정작 손님은 사슴이 아니라 우리들인 것을! 아이들은 풀을 뜯고 있는 사슴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즐거워했고, 나는 거듭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야생동물의 천국이라는 그랜드 티턴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했다는 기쁨으로 발길이 더욱 가벼웠다.  

 

 

 

 

 

  억겁의 세월 하얗게 눈을 이고 있는 장엄한 티톤 산, 청정한 호수, 유유자적 풀을 뜯고 있는 야생동물의 천국. 이것은 내가 티턴을 생각할 때마다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나는 티턴의 모습을 머리에 각인시키면서 하룻밤 묵을 자리를 찾아 그랜드 티턴 봉우리 발치에 있는 해발고도는 2,100m 잭슨 홀(Jackson Hole)이라는 마을로 출발했다.

 

  우리는 어둠이 깃들 무렵, 이 지역에서 가장 맛이 있다는 티턴 빌리지의 티턴 타이(Teton Thai)에서 타이 요리로 저녁 식사를 하고, 목조로 된 테라호텔(Terra Hotel)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 첨부 : 가족사진 ♡ 

 

 

 

* 제니레이크에서 보트를 타고 즐거워하는 모습 

 

▲ 6개월 동안 파머를 못해 할머니의 머리가 화려해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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