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네빌 소금평원(Bonneville Salt Flats)
황량한 네바다 평원을 지나 광활한 소금평원으로
글·사진 남상학
레이크 타호에서 오전 관광을 마치고 오후 2시경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유타 주의 솔트레이크시티로 향했다. 80번 도로를 따라 솔트레이크시티로 향하는 길은 리노를 거쳐 윈네무카, 베틀마운틴, 칼린, 엘코, 솔트레이크로 이어졌다.
리노를 지나면서 길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황량한 네바다 평원이어서 지루하기 그지없었다. 4시간 정도 달려 Nevada 엘코(Elko)의 중국식당 ‘Chef Chang’s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6시 30분경 다시 솔트레이크로 달렸다.
전혀 새로울 게 없는 거대하고 삭막한 평원을 얼마나 달렸을까? 웰스(Wells)를 지나면 길 오른쪽으로 멀리 희끗희끗 하얗게 소금을 뿌린 듯한 늪이 나타나면서 새로운 징조가 보이더니, 웨스트윈도버(West Wendorver)를 지나자마자 드디어 드넓은 '보네빌 소금 평원(Bonneville Salt Flats)‘이 펼쳐졌다. 소금 평원은 I-80 네바다-유타 주에 걸쳐 자리 잡고 있었다.
소금평원 역시 그 면적을 가늠하기 힘들 만큼 광활했다. 그 넒은 평원 전체가 단단히 굳은 소금으로 덮여 있었다. 104㎢(3146만 평)에 달하는 광대한 평지에 단단히 굳어진 소금이 깔려 있어 마치 눈이 쌓인 것처럼 하얀 독특한 풍경을 자랑하고 있었다.
저녁 해가 기울 즈음 휴게소 같은 곳에 잠시 차를 세웠다. 보네빌 소금 평원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눈 닿는 곳 끝까지 하얀 소금밭이 펼쳐졌다. 지평선 위로 드리워진 석양 때문에 분위기는 더욱 신비스럽다.
휴게소라고 해야 기념비 한 개 덩그렇게 서 있고, 시설은 전망대와 화장실이 전부였다. 전망대에 올라 앞뒤로 바라보이는 평원은 허옇게 변한 소금 벌판이었다.
전망대에서 소금평원을 바라보니 차 안에 갇혀 있던 몸이 일시에 풀리고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다. 미국 여행 중에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동이었다.
이곳 보네빌 소금 평원의 대낮 온도는 40도 가깝게 올라가지만, 겨울에는 -20도 가까이 내려간다고 한다. 그러나 비가 와서 물이 차면 거울처럼 잔잔한 호수 같은 풍경을 볼 수도 있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오히려 이런 날씨를 선호한다고 한다. 우리는 소금기로 굳어진 듯한 벌판으로 발을 옮겼다. 몇 발자국 다다가 발을 내디디니 발이 빠졌다.
소금 평원을 바라보는 순간 갑자기 로저 도날드슨(Roger Donaldson) 감독의 영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The World's Fastest Indian)'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생각났다.
이 영화는 배우 안소니 홉킨스가 주연하여 제임스 버트 먼로(Burt Munro, 1899-1977)의 일대기를 기록한 것이다. 유명한 레이서인 제임스 버트 먼로는 뉴질랜드 출생으로 1967년 이곳 보네빌 스피드 웨이(Bonneville Speed way)에서 1,000cc 이하급 모터사이클 세계 최고 기록을 세워 유명해졌다. 바로 그 보네빌 스피드 웨이는 넓디넓은 보네빌 소금 평원의 서쪽에 위치해 있다.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는 몇 km에 달하는 평평한 직선도로를 만들려면 산을 깎고 강을 메워서 도로를 깔아야 하지만, 수십 km에 달하는 이곳 보네빌 평원은 소금이 단단히 마르는 여름이면 매년 최고속도를 겨루는 자동차의 각종 이벤트들이 벌어진다고 한다. 스피드 위크(Speed Week), BUB 모터사이클, 스피드 트라이얼 등이 그것이다.
트랙이라곤 출발지와 도착지를 선정하고 주행라인을 그어 놓은 것뿐이지만, 보네빌 소금 평원은 단단히 굳어진 소금 결정이 포장도로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고, 어떤 장애물도 없기 때문에 마음껏 속도를 내어 달릴 수 있다.
우리는 소금평원을 잠시 둘러보고 이곳에서 동쪽으로(1-80도로)로 네바다 평원을 지나 2시간쯤 달려 유타 주의 솔트레이크 시티에 도착했다. 소금의 도시 솔트레이크에는 그레이트솔트 호(Great Salt Lake)가 있다.
서반구에서 가장 큰 내륙 염수호(鹽水湖)이며 세계에서 가장 염도가 높은 내륙호이다. 강에서 물이 흘러들어오나 배수구는 없다. 사해(死海)처럼 사막지대에 위치한 그레이트 솔트 호는 물의 화학 성분이 바닷물과 흡사하지만 염도는 바닷물보다 훨씬 높다.
솔트레이크의 소금과 관련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솔트레이크 쉐라톤호텔(Sheration Hotel)에 도착한 것은 밤늦은 10시 40분경, 캘리포니아-네바다-유타에 이르는 첫날의 대장정은 하루에 차로 이동한 시간이 무려 13시간이었다. 참으로 고단한 긴 하루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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