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기 및 정보/- 서울

이화벽화마을에서 맛보는 예술의 향기

by 혜강(惠江) 2015. 2. 6.

 

이화벽화마을에서 맛보는 예술의 향기

 

 

·사진 남상학

 

 

- 낙산성곽길에서 이화마을로 내려가는 표지판 - 

 

 

  낙산 정상에서 이화벽화마을 표지판을 따라 벽화마을로 들어섰다. 본래 이화벽화마을을 가는 방법은 지하철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로 나와 마로니에공원 뒤쪽으로 나 있는 낙산길을 따라 직진, 낙산공원 앞에서 낙산4길을 따라 걸으면 조형물들을 지나 벽화마을에 다다를 수 있다. 아니면 이화동주민센터에서 출발해 벽화마을을 한 바퀴 돈 뒤 낙산공원을 지나 성곽길로 가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낙산성곽길을 올랐다가 이화벽화마을로 내려가는 역코스를 택했다.

  낙산 성곽길에서 마을로 들어서는 초입에 10평이나 될까 작은 흙마당이 ‘이화마루 텃밭’이란다. ‘서울의 옥상 이화마을에 만들어진 도시 텃밭’ 이란 글귀가 재미있다. 원래는 쓰레기가 쌓여 있던 공터를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일구어 도시 텃밭으로 만들었다. 철마다 갖가지 채소를 심어 가꾸고 수확한 배추로 김장을 해 나눠 먹기도 한다. 텃밭 옆 평상은 주민들의 사랑방이 됐다. 그 옆에 이화마을 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이화마을에 대한 내력과 소품들이 놓여있는 박물관은 텃밭의 평상과 함께 일종의 쉼터인 셈이다.


- 이화마루 텃밭과 이화마을박물관 - 



  
이화마을은 종로구 이화동 낙산공원 밑에 위치한 마을이다. 지금 이화동 2번지에 있던 정자가 봄이면 주위에 배꽃으로 둘러싸여 이화정(梨花亭)이라 부른 데서 마을 이름이 유래되었다. 이 일대는 일제시대 지어진 적산가옥 수백 채가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인들이 집을 지어 살았던 계획 주택단지였다.

 

  이곳은 여전히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셈이다.  언덕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과 차마 두 사람이 함께 걷기 힘들 것 같은 좁은 골목 길은 아파트로 빌딩 숲을 이룬 서울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만난다. 여기저기 보이는 오래된 집들에서 지난 시절의 아련한 향수가 느껴질 정도다. 

 

 

* 다닥다닥 붙은 적산가옥 벽은 벽화의 옷을 입고 변신했다  



  그런 이 마을에 2006년 화가 한젬마 씨 등 68명의 예술가들이  ‘Art in City 2006’ 이라는 큰 이름 아래 '공공미술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소외된 지역의 시각적 환경을 개선하고자 '낙산 공공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동네 곳곳에 그림을 그리고, 조형물을 설치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은 단순히 지역의 시각적 환경 개선만 한 게 아니라 동네 역사와 주민의 기억을 수집하고 정리해 작품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화마을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다양한 벽화들을 만날 수 있다. 가파른 계단에는 꽃 그림이 피었고, 물고기가 유영하는 모습을 그려 멋을 냈다. 산책로에는 멋진 조각들이 늘어섰다. 그중 가장 주목의 대상은 벽에 그린 ‘천사의 날개’다. 날개 중간에 서면 누구나 날개 달린 천사가 된다.  ‘천사 날개’는 본래 이화마루텃밭 아래 계단 길에 있었다. 이것이 인기 TV 프로그램인 ‘1박2일’에 소개되면서 전국적인 명소로 떠올랐다. 이화벽화마을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었다. ‘천사 날개’는 프로그램 출연 배우의 이름을 따 ‘이승기 벽화’로도 불렸다. 

 

 

- 계단과 벽이 아름다운 벽화로 장식되어 있다 -   

 


  그런데 유명세 때문에 오리지널 ‘천사 날개’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관광객이 몰려들자 벽화 주변 주민들은 소음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어떤 관광객은 밤에 찾아와 속옷만 입은 채 기념사진을 찍는 통에 주민들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고 한다. 철거된 ‘천사의 날개’는 그 후 좁은 계단길이 아닌, 사람과 차량의 왕래가 빈번한 이면도로변에 다시 부활했다. 팬티만 입고 기념사진을 찍는 추태는 다행히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 어느 소녀가 천사의 날개를 달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

 


  ‘천사 날개’를 지나 내려가 굴다리에 이르면 굴다리 한쪽 벽면에 작업복을 입은 여성이 미싱으로 박음질하는 모습을 벽화로 그렸다. 이것은 이화동이 인접한 충신동, 창신동과 함께 반세기 전부터 동대문시장의 생산 기지였음을 알려준다. 동대문시장에서 판매되는 의류, 침구류, 신발, 수예, 커튼, 액세서리 등이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낙산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단순히 아름다운 그림만이 아니라 이 지역의 역사에도 초점을 맞추었음을 알 수 있다. 이곳 주민은 벽화를 보며 추억에 젖기도 하며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느낄 것이다.

 

-  작업복을 입은 여성이 미싱으로 박음질하는 모습 - 

- 한 소녀가 낙서의 벽에 무언가를 적고 있다 -

 

 

  이화벽화마을이 생기면서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커피와 음료수, 간단한 음식을 파는 가게가 많이 들어섰다. 언덕 좁은 길, 앙증맞게 앉은 집도 음료수를 팔고 있다. 잠시 들러 차 한 잔 나누며 이화벽화마을의 멋을 즐길 수 있다.

  이렇게 단장된 이화벽화마을이 최근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 영화 '오직 그대만', 예능 '1박2일'과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4'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서울 한구석 평범한 마을이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이곳을 찾는 주 고객은 대부분 젊은이들이다. 내가 골목을 내려오는 동안 만난 이들 중 절반은 중국이나 일본의 10대였다. 이들은 저마다 벽화를 배경으로 친구와 함께 혹은 셀카봉을 들고 추억을 남기기에 분주했다. 

 

-  언덕길을 따라 선물가게, 카페들이 들어서 있다 -



 
 골목집 문에 <쉿, 사람이 살고 있어요>라는 표지판을 붙여놓은 것을 보면 철없이 떠드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예술가들이 이곳 주민들에게 소소한 행복을 주기 위해 힘을 모아 벽화를 촘촘히 채워나간 것이 오히려 주민들의 생활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마음이 안쓰럽다. 

\

 - 귀여운 토끼가 물고 있는 것이 '쉿, 사람이 살고 있어요'의 팻말이다 -



  갑자기 앞으로 이화벽화마을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도시화 되는 서울의 한 마을의 건물들이 그대로 존속될 수 있을지, 아니면 철거될 것인지 말이다. 철거될 가능성이 높지만 통영의 동피랑마을처럼 마을을 보존하자는 여론이 형성되어 마을 철거방침을 철회하고. 벽화로 인하여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새로운 명소로 변모시킬 것인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예술의 향기가 넘치는 이화벽화마을은 그 존재자체로 아름답다 -

 

 

- 이화마을에서 내려다 본 주변 마을 풍경 -

 

 

 

<끝>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