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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인천. 경기

송강누리길, 길 위에서 역사·문학·자연을 공부하다

by 혜강(惠江) 2014. 7. 15.

 

고양시 송강누리길

길 위에서 역사·문학·자연을 공부하다



·사진 남상학

 

 

  일행은 송강누리길을 걷기 위하여 지하철 3호선 화정역 2번 출구로 나와 테마동물원쥬쥬 입구에 닿는 85번(고양동~공항동) 버스를 탔다. 제법 시골스런 풍경을 감상하며 20여 분 달려 테마동물원쥬쥬 입구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다리를 건너니 바로 테마동물원쥬쥬 입구다. 개천 뚝 초입에 송강누리길 안내판이 붙어있다. 이 길을 송강누리길이라 명명한 것은 구간 내에 송강마을이 있기 때문이다.

 

*구간 : 테마동물원쥬쥬~공릉천~월산대군사당~송강문학관~필리핀군참전비(5.86km)
*소요시간 : 1시간 40분

  고양시에서 개설한 '고양누리길'은 서삼릉누리길(이동거리8.28km, 소요시간 2시간 15분), 행주누리길(이동거리 1.9km, 소요시간 3시간20분), 송강누리길(이동거리 5.86km, 소요시간 1시간40분),  고양동누리길(이동거리 7.56km, 소요시간 2시간40분), 고봉누리길(이동거리 6.72km, 소요시간 2시간30분) 등 5개의 코스가 있는데 오늘 걷고자 하는 길은 송강 정철을 기리는 "송강 누리길" 이다.  송강누리길은 테마동물원쥬쥬(고양시 덕양구 관산동 290, 031-962-4500)에서 시작하여 곡릉천 뚝길을 따라 걷다가 월산대군사당, 송강마을을 지나 필리핀참전비에 이르는 구간이다.

 


테마동물원쥬쥬에서 공릉천을 따라 걷다

  송강 누리길의 첫 출발은 우측에 테마동물원쥬쥬를 두고 공릉천 뚝길을 걷게 되는데, 처음 3.2㎞의 구간은 공릉천을 따라 걸으며 주변의 들판을 구경하는 길이다.    출발점에 있는 테마동물원쥬쥬는 경기 고양시 덕양구 원당로458번길 7-42(고양시 덕양구 관산동 290번지, 전화 031-962-4500)는 국내 최초의 살아있는 동물 전문 박물관이다.  2002년 7월 개관 이래 콘크리트 문화에 찌든 아이들에게 최고의 체험학습 공간으로 선물하기 위해 설립한 동물원이다. 기존의 동물원에서는 우리 속의 동물들을 멀리서 보는 것에 만족했지만 쥬쥬에서는 동물들이 직접 우리 밖으로 나오기 때문에 관람객이 직접 만져보고 느껴볼 수 있다.  

  동물원에는 5m가 넘는 미얀마 비단구렁이 등과 파충류가 60여 종 500여 마리가 전시되어 있어 직접 만져보고 목에 걸어 볼 수 있는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다. 또한, 한국 토종민물고기가 전시된 민물고기연구관에서는 민물고기의 생태와 성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학습공간이 있다. 조류관에는 말하는 구관조가 ‘안녕하세요’, ‘하이’, ‘굿모닝’이라는 말로 관람객을 맞이하고 백색 대형 앵무를 직접 팔 위에 올려놓는 경험도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원숭이, 미니말, 당나귀, 염소에게 먹이주기 체험도 할 수 있다. 잠시 쉬려면 시원한 분수 줄기와 물새들의 귀여운 재롱이 벌어지는 수중생태공원을 이용해도 좋다.

  공릉천(恭陵川)은 경기도 양주시, 고양시, 그리고 파주시에 걸쳐 한강으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천연기념물인 원앙과 황조롱이를 비롯하여 수많은 철새와 식물들이 살고 있으며 지난 2006년 4월에 한강하구 습지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다. 공릉천이라는 이름은 파주시에 있는 파주 삼릉(공릉, 순릉, 영릉)의 공릉에서 유래하였다. 일제 강점기부터 반세기 넘도록 곡릉천이라 불렸는데, 이것은 일제가 민족 말살 정책에 앞서 임의로 하천 이름을 바꾼 것이다. 파주시의 요청으로 국토해양부가 곡릉천을 공릉천으로 다시 개명하면서 원래 이름을 회복했다. 

 

 



농원과 비닐하우스 지역을 지나

  왼쪽으로는 완만하게 흐르는 하천을 끼고 풀이 우거져 있고, 오른쪽은 갖가지 채소와 화초를 기르는 비닐하우스가 장관을 이루었다. 물결처럼 보이는 끝없는 비닐하우스는 원당화훼단지로, 원당화훼단지 비닐하우스에는 아름다운 화초들이 잘 자라고 있다. 길가에 살구나무, 사과나무, 탱자나무에 열매가 달려 있고, 능소화가 피어있어 시골풍경을 연출했다. 길가에 떨어진 살구를 주워보니 벌레를 먹어 먹을 수가 없다.

  길가에 세운 월산대군 표지판을 따라 원당교 직전에서 우회전하면 들판을 가로지르는 길이다. 비닐하우스, 장미원을 지나니, 경기도 고양시 능곡과 의정부시를 연결하는 교외선 철도 건널목이다. 건널목에는 신호등과 차단기 등이 그대로 서 있다. 2004년 KTX 개통과 함께 통일호가 폐지되면서 경제성없는 적자 노선에 통근열차마저 중단되는 등 10년간 도시의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교외선은 벽제·일영·장흥·송추 등 유원지가 있는 곳을 경유하므로, 주민 교통증진과 더불어 관광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재개통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500년 된 회화나무가 있는 월산대군 사당

   교외선 건널목을 지나면 오르막 길에 느티나무가 서 있는 물구리마을이 보이고 그 뒤로 숲이다.  잣나무, 소나무가 우거진 나지막한 산길로 들어서니 나무에서 나는 나무향이 풍겨온다. 숲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를 마시며 듣는 새소리는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해준다. 산길을 내려오니 조선 제9대 성종의 친형인 월산대군 사당이 한눈에 보인다.

  사당 건립시기는 정확하지 않으나 숙종 19년(1693) 이전에 세운 것으로 보이며 지금 있는 건물은 정조 10년(1786)에 고쳐 지은 것이다. 앞면 3칸·옆면 3칸 규모의 건물로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사람 인(人)자 모양을 한 맞배지붕으로 꾸몄다. 

 

  월산대군은 덕종의 맏아들이자 성종의 형으로 시호는 효문(孝文)으로, 성종 2년(1471)에 월산대군으로 봉해졌고 예종 즉위년인 1468년에 현록대부에 임명되었다. 그는 일찍부터 학문을 좋아하고 성품이 침착 결백하고 산수를 좋아했으며 부드럽고 율격이 높은 문장을 많이 지었다. 세조의 장손인 그는 두 번이나 임금의 자리에 오를 기회가 주어졌으나 결국 역사의 한켠으로 밀려난 비운의 왕자이다. 사당의 앞에는 보호수로 지정된, 수령 250년이 넘은 회화나무가 고고한 자태로 사당을 지키고 있다. 

 

 

 

 


문학의 향기가 묻어나는 송강마을 


  월산대군 사당을 지나니 바로 평지가 나타나는데 조금 걷다 보면 왼쪽으로 좌회전하게 되는데 도로 건너 송강시비(松江詩碑)가 보인다. 고양은 송강(松江)과 인연이 매우 깊은 곳이다. 송강은 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문신이자 시인이다. 당대 가사문학(歌辭文學)의 대가로서 ‘관동별곡(關東別曲)’ ‘사미인곡(思美人曲)’ ‘속미인곡(續美人曲)’ ‘성산별곡(星山別曲)’ ‘장진주사(將進酒辭)’ 등의 가사작품과 16수의 ‘훈민가(訓民歌)’를 남겼다.

 

  특히 '관동별곡'은 정철이 강원도 관찰사가 되어 강원도에 부임하면서 관동(강원도)의 아름다운 경치를 활달하고 호방한 문체로 써내려간 것으로 후일 '관동8경'이 모두 정철의 작품에서 연유한 것이다. 또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은 선조에 대한 간절한 충정을 한 여인이 지아비를 사모하는 마음에 비유하여 자신의 뜻을 우의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장진주사'는 애주가로 이름 높고 또 호방하였던 송강의 성격이 드러난 작품이기도 하다.

  지금의 송강마을이 있는 신원동 매봉산 일대는 송강의 아버지 정유침(鄭惟沈)과 아들 기명(起溟)의 묘가 있다. 송강이 부모의 상을 당하여 이곳에서 시묘살이 3년을 했고, 장자인 아들 기연의 사망으로 시묘를 했던 곳이다. 그리고 그가 말년에 탄핵을 받아 3년간 은둔한 지역이자 마지막 숨을 거둔 곳이기도 하다. 송강 정철의 묘도 원래 이곳에 있었으나 73년인 1665년(현종 6) 송시열(宋時烈)이 충북 진천군으로 이장했다. 따라서 송강마을을 중심으로 한 신원동 일대에는 송강 정철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으로 송강고개·송강낚시터·송강보 등 송강 정철과 관련된 지명이 많다.

  마을 입구인 39번 국도변 송강공원에 송강 정철 시비(詩碑)가 여러 개 세워져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최근 공릉천이 경기도 '고향의 강 정비사업'의 대상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하천 가꾸기 사업이 시작되자 고양시의 대표향토사학자이자 신원동 송강마을의 이은만(73) 송강문학관 관장은 경기도 건설본부에 "공릉천은 조선 중기 정치가이자 문인인 송강 정철이 낚시를 하러 다녔던 개천인 만큼 근처에 시비(詩碑)를 세워 기념하자"고 건의했고 이것이 통과되면서 '송강 시비 공원' 조성이 가능해졌다.

  송강 시비 공원은 개인과 단체의 후원을 받아 100개의 시비를 세워 조성할 예정으로, 시민들은 공릉천 산책 시 20~30m 간격으로 송강의 가사 작품과 한시를 읽으며 걸어갈 수 있게 만든다는 계획이다.   가사 작품은 그 길이가 길어 시비에 다 새길 수가 없으나, 그의 훈민가는 삼강오륜(三綱五倫)의 유교적 윤리를 내용으로 하면서도 단가 형식의 시조(時調)이므로 시비에 새기기도 수월하다.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
    두 분 곳 아니면 이 몸이 살았으랴
    하늘 같은 은덕을 어데다혀 갚사오리  
             
    형아 아우야 네 살을 만져보아
    뉘 손대 타나관대 양자조차 같아산다           
    한 젖 먹고 길러나이서 딴 마음을 먹지 마라             

    임금과 백성과 사이 하늘과 땅이로되
    나의 설운 일을 다 알려고 하시거든
    우린들 살진 미나리를 혼자 어찌 먹으리  

    어버이 살았을 제 섬길 일을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찌하리
    평생에 고쳐 못 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

    한 몸 둘에 나눠 부부를 삼기실사 
    있을 때 함께 늙고 죽으면 한데 간다
    어디서 망령의 것이 눈 흘기려 하나뇨

    간나이 가는 길을 사나이 에돌듯이
    사나이 예는 길을 계집이 치돌듯이
    제 남진 제 계집 아니거든 이름 묻지 말구려


    네 아들 효경 읽더니 어도록 배웠느냐
    내 아들 소학은 모레면 마칠 거다
    어느 때 이 두 글 배워 어질 것을 보려뇨

    마을 사람들아 옳은 일 하자스라
    사람이 되어 나서 옳지옷 못하면
    마소를 갓 고깔 씨워 밥 먹이나 다르랴

    팔목 쥐시거든 두 손으로 받들리라 
    나갈 때 계시거든 막대들고 쫓으리라                          
    향음주 다 파한 후에 뫼셔 가려 하노라

    남으로 삼긴 중에 벗같이 유신하랴
    나의 왼 일을 다 이르려 하노매라                     
    이 몸이 벗님곳 아니면 사람 됨이 쉬울가

    어와 저 조카야 밥 없이 어찌할고
    어와 저 아잡아 옷 없이 어찌할고
    머흔 일 다 일러스라 돌보고자 하노라


    네 집 상사들은 어도록 차리산다
    네 딸 서방은 언제나 마치나산다
    내게도 없다커니와 돌보고자 하노라

    오늘도 다 새거다 호미메고 가자스라
    내 논 다 매거든 네 논 좀 매어주마
    올 길에 뽕 따다가 누에 먹여 보자스라

    비록 못 입어도 남의 옷을 앗지 마라
    비록 못 먹어도 남의 밥을 빌지 마라
    한 적곳 때 시른 후면 고쳐 씻기 어려우리             

    상륙 장기 하지마라 송사 글월 하지 마라
    집 배야 무슴 하며 남의 원수 될 줄 어찌     
    나라가 법을 세우사 죄 있는 줄 모르는다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풀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니 돌이라 무거울가
    늙기도 설워라커든 짐을조차 지실가 

 

   '훈민가'는 정철(鄭澈)이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한 이후 백성을 가르치고 일깨우기 위하여 지은 열여섯 수의 연시조로 계속되는 송강공원의 시비 공사와 함께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도 송강시비공원은 공사 중이다.

  송강마을 진입로를 따라가면 송강 문학관을 관람할 수 있는데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내부수리중' 팻말을 걸어놓고 문이 닿혀 있어 관람을 하지 못했다. 이은만 관장은 자신의 사재를 털어 송강마을에 마련한 송강문학관에 살면서 매년 송강문화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한 사람의 의지와 집념이 송강마을을 풍요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송강문학관을 나와 송강시비에서 음식점들이 있는 샛길을 따라 고양송강누리길을 가다보면 실개천이 흐르는데 이것이 능골천이고, 이길을 가다보면 공릉천과 만나는데 교외선 철길과 하천의 수중보가 나온다. 송강정철의 이름을 딴 송강보다. 하천물이 고이도록  보(洑)가 설치되고 물고기가 통행할수 있도록 어도도 설치되어있다.

  얼마를 걷노라니 메타세콰이어 길로 향한다. 공릉천을 하천을 따라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하천 쪽으로 펼쳐진 탁 트인 풍광이 송강 누리길의 정취를 돋보이게 한다. 공릉천을 따라 설치된 넓은 운동장이 나타난다. 오후의 여름 더위 탓인지, 농사일 탓인지 운동하는 사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텅 빈 운동장이다.

 

 


 

통일로 변에 우뚝 선 필리핀참전용사비


  그 뒤로 서울에서 파주로 향하는 통일로를 따라 달리는 크고 작은 차량이 눈에 들어오고 길가에 우뚝 선 탑이 송강누리길의 종점인 필리핀참전비(경기 고양시 덕양구 관산동 산 97-6번지)다. 유엔 회원국인 필리핀은 6.25 전쟁이 발발한 후 1,496명이 전투에 참가하여 전사자 92명, 부상자는 299명이었다. 필리핀 참전기념비는 한국전쟁 당시 숨진 필리핀참전용사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1974년 국방부에서 제작한 것이다. 이곳은 통일로 휴게소(대한민국 6·25 참전유공자회)가 있다.

 

  송강누리길은 역사와 시골농촌의 자연을 함께 느껴며 시간이 날 때마다 지인들과 함께 걸어보고 싶은 길이었다. 일행은 더위를 식히며 인근에 있는 <통일옥>에서 늦은 점심을 들고 송강누리길 걷기를 마무리했다. (문의처 : 고양시청 관광개발과 관광홍보팀 : 031-8075-3411)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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