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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인천.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 희원(熙園)에서 한국정원의 진수를 맛보다

by 혜강(惠江) 2014. 9. 2.

 

용인 호암미술관

희원(熙園)에서 한국정원의 진수를 맛보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가실리

 

 

·사진 남상학

 

 

 

 

  호암미술관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李秉喆)이 1965년 삼성미술문화재단을 설립한 후, 자신이 수집한 고미술품 천 2백여 점을 기증하고 자신의 아호를 따서 미술관을 지어 1982년 4월 22일에 개관하였으나, 아직 못 가 본 터라 하루 문화관광 코스로 잡았다.


  도심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전통문화의 계승과 민족문화의 우수성을 재조명하기 위해 개원한 호암미술관을 방문한다는 것 자체가 가슴 설레는 일이기도 했으나, 진입하는 길이 줄곧 울창한 숲길이어서 자연과 더불어 한국 전통 예술을 만난다는 호기심이 즐거움을 더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다가서니 양쪽으로 한국 담장을 둘러 세운 기와를 올린 출입문이 나타났다. 보화문(葆華門)이라 했다. 덕수궁 유현문에 착안하여 전돌로 쌓아 올렸으며, 한국 전통 문양을 새겨 장식하였다. 보화문을 들어서면 희원 여행의 시작점이다. 수려한 자연 경관 속에 자리하고 있는 호암미술관은 전통한옥 형태의 본관 건물과 한국식 전통 야외정원 '희원(熙園)', , 호수가의 '수변광장', '석인의 길'로 이루어져 있다. 

 

 

 


  채도를 달리하는 전돌을 쌓아 만든 높다란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호암미술관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정원, 희원(熙園)이다. 1997년 5월 23일 개관한 야외정원 희원(熙園)은 2만여 평의 규모로 대문·석단·정자·연못·담장 등의 전통 건축요소를 살리고 석탑·석불·벅수 등을 배치하였으며, 자생 수목과 화초를 심어놓아 한국식 정원의 미감을 되살리고 있다. 이곳에선 차경(借景·주위 풍경을 정원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의 원리를 바탕으로 자연에 순응하는 한국 전통정원의 멋을 만끽할 수 있다.

  호수와 벚꽃나무가 이어지는 가로수를 따라 진입하는 길은 우리나라 전통정원의 깊은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희원은 약 6만 6,000㎡(2만여 평) 대지 위에 정자와 물이 어우러지고 석물과 꽃나무가 조화를 이루는 거대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벅수라 부르는 다양한 모양의 돌장승들이 짝을 이루어 서 있다. 고사리와 꽃무릇 사이에 다소곳이 서서 손님에게 인사하고 길을 안내한다. 돌장승은 예전부터 마을 어귀나 들녘에 사람들의 안녕과 소망을 담아 세워두던 것이다. 희원에는 모두 100여 쌍에 이르는 벅수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너른 매화나무 숲에 둘러싸인 초록의 공간을 지나면 담쟁이 넝쿨을 두른 담장에 둘러싸인 작은 정원 소원(Smail Gaden)을 만난다. 꽃을 사랑하는 어느 여인이 가꾸는 뒤뜰인 양 원추리, 노루오줌, 백합 들이 화사함을 다툰다. 담을 돌아가면 작은 연못과 관음정이 서 있다.  가실리 옛 지형을 살려 만든 연못 중앙에 두 발을 담근 채 멀리 앞산을 조망하고 있는 한 칸의 정자 관음정은 창덕궁 후원의 애련정을 본떠 만든 것인데 물에 비친 모습이 운치 있다.

 

 

 

  연못을 지나 만나는 넓은 마당에는 희원의 중심 정원 주정(Main Gaden)이다. 그윽한 연꽃향이 번지는 법연지 앞에 서면 희원은 그 품을 더욱 활짝 열어 보인다. 중앙의 네모난 연못(법연지)에는 푸른 연잎으로 덮여 있고, 연못 중심으로 작은 폭포와 계류, 대석단과 화계, 관조의 미를 보여주는 호암정이 법연지와 짝을 이루며 조성되어 있다.  연못과 뜰이 어우러지는 정원은 화려한 빛깔의 공작새가 자유롭게 거니는 환상적인 장소이다. 희원의 야외정원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휴식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희원에서 화강암 계단을 오르면 호암미술관 앞 잔디마당(양대와 월대)을 받치고 있는 석축 기단을 만난다. 모양과 크기가 조금씩 다른 거대한 돌에 무늬까지 들어가 있어 ‘꽃돌’이라고도 불린다. 전국 각지에서 공수해 와 쌓아 올린 것이라 한다.

 

  하얀 꽃들이 피어난 듯 무늬가 선명한 돌들이 마치 살아 있는 듯 이야기를 건네고, 그 틈에서 자라난 기린초와 담쟁이가 거대한 석축 기단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기단 앞으로는 석조당초문광배 등 불교 조각상들이 서 있어 경건함까지 느껴진다.

 

  잔디마당을 거느리고 있는 호암미술관 본관은 우리나라 고미술의 아름다움을 담은 공간이다. 불국사의 백운교를 연상시키는 아치형 석조 기단과 푸른색 기와가 조화를 이룬 인상적인 호암미술관은 연건평 1천300평에 지상 2층, 지하 1층의 건물로 사무실과 320평 규모의 전시실을 갖추고 있으며 고서화·도자기·금속유물 등 1,200여 점의 유물이 상설로 전시되어 있다.

 

 

 


  본관 1층에는 연중 2회 '테마전'이 열리는 기획전시실과 상설 불교미술실이 있고, 2층에는 산수화와 인물화, 도자기가 상설전시되고 있다. 도자기와 공예품 중심의 소장품은 모두 보물급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는 최고의 작품들이다.  

  소장품은 이병철이 기증한 수집품을 기반으로 계속 확충되어 현재는 선사시대 유물로부터 근대미술품에 이르기까지 전통 한국미술의 다양한 영역을 광범위하게 포괄하고 있다. 소장품의 범위는 토기·도자기·금속·서화·목기·석물 등으로 총 1만 6,000여 점에 달하며, 그중에서도 도자기와 민화는 체계적이고 수준 높은 소장품 구성으로 유명하고 희귀한 고려 시대의 불화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마침  전시회는 '동자, 그 순수와 행복의 얼굴'이라는 주제로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특히 동자는 동양예술사를 통틀어 매우 드문 소재 중 하나인데, 특이하게 한국의 전통 미술에서는 중국이나 일본과 비교해 동자를 소재로 한 작품 수가 눈에 띄게 많다. 이는 우리 조상이 동자가 지닌 ‘순수한 동심’의 모습을 그만큼 사랑한 까닭이 아니었을까?

 

  이곳에선 삼국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동자를 소재로 한 작품을 한 곳에 볼 수 있다. 순수의 상징인 동자를 소재로 한 작품 통해 잠시나마 동심의 세계로 돌어가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전시관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작품 설명을 보면서 찬찬히 둘러볼 수 있었다.

 

 

 


  아시아권 국가 중에서 유독 동자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은 우리나라에도 동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이 <동자견려도>는 개울가 옆에서 나귀를 끌고 가려는 동자와 가지 않으려고 버티는 나귀의 모습이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다. 동자는 곧 자연, 순수, 탈속성을 상징하고 나귀는 현실세계를 의미한다고 알려져 있는 이 작품은 해학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고 하겠다.  

  한편, 본관에는 관람객들이 보다 편안하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2층 라운지에는 휴식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희원에는 찻집이 마련되어 있으며, 주차장에 위치한 기념품점에서는 다양한 아트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전시관에서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과 전시안내를 이용하는 것은 미술품을 더욱 즐겁게 바라보는 방법이 될 것이다.

  자료에 의하면, 호암미술관은 개관이래 여러 기획전을 개최하였는데 주요전시로는 ‘민화걸작전’(1983.4.), ‘조선백자전’(1983.9.), ‘조선백자전 Ⅱ’(1985.4.), ‘조선백자전 Ⅲ’(1987.4.), ‘분청사기명품전’ 등을 개최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또, 학술활동으로는 우선 유적발굴조사가 있었는데, 주요발굴로는 용인서리도요지, 군포산본도요지(1990), 공주학봉리도요지(1992), 화성마하리고분(1996) 등이 있으며 각기 보고서가 간행되었다. 그밖에 연구원들의 다양한 연구성과를 모은 『연구논문집』이 1996년부터 매년 출간되고 있다.

  나는 품격 있는 한국 고미술품을 둘러보고 아쉬운 마음으로 희원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들어올 때와는 또 다른 풍경이 발길을 잡는다. 멀리 보이는 산자락보다 더 높이 하늘로 뻗어나간 소나무도 눈에 들어오고, 돌틈을 따라 졸졸 흐르는 작은 계곡에 무리지어 피어있는 야생화가 더욱 정겹다. 울타리를 치고 가꾼 꽃밭이 아니라 벅수 옆에, 석물 앞에 피어나는 꽃들이라 자연스런 멋이 전해진다. 

  한때 혹자는 재벌그룹이 치부의 한 방편으로 미술품을 수집한다고 비난했으나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평생을 공들여 수집한 작품들을 이렇게 아름다운 공간에 전시할 수 있다면 재산의 유무를 막론하고 세상에 무엇인가를 남기는 기쁨으로 행복할 것 같다. 아울러 어디 내놔도 전혀 손색없는 아름다운 환경 속에서 전통문화를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것 또한 우리 모두의 행복이라면 굳이 비난해야 할 이유가 아닐 것이다.

 

 



<가는 길>


* 자가운전영동고속도로 마성IC → 에버랜드 이정표 보고 진행 → 호암미술관 이정표 보고 진행
* 대중교통 : 서울 좌석버스 : 5002번(강남역), 5700번(강변역), 1113번(천호동), 1500-2번(분당 경유)수원, 용인 일반 버스 : 670번, 66번, 66-4번.
※ 에버랜드 정문 앞에서 하차한 후 매시 정각에 출발하는 미술관행 셔틀버스 이용


<요금> 개인(대학생 포함) 4,000원, 단체 3,000원 / 청소년 3,000원, 단체 2,000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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