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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서울

서촌 탐방(3) - 이항복(李恒福) 집터 필운대와 배화여고 생활관

by 혜강(惠江) 2014. 6. 13.

서촌 탐방(3) 

 

이항복(李恒福) 집터 필운대와 배화여고 생활관

 

 

글·사진 남상학

 

 

 

 

이항복 집터 필운대(弼雲臺)

서울특별시 종로구 필운동



  사직공원에서 사직단과 단군성전을 둘러보고 황학정을 탐방한 후 필운대를 찾기로 했다. 이항복의 집터인 필운대를 보려면 필운동 배화여자고등학교 구내로 들어가야 한다. 배화여고 인근에는 우리나라 최초 공립 도서관인 종로도서관과 최초 공립 보통학교인 매동초등학교가 있다.

 

  배화여고 구내매점을 돌아 배화여고 별관 뒤로 오르면 바로 암벽이 나오고, 그 암벽에 ‘필운대’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조선 선조 때의 재상 백사(白沙) 이항복(李恒福, 1556∼1618)이 자신의 집 뒤 바위에 그의 호인 ‘필운’을 따서 ‘필운대’라고 써놓고 학문과 정치를 연구했던 곳이다. 

  흔히 오성대감이라 불린 그는 죽마고우인 한음(漢陰) 이덕형(李德馨, 1561∼1613)과의 기지(機智)와 작희(作戱)에 얽힌 일화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병조판서·이조판서로서 홍문관·예문관 대제학 등을 겸임하는 등 여러 요직을 거치면서 안으로 국사에 힘쓰고 밖으로 명(明)나라 사신의 접대를 전담하였다. 특히 임진왜란 때에는 선조를 모시고 의주까지 호종했고, 명군(明軍)에게 도움을 청할 것을 적극 건의했으며, 명군과의 교섭에서 능란한 외교를 벌였던 인물이다. 난리 후 우의정을 지냈으며 청백리(淸白吏)에 선정되었다.

  광해군이 즉위한 후에도 정승의 자리에 있었으나, 대북파(大北派)들과는 정치적 입장이 달랐으며 1617년 이이첨(李爾瞻) 등 강경 대북파가 주도한 폐모론(廢母論)에 적극 반대하다가 1618년 삭탈관직되었다. 이후 북청(北靑)으로 유배되었다가 그곳에서 죽었다. 귀양가는 길에 자신의 억울한 심정을 표현한 시조가 유명하다.      

  철령(鐵嶺) 높은 봉에 쉬어 넘는 저 구름아             
  고신원루(孤臣寃淚)를 비 삼아 띄었다가             
  님 계신 구중심처(九重深處)에 뿌려 본들 어떠리

 
  암벽 왼쪽의 "弼雲臺" 글씨는 누구의 것인지 미상이나 이항복의 글씨라기보다는 이유원의 글씨로 추정된다. 암벽 가운데 새겨진 시구(詩句)는 이항복의 후손 귤산(橘山) 이유원(李裕元,1814∼1888)이 고종 10년(1873) 이곳에 들러 조상의 자취를 보고 느낌을 적은 것으로 이유원의 장기인 예서(隸書)로 새겨져 있다. 이유원은 고종 때 영의정을 지냈으며 경복궁 광화문의 상량문도 그가 지었다.

  我祖舊居後裔尋   (아조구거후예심)
  蒼松石壁白雲深   (창송석벽백운심) 
  遺風不盡百年久   (유풍부진백년구) 
  父老衣冠古亦今   (부노의관고역금) 
  癸酉月城李裕元題
白沙先生 弼雲臺(계유월성이유원제백사선생필운대)

  우리 조상 옛집에 후손이 찾으니 
  푸른 솔과 돌 벽에 흰 구름 깊네 
  남기신 풍모 백년 넘게 오래이니 
  노인장의 의관은 예나 지금이나
  계유년 월성 이유원이 백사선생의 필운대에 제하다.

 

  이제는 학교 건물에 가려 필운대의 진경을 볼 수 없어 아쉽기만 하다. 그래도 배화여고 생활관 근방에서 건물 사이사이로 언뜻 보이는 풍경들이 옛날의 명성을 짐작케 한다. 

 

 

겸재의 그림 '필운대'



근대문화 유산 배화여고생활관

 

서울특별시 종로구 필운동



  한편 필운동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배화여고는 1898년에 설립된 배화학당을 계승하고 있는 학교로서 근대문화유산 93호로 등록된 건물이 있다. 역사성 깊은 건축물이다. 붉은색 벽돌로 지은 이 건물은 반지하와 다락방이 있는 서양식 건축물이다.

  이 건물은 1916년에 현재의 자리로 배화학당이 이전해 온 해에 선교사 주택으로 지어진 건물인데, 그 후 배화여고 생활관으로 쓰이다가 1971년부터 동창회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건물은 서양식 붉은 벽돌건물로 지어졌지만, 지붕은 기와를 얹어 한옥과 서양식건축물이 복합된 매우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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