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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및 정보/- 베트남, 필리핀, 인니, 말레이

베트남 닌빈, 땀콕(Tam Coc)에서의 신선놀이

by 혜강(惠江) 2012. 10. 16.

 

베트남 닌빈

 

땀콕(Tam Coc)에서의 신선놀이

 

 

·사진 남상학 

 

 

 



  닌빈의 하이라이트는 땀콕(Tam Coc) 여정이다. 닌빈 시내에서 15분 거리에 위치한 선착장에서 전통적인 대나무 배인 ‘삼판’이라고 불리는 나룻배를 타고 수로를 따라 이 일대를 둘러보는 일은 닌빈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 코스다.

 

어젯밤 하노이에 도착하여 호텔에서 1박하고 첫 여정으로 닌빈으로 향했다. 닌빈은 하노이에서 남쪽으로 1번국도를 따라 1시간 40분가량 약 93Km를 내려간다. 그곳에 미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닌빈(Ninh Binh) 지방의 호아루가 있다. 현지에서는 이곳을 ‘세 동굴’이라는 뜻의 탐콕(Tom Coc)이라 부는데, 신비한 자연 풍경이 하롱베이와 닮았다고 해서 논 숲의 하롱베이(Halong Bay in the rice paddy) 또는 육지의 하롱베이 등으로 부른다. 그만큼 닌빈의 첫 인상은 하롱베이와 흡사하다. 이는 이 일대가 지질학적으로 중국 남서부의 석회암 지대에 속해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닌빈에서 시작된 이러한 지세가 하롱베이를 거쳐 중국 계림까지 뻗어 있다고 한다.  

  닌빈은 고대 베트남의 유적지로 과거 베트남인들이 프랑스, 미국 등 외세의 침략에 맞서 싸우며 독립의 열망을 키웠던 곳이기도 하다. 1973년 1월 파리의 휴전협정이 성사되어 외세가 물러갈 때까지 이곳 호아루 지역은 민족정기와 독립정신을 고취시킨 고향으로서 그 정신적인 지주의 역할을 다하였다.

 

 특히 미국과 전쟁을 할 당시에는 숲 속 깊은 곳에 전쟁 포로들을 숨겨 찾는데 애를 먹이는 등 전쟁에 이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곳이기도 하다.  겉으로 보기엔 매우 조용하고 한가로운 곳이지만 이들의 강인한 독립 정신을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를 갖게 한다. 그러나 지금은 훼손되지 않은 자연경관으로 많은 여행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그러나 닌빈의 하이라이트는 땀콕(Tam Coc) 여정이다. 닌빈 시내에서 15분 거리에 위치한 선착장에서 전통적인 대나무 배인 ‘삼판’이라고 불리는 나룻배를 타고 수로를 따라 이 일대를 둘러보는 일은 닌빈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 코스다. 삼판(sampan)배는 비교적 평평한 바닥의 나무배로 길이가 3.5∼4.5m 정도 되는 작은 배다. 한두 사람의 사공이 보통 2,3명을 태우는 것이 고작이다. 대부분의 한국 관광객들은 여행사에서 나눠준 베트남 전통모자인 논(non)을 쓰고 멋을 부렸다.


  삼판배의 여자 사공은 처음에는 장대로 배를 밀고 가다가 나중에는 노를 저어 간다. 여자사공이 노를 젓는 삼판배를 타고 좁은 수로를 따라가자니 제법 운치가 있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소동파(蘇東坡)의 적벽(赤壁)놀이도 이런 기분이었을 것이다. 중국 북송(北宋)말의 문인 소동파(蘇東坡, 1036-1101)는 유배지인 후베이 성(湖北省) 황저우(黃州)의 창장 강(長江:양쯔 강)에 배를 띄워 적벽에서 선유(船遊)하면서 <전적벽부〉를 짓고 이어〈후적벽부〉를 지었다.

  전편은 적벽에서 벌어졌던 삼국시대의 고사를 생각하고 덧없는 인생에서 벗어나 자연과의 합일을 노래한 것이고, 후편은 적벽야유(赤壁夜遊)의 즐거움을 구가한 것이다. 그는 “한 조각배가 가는 대로 맡겨 아득히 너른 바다를 흘러가노라니, 하도 넓어 허공에 의지한 듯 바람을 탄 듯 멈출 곳을 모르며, 두둥실 세상을 버리고 홀로 서서 날개 돋아 신선 세계에 오르는 듯하니, 매우 즐거워 술 마시고 뱃전을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다.” 나는 소동파를 떠올리며 흥에 겨워 콧노래를 불렀다.

 

  수로를 따라 각종 수초와 연꽃 등 다양한 식물들이 둥둥 떠 있는 반상강 줄기를 헤치며 기암괴석의 절벽 옆으로 오르면 작은 수상동굴이 나타난다. 이 수상 동굴 속을 휘돌아 나오는 시간이 잠간인데도 더위로 흐르는 땀을 한 순간에 날려준다. 수로의 깊이는 고작 어린 아이  키 정도, 수초가 자라 물 위로 올라오는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수상동굴 입구에선 몇 명의 장정이 물속에서 배의 진행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수초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동굴 안에서 한 바퀴 돌아 온 길을 따라 다시 내려온다. 배를 직접 젓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했더니 여인이 선뜻 노를 내준다. 어렸을 때 노를 저어본 경험이 있기에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고정된 고리가 아닌, 노끈으로 만든 끈에 노를 넣고 젓자니 힘을 제대로 받지 못해 헛손질하는 기분이었다. 노 젓는 기분을 제대로 느껴보지도 못하고 노를 다시 건네주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사공 여인이 한 움큼의 우리 돈 천 원짜리 지폐를 들고 달러로 바꿔달라고 한다. 한국여행객들이 팁으로 준 돈을 미화로 환전하려는 것이다. 동승한 장호찬 교장이 천 원짜리 아홉 장을 받고 10달러를 건네주니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고맙다고 목례를 한다. 소박한 베트남 여인의 마음이 엿보였다.


  닌빈에서의 유람을 마친 우리는 버스를 타고 다음 여행의 목적지인 하롱으로 이동했다.  하롱까지는 2번 휴게소에 들리고 대략 6시간 정도 이동한다. 차창 밖의 풍경은 벼가 한참 익어가는 한국의 농촌과 별로 다름이 없다. 베트남 북쪽인 하노이 근처에선 2모작 벼농사가 가능하다고 한다. 산도 없고 별로 변화가 없는 풍경을 바라보며 좀 지루한 여행이 계속되었지만, 자연경관이 수려한 하롱베이를 볼 수 있다는 기쁨에 들떠 좀처럼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 2명 1조로 삼판배를 타고 수로를 오르는 관광객들

 

* 신선놀음이 따로 없는 뱃놀이에 시름을 놓다.

 

 

* 수로를 따라 각종 수초와 연꽃 등 다양한 식물들이 둥둥 떠있는 주변 풍경

 

 

* 수로 옆 암반은 석회암으로 침식된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 삼판배는 그리 넓지 않은 동굴을 휘돌아 출발한 지역으로 다시 돌아간다.

 

 

* 돌아오는 도중에 서양 사람들이 탄 배들을 만났다.  

 

 

* 내가 노를 저어보지만 마음대로 되질 않아 바로 교대했다. 모든 일은 전문가가 따로 있는 법!  

 

 

* 같은 배에 동승했던 장호찬 교장님, 무얼 뚫어져라 바라보시는지 너무 진지하다.

 

 

* 뒤를 돌아보니 우리 팀의 마지막 배엔 감삼봉 교장님 부부가 타고 있다.

 

 

* 1시간 30분간의 신선뱃놀이를 마치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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