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둘레길(13~14구간)
송추마을길-산너머길
청정한 계곡과 탁 트인 전망에 매료되다.
글·사진 남상학
북한산둘레길 걷기 다섯째 날이다. 오늘은 13구간인 송추마을길과 14구간인 산너머길을 걷는 날이다. 송추마을길 5.3㎞, 산너머길 2.3㎞ 합하여 7.6㎞을 걷는 길이다. 그러나 산너머길은 사패산의 6부 능선까지 올라야 하는 힘든 구간이므로 시간은 두 길을 합하여 3시간 50분 소요된다.
13구간(송추마을길) : 청정한 송추계곡, 원각사 계곡을 따라 걷는 길(5.3㎞, 약 2시간 40분)
송추마을길은 군부대 시절의 추억과 시골의 정취와 아울러 청년시절 교외선을 타고 송추계곡을 드나들던 추억이 서린, 수도권 휴양지 송추계곡의 청정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아울러 깊은 산속에 자리 잡은 원각사 계곡을 탐방하는 길이다.
오늘의 북한산둘레길 걷기는 13구간부터 시작하게 되므로, 회원 중 사정이 있어 좀 늦은 시간에 모였다. 11시 30분 구파발 1번 출구에서 버스(704, 34번)를 타고 석굴암 입구(교현우이령길 입구)에 하차했다.
어제까지 한낮에도 영하의 기온이었으나 다행히 영상의 기온으로 올라 걷기에는 적당했다. 그러나 하늘이 잔뜩 흐려 낮 동안 눈이 올 것이란 예보가 있어 좀 걱정이 된다. 13구간의 들머리는 교현우이령길 입구에서 우이령길로 들어서지 않고 의정부로 향하는 4차선포장도로를 따라 걷게 된다.
SK오봉주유소, 샛골교, 거창농원 옆을 지나면 제72보병사단(올림픽부대) 앞이다. 앞만 바라보고 걷다가 보병사단 앞에서 정문 쪽을 바라보면 부대 정문을 배경으로 우람한 북한산의 산세가 시야에 들어온다. 매일같이 저 웅장하고 늠름한 형세를 바라보는 이곳 장병들은 저절로 용맹한 기질을 얻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올림픽회관 앞을 지나면서 둘레길은 호젓한 길로 도시외곽순환도로 송추I.C 쪽으로 산길 입구로 접어들면 잘 가꿔진 무덤들이 평화롭게 보이고 이어 송추마을길 아치를 통해 산길로 오르면 참나무, 단풍나무가 우거진 오르막길이다. 엊그제 내린 눈의 잔설이 희끗희끗한 지능선을 따라 군대가 주둔했던 터에 오르면 녹슨 철문과 초소의 자취가 나무숲에 보이고, 그 옆으로 초병이 경계근무를 서는 초소를 만나게 된다.
이어 둘레길은 안부사가리, T자삼거리를 지나 내리막길에서 북한산 오봉탐방지원센터까지 이어진다. 이 지원센터는 여성봉, 오봉, 관음암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있다.
도봉산 주능선에서 뻗어내린 지능선인 오봉능선은 주능선에서 오봉에 이르고, 오봉에서 송추쪽으로 뻗어내린 송추남능선에 오봉이 솟아 있다. 오봉이 우람한 남성을 상징한다면 오봉에서 뻗어내린 여성봉은 수줍은 듯 오봉을 오려다 보는 형세이다. 여성봉을 오르는 암반은 여성의 엉덩이를 상징하는 모양이다.
송추역에서 보면 앞쪽으로 툭 튀어나와 돌출 모양이며, 그 뒤로 오봉의 5개 봉우리가 선명하게 하늘금을 긋고 서 있다. 해발 490m정도, 산행거리도 송추에서 2.5km, 약 1시간반이면 간단히 올라갈 수 있는 아주 평탄한 등산코스다. 간간이 여성봉으로 오르는 등산객들이 보인다. 둘레길을 걷는 일이 아니라면 다라 오르고 싶은 생각이 불쑥 든다.
날씨가 그리 춥지 않아 우리는 지원세타에서 끓는 물을 얻어 벤치에 앉아 김밥에 라면, 떡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이런 곳에서 먹는 컵라면과 뜨끈한 커피는 항상 제맛이 상이다. 뜨끈한 국물과 커피를 마시니 속이 풀리는 것 같다.
여기서 둘레길은 산으로 오르지 않고 송추이주단지 조성예정지를 지나 송추계곡으로 내려선다. 북한산 국립공원 내에 속해 있는 송추유원지는 약 4km 구간에 걸쳐 계곡미를 뽐내고 있다. "송추(松湫)"라는 이름은 소나무, 가래나무가 많은 곳이라는 뜻으로 붙였졌다고 한다.
송추계곡은 일찍부터 알려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오던 곳으로 지금은 송추유원지로 개발되어 휴양지로서, 많은 도시민들의 피로를 씻어주는 휴양지이다. 송추유원지에는 수영장, 낚시터, 각종 놀이시설, 식당 등의편의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으며, 부근의 농원에서는 계절에 맞추어서 딸기, 복숭아, 포도 등의 과일들이 생산되고 있어 주말이 되면 가족나들이를 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교외선이 끊어진 뒤로는 예전의 명성이 퇴색해 가는 느김이다.
여름 같으면 수도권 유원지로서 북새통을 이룰 계곡이지만 계곡의 물도 마르고 인기척조차 없어 송추계곡은 을씨년스럽기 그지없다. 다행한 것은 종전에는 계곡 주변에 난립한 건물과 무분별한 취사와 목욕 등으로 지저분하고 오염이 심각하였으나 이제는 주변의 하천이 정비되고 식당들도 새롭게 단장하여 깔끔했다. 2001년부터 특별보호구를 도입, 관리한 덕분이라고 했다.
음식점이 늘어선 송추계곡 길을 따라 내려오면 도시외곽순환도로 교각 밑, 국립공원 주차장에 이르고, 다시 39번 큰 도로를 따라 걸으면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들어선다. 군부대와 사유지 등으로 숲을 벅어난 구간이 끝나고 이어 9200부대(정예백호대대) 앞을 지나 원각사/사패산 등상로 입구에 이르고, 원각사진입도로에서 원각사 입구까지 2.3㎞를 진행하면 꽤 긴 거리인 송추마을길은 끝나고 14구간 산너미길 들머리가 된다. 안골계곡 2.3㎞를 알리는 이곳 원각사 입구에 도달하면 송추마을길은 끝이나고 이어 14구간인 산너미길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14구간(산너머길) : 사패산 능선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일품(2.3㎞, 약 1시간 10분)
원각사 입구에서 안골계곡가지 이어지는 14구간 ‘산너미길’은 계속 산길이다. ‘산을 넘는다’는 의미로 ‘산너머길’이라 명명한 둘레길 14구간은 사패산의 깊은 속내를 살펴볼 수 있다.
사패산은 도봉산 줄기의 북쪽 맨 끝에 있는 암산으로, 조선 선조의 여섯째딸인 정휘옹주(貞徽翁主)가 유정량(柳廷亮)에게 시집갈 때 임금이 하사한 산이라고 하여 사패산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설과 산 아래 마패를 제작하는 곳이 있어 그 지명이 유래되었다는 두 가지 설이 있으나 확인할 길이 없다.
원각사 입구에서 산길로 이어진 계곡은 깊고 한적하다. 다른 길에 비해 오르내리는 경사가 심해서 좀 힘든 구간이다. 원시림에 가까운 울창한 숲이 있고 계곡에 얼음이 꽁꽁 얼어붙어 있은 것을 보면 골짜기마다 맑은 물이 흐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계곡을 넘는 곳곳에는 울띄교, 갓바위교, 사패교 등 나무다리가 조성되어 있어 산길의 운치를 더해준다.
특히 암봉의 형상이 매우 기괴한 사패산은 도봉산의 날카로운 암봉과는 대조적으로 정상이 넓은 암장으로 되어 있다. 물론 지금은 도봉산에 오르는 등산객들 중 많은 이들이 먼저 이 산을 찾고 사패능선과 포대능선을 거쳐 다시 도봉산으로 넘어간다.
이 사패산은 북한산국립공원(사패산)을 관통하는 서울 외곽순환도로 건설 사업을 추진할 때 참 말도 많았다. 정부와 이를 반대하는 종교계 및 시민단체 간 대립으로 터널공사가 한 때 중단되었던 적이 있었다.
결국 종교계가 정부의 개발 사업 추진을 받아들여 기존에 계획된 노선대로 북한산국립공원 내 사패산이 외곽순환도로 터널로 이용되게 되었지만, 개발이냐 환경이냐의 문제는 항상 정부 국책사업 추진의 딜레마로 작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과제일 것이다.
가파른 계곡을 능선의 나무벤치에서 잠시 쉬다 다시 걷는다. 둘레길은 사패산 6부 능선에 있는 붉은 바위까지 올라야 하는, 둘레길 중 가장 힘든 구간이다. 그러나 전망은 으뜸이란다. 그런데 웬 일인가. 6부 능선을 향하여 오르는 동안 궂은 날씨가 심술을 부리기 시작한다. 싸락눈이 내리면서 점점 시야가 흐려져 온다.
전망대인 거북바위에서 오를 때까지 싸락눈은 그치지 않는다. 맑은 날에는 의정부 시가지와 멀리 양주 시청도 한 눈에 들어오고, 또 오른쪽으로는 수락산이, 정면에는 천보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전망인데 오늘은 신통치 않다. 그러니 어쩌랴! 흐린 전망 속에서 주변을 살핀 뒤에 꽤 가파른 나무데크 계단을 따라 안골계곡으로 내려왔다.
산길로만 이어진 14구간 산너미길, 잠시 싸락눈이 내려 전망대에서 확 트인 전망은 즐기지 못했지만 사패산 6부 능선까지 무사히 다녀온 것이 다행이다.
싸락눈을 맞으며 14구간 걷기를 마치고 의정부시 가능동에서 구파발로 나오는 버스를 타고 연신내에서 내렸다. 연신내 시장 골목에서 여섯째날을 기약하며 기분 좋은 뒷풀이로 하루의 일정을 마칠 수 있었음을 감사한다.
<끝>
'국내여행기 및 정보 > - 서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한산둘레길(18~20구간) : 도봉옛길-방학동길-왕실묘역길) (0) | 2012.01.30 |
---|---|
북한산둘레길(15~17코스) : 안골길-보루길-다락원길 (0) | 2012.01.21 |
북한산둘레길(10~12) : 내시묘역-효자길-충의길 (0) | 2011.12.21 |
북한산둘레길(8~9구간) : 구름정원길-마실길 (0) | 2011.12.17 |
북한산둘레길(5~7구간) : 명상길-평창마을길-옛성길 (0) | 2011.12.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