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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서울

북한산둘레길(8~9구간) : 구름정원길-마실길

by 혜강(惠江) 2011. 12. 17.

 

북한산둘레길(8~9구간)

구름정원길-마실길

하늘과 맞닿은 숲의 청정함, 그리고 소박한 마실길



·사진 남상학

 

 

 

 

  북한산둘레길 걷기 셋째날이다. 불광동역에는 추운 날씨인 데도 불구하고 많은 등산객들로 붐볐다. 이곳에 집결하여 북한산을 등정하거나 둘레길을 걸으려는 사람들이다. 오늘은 회원중에서 저녁에 다른 일정이 있어서 무리하지 않고 8~9구간만을 걷기로 했다. 거리는 8구간 5.2㎞, 9구간 1.5㎞ 합계 6.7㎞이며, 시간은 8구간 2시간 30분, 9구간 45분 합계 3시간 15분이 소요될 예정이다.



제8구간(구름정원길) : 하늘과 맞닿은 그 길엔 숲의 청청함이 서리고 (5.2㎞, 2시간 30분소요)



 

   8구간은  북한산생태공원 앞-독바위역-불광중-기촌 진관생태다리 앞까지 걷는 길이다.  우리 일행은 8구간부터 걷기 위하여 불광동역 2번 출구로 나와 8구간이 시작되는 북한산생태공원으로 향했다. 공원까지는 길 건너에서 버스(7022, 7211)를 타고 독박골 하차하면 되지만 우리는 도보로 걸었다.(7분 정도)

  북한산생태공원 상단에서 출발하는 8구간은 이름 그대로 구름정원길이다. 초입부터 왼쪽으로 불광동 마을을 끼고 계속 오르는 길이다. 숨을 몰아쉬며 숲 위로 공중에 설치된 하늘다리에 오르면 마치 하늘을 걷는 느낌이다. 드디어 하늘전망대, 그 위에 서면 익숙한 도시의 풍경 서울의 서북쪽 모습이 두 손에 잡힐 듯하다.

  이와 연결되는 스카이워크는 계곡을 횡단하는 길이 60m의 데크 길로 밑에서만 바라보던 나무를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다. 아래로 보이는 나무들과 하늘과 맞닿아 있는 이 스카이웨이 길을 걷노라면 숲 속의 청정함과 아울러 상쾌함이 폐부 깊숙하게 스며든다. 특히 잣나무, 소나무 등 침엽수림에서 많이 분비되는 방향성 물질인 피톤치드는 장과 심폐기능을 강화하고 마음 속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어 다른 구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족두리봉, 향로봉 입구를 지나는 길에는 정진사, 불광사, 선림사가 있다. 선림사를 지나면 기자촌 전망대에 오른다. 바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공터는 기자촌아파트가 있던 자리인데 이제는 죄다 허물고 생태공원을 조성하기 위하여 터를 닦고 있는 중이다.

  이 구간에서는 오래된 묘소와 묘소에 설치했던 석물들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어서 인생의 덧없음을 느끼게 하는데, 그 중에서 화의군 묘역은 정비가 한창이다. 화의군은 조선 제 4대 왕인 세종대왕의 아홉 번째 아들 화의군(和義君) 이영(李瓔)으로, 이 묘역에는 묘소와 사당인 충경사(忠景祠)와 제실, 그리고 신도비와 홍살문이 자리하고 있다.

  화의군 묘역 옆의 진관생태다리에서 끝나는 북한산둘레길 8구간은 2시간 30분이 소요되는 꽤 긴 길이다. 그러나 탁 트인 하늘과 울창한 숲, 그리고 도시 풍경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길이다.  

 

 

 

 

제9구간(마실길)- 이웃사촌과 더불어 편안하게 걷는 소박한 마실길(1.5㎞, 45분)

 

 

 

  9구간은  진관생태다리 앞-삼천사 인덕원-진관사-탐방지원센터-방패교육대 까지 걷는 길이다. 이 길만을 걷기 위해서는 연신내역 3번 출구로 나와 버스(7211)를 타고 삼천사입구에서 내려 진관 생태다리까지 도보로 20분을 걸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8구간에 이어 9구간에 들어섰다. 9구간은 ‘이웃에 놀러간다’는 뜻을 가진 마실길 구간이다. 은평 뉴타운과 인접한 구간으로 동네 마실 나온 기분으로 가볍게 천천히 걷기 좋은 길이다.  '이웃이 사촌보다 낫다'는 말이 있듯이, 동네 마실 나온 기분으로 걷다보면 생태적, 역사문화적 가치가 있는 명소들도 만날 수 있다.

   이 구간의 들머리는 노인전문병원인 인덕원과 하나고등학교를 좌측에 두고 새로난 넓은 길을 걷게 된다. 이 쭉 뻗은 길이 끝나는 곳에서 유난히 큰 은평구 보호수인 느티나무를 볼 수 있다. 그 중 마을을 지키는 지신처럼 수령 150년 된 느티나무 5그루가 아름드리 가지를 뻗고 높이가 15m, 둘레가 3.6m나 된다. 이곳의 보호수는 성조의 열세 번째 왕자인 영산군의 사위이며 경주 정씨 54세조인 정충인(鄭忠仁)공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직접 심었다고 전해진다. 느티나무 주변에선 잠시 데크를 걸으며 생태 숲을 관찰할 수 있다.

   여기서 막 우회전하면 진관사 입구, 서울의 진산인 삼각산 서쪽 기슭에 있는 진관사는 고려시대의 고찰로, 고려의 현종((顯宗)이 대량원군으로 있을 때 12세의 어린 나이로 궁중에서 쫓겨나 삼각산 신혈사에 숨어 지냈는데 당시 절의 주지이신 진관조사께서 보살펴 주었는데, 나중에 현종이 왕위에 오른 후 진관조사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이곳에 대가람을 짓고 절 이름을 진관사라 하였다고 한다.

   둘레길은 진관사로 오르지 않고, 입구에서 좌측으로 난 길을 따라간다. 이곳에는 은행나무 숲이 하늘을 찌르듯 촘촘히 솟아 있다. 지금은 잎이 떨어져 앙상한 나뭇가지만 치솟아 있으나 여름에는 장관일 듯하다. 여름 한철에는 개울을 끼고 식당으로 사용되었을 몇몇 집을 지나고 삼천사 입구를 지나면 제법 큰 개천을 끼고 걷게 된다. 바로 전차부대 앞길이다. 이 길에서 우측 방패교육대 입구에 다다르면 9구간(마실길)은 끝나고 바로 10구간(내시묘역길)에 접어든다.    

 

 

  마실길은 비록 1시간미만의 짧은 거리지만, 한 마디로 중간 중간 쉴 수 있는 벤치에 앉아 이웃, 가족 끼리 담소를 나누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으며, 느티나무 숲과 은행나무 주변에선 도시화의 삭막함과 숲 속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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