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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서울

북한산둘레길(5~7구간) : 명상길-평창마을길-옛성길

by 혜강(惠江) 2011. 12. 8.

북한산둘레길(5~7구간)

명상길-평창마을길-옛성길

산책하며 서울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보다. 

 

 

·사진 남상학

 

 

 

정릉 북한산 탐방안내소

 

 

  북한산둘레길 걷기 둘쨋날이다. 오전 10시, 지하철 4호선 길음역 3번 출구에서 삼봉회 회원을 만나 143번 버스를 탔다. 버스 종점에 잠시 올라가면 5구간이 시작되는 정릉주차장이다. 그리고 바로 위에 북한산탐방안내소가 있다. 이 건물은 1910년에 지어져 여러 과정을 거쳐 요정 '청수장'으로 탈바꿈하면서 정비석씨의 소설 <자유부인>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1983년 북한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북한산탐방안내소가 되었다.  이 역사적인 장소에서 둘레길 5구간이 시작된다. 오늘 둘레길 걷기는 5구간(2.4㎞), 6구간(5.0㎞), 7구간(2.7㎞) 합계 10㎞인데, 난이도가 다소 높은 편에 속한다. 나는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출발했다.   

● 5구간(명상길) : 명상의 길에서 나의 길을 묻다. (2.4㎞, 약 1시간 10분 소요) 

 

 

   정릉주차장에서 시작되는 5구간은 ‘명상길’이다. 불긋불긋한 등산복을 차려입은 한 떼의 무리들은 북한산 등산을 위해 올라간다. 둘레길을 걷기 위해서는 청수사 입구로 좌회전하여 언덕으로 올라가야 한다. 안내도에 소개된 대로 처음부터 난이도가 높은 나무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가쁜 숨을 쉬면서 올라가면 소나무 숲이 보이고 전망이 확 트인다. 소나무 숲이 끝나는 데서부터는 울창한 참나무 숲이다.

  낙엽이 덮인 호젓한 참나무 길은 명상하기에 아주 좋다. 둘레길에는 명상을 돕기 위하여 음미할 만한 명언이나 시(詩)를 적은 팻말들을 설치해 놓았다. 이백(李白)의 ‘산중문답(山中問答)’도 보인다. “問余何事棲碧山 笑而不答心自閑 桃花流水杳然去 別有天地非人間” 번역하면  “묻노니, 그대는 어이해 푸른 산에 사는가/ 웃을 뿐 대답하지 않으니 마음 절로 한가롭네/ 복사꽃 물에 떠서 아득히 흘러가니,/ 인간 세상 아닌 별천지라네”  과연 시선(詩仙)다운 경지가 아닌가. 이 시 첫 구의 ‘棲’를 ‘來’로 바꾸어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그대는 어이해 푸른 산에 오는가?”  푸른 산이 세속을 벗어난 이상세계라면, 우리는 세속과 결별할 수는 없다고 할지라도 세상을 살아가면서 선경을 꿈꿨던 이백의 기상과 의지를 느끼며 살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여건과 환경이 생각하기에 따라서 꽃자리가 되기도 하고 진자리가 되기도 한다면, 이백이 꿈꾸었던 별천지는 결국 바로 우리의 마음속에 있다는 진리를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여기저기 심한 바람에 쓰러지고 꺾인 고목들이 즐비하다. 정릉에 있는 국민대학교 캠퍼스를 따라 형제봉(462m)까지 뻗어있는 능선은 한 동안 군사보호시설에 의해 통제되었던 곳으로 최근에 개방된 ‘북악(산)하늘길’과 연결되어 있다. 북악(산)하늘길에는 1.21사태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이 구간은 산이 깊어 심곡사를 비롯하여 영불사, 서광사 대흥사, 왕녕사와 암자들이 많다. 5구간은 계곡을 따라 하산하여 평창동 형제봉을 오르는 입구에서 끝난다. 

 

 

 

 

● 6구간(평창마을길) :  걷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5.0㎞) ,  2시간 30분 소요)

 

 

  6구간은 평창동 형제봉 입구에서 평창마을을 휘돌아 걷는 구간이다. 북한산 둘레길 대부분 마을 위로 난 산길을 따라 개설되었는데 유독 6구간은 평창동의 위쪽 마을길을 통과하게 되어 있다. 평창동의 유래는 조선 광해군 때 시행하던 대동법에 의해 조세를 관리하던 선혜청(宣惠廳)의 창고 중 가장 큰 창고인 평창이 있었기 때문에 그대로 동명이 되었다.

  평창동의 지형은 북한산 줄기가 뻗어 내린 관계로 평지보다는 계곡과 산이 많다. 종로구의 북쪽 끝에 해당되는 평창동은 전체 면적의 65% 이상이 개발제한구역으로 되어 있고, 북쪽지방은 표고 200~714m의 비교적 높은 산지이며 동쪽과 남쪽 사이 급경사의 산지로 형성되어 있다. 산 좋고 물 맑은 이 일대는 한 때 유원지로서 한 때 서울 시민의 휴식처가 되었던 곳이지만, 개발이 되면서 돈 많은 사람들의 고급 저택이 들어서 있다. 선혜청이 있던 자리로서 재물이 모이는 땅이라는 이곳의 형세를 생각할 때 걷는 걸음마다도 신묘한 기운이 서린 듯하고, 웅장하고 멋진 집들을 구경하느라 시선을 빼앗기기도 한다.

  들머리에 연화정사가 있고, 이어서 웅장하고 고풍스런 건물을 지나면 감람산 기도원이다.  이어 일선사, 삼각산 밀알기도원도 보인다. 어느 종교이건 기도 도량은 깊은 산기슭에 터를 잡았다. 멋진 디자인의 건물에 눈을 빼앗기다 보면 또 해원사, 보현산신각이 나온다. 평창동 보현사신각(서울특별시 민속자료 제3호)은 보현동의 산신을 모신 제당으로 민속신앙과 민속문화 전통을 이어오는 중요한 문화재라고 한다. 그리고 갤러리도 있어 다른 구간과는 다른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6구간은 평창동 마을을 지나 구기동으로 계속 이어진다.        

   구기동에 내려오니 시간이 어느덧 2시경, 점심식사를 해결해야 할 시간이다. 구기동에는 등산객들을 상대로 하는 두부전문점을 비롯한 식당이 많다. 우리의 발길이 구기칼국수&종로빈대떡집에 멈췄다. 웬 상호가 이렇게 긴가? 간단히 가정식백반을 한다는 말에 그 집으로 들어섰다. 식탁에 앉으니 따끈한 숭늉부터 대령했다. 제육볶음이 포함된 반찬과 된장국이 5,000원이라니! 손님을 끌기 위한 작전이라며 백반은 11시부터 오후3시까지만 취급한다고 했다. 저녁부터 주메뉴는 빈대떡으로 변신한다고 젊은 남자 사장이 귀뜸했다.  

 

 

● 7구간(옛 성길) : 서울성곽에서 유서 깊은 도읍의 체취를 느끼다.(2.7㎞, 약1시간 40분)


 

  점심식사를 마치고 7구간 걷기에 돌입했다. 한국고전번역원 앞을 지나 자하문호텔을 끼고 오르면 산길이다. 소나무 술 사이로 오르막 계단을 오르면 성문이다. 이 길은 둘레길 중 유일하게 성문을 통과하는 구간이다. 서성(西城)이러고도 하는 탕춘대성(蕩春臺城)은 숙종 41년 서울의 도성과 북한산성의 방어시설을 보완하기 위하여 지은 것이다. 대남문과 비봉능선에서 이어져 내려와 조선시대 도성과 북한산성을 연결하여 축성된 암문으로 탕춘대 성문암이다. 이곳의 탕춘성곽은 서울 도성과 북한산성을 연결하기 위해 인왕산 동북쪽에서 시작하여 북쪽의 능선을 따라 북한산 서남쪽의 비봉 아래까지 연결하여 축성한 것이다. 여기서는  유서 깊은 옛 도읍의 향기를 음미해 봄직하다.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언덕에 오르면 사방이 확 트인 전망대다. 우수 조망명소인 전망대에서는 보현봉을 시작으로 문수봉, 비봉, 향로봉, 족두리봉 등 여러 봉우리들과 북악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남쪽으로 인수봉 능선이 다가왔다. 다른 둘레길의 전망대에서 보는 그런 전망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수려하다. 전망대 앞에는 좁지만 헬리콥터가 내릴 수 있는 공간도 있다. 그래서인지 이 구간에는 많은 사람으로 붐볐다.  

  멋진 전망을 감상하고 돌아서면 이내 하산길이다. 잘 자란 소나무 길을 따라 내려오면 구기터널을 빠져나오는 홍제동 쪽 도로에 닿는다. 이 구간의 끝에는 북한산생태공원 상단에 이르는데 꽃 피는 시절에는 장미공원에서 아름다운 꽃을 감상할 수 있다. 


   북한산둘레길 걷기 둘쨋날 나는 5구간에서 시작하여 7구간까지 걸었다. 안내지도를 살펴보니 3분의 1은 걸은 셈이다. 다음 주에는 은평구의 8구간(구름정원길), 9구간(마실길)을 지나면 서울지역은 끝나고 10구간(내시묘역길)에 접어들면서 경기 고양시로 접어든다. 다음 주 일정을 살펴보고 불광역까지 걸어 나와 지하철을 탔다. 피곤했지만 정신은 맑고 상쾌했다. 함께 걸은 삼봉회 회원들이여! 즐거운 동행에 참여해 준것을 감사드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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