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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서울

북한산둘레길(1~4구간) : 소나무숲길-순례길-흰구름길-솔샘길

by 혜강(惠江) 2011. 12. 5.

 

북한산 둘레길(1~4구간)

소나무숲길-순례길-흰구름길-솔샘길

자연과 역사를 공부하며 걷는 북한산 둘레길

 

·사진 남상학

 

 

 


* 북한산둘레길(총 71.8km)  전구간 안내지도 *

 

 

  걷기여행은 자연 속에서 천천히 발길을 옮기면서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를 갖고 마음을 비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북한산 둘레길은 총 71.8km 정도 되는 코스로, 북한산과 도봉산 자락을 에두른 산길이다. 기존의 샛길을 연결하고 다듬어서 북한산 자락을 완만하게 걸을 수 있도록 만든 저지대 수평 산책로인 셈이다.

 

  서울시 구간과 우이령길을 포함하여 2010년 9월 7일 45.7km를 먼저 개통하고. 2011년 6월 30일 나머지 26.1km을 개통함으로서 북한산과 도봉산을 이어도는 환상형(環狀形)의 길을 모두 완성했다.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되어 걷는 물길, 흙길, 숲길과 마을길 등의 산책로를 21가지의 테마로 구성했다. 따라서 둘레길을 걷는 사람은 자연의 소중함과 아울러 테마와 계절에 따라 역사와 문화, 생태를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희수(稀壽)를 전후한 지기(知己) 세 사람이 마치 의기투합이라도 하듯 이 길을 걷기로 마음먹은 때는 11월 중순이었다. 죽기 전에 해볼 일 중에서 건강 증진과 역사, 문화 배우기, 정서 생활을 위해 택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 강산 곳곳의 예쁜 길들을 걸어보기로 하고 우선 북한산 둘레길을 걷기로 한 것이다. 우리는 1주일에 한 번 정도로 절대로 무리하지 않게 적당량 걷기, 걷는 코스는 구간을 이어 차례대로, 점심식사는 중간지점에서 매식하기로 하였다.

 

 

제1구간(소나무술길) : 바람은 솔향기를 흔들고(3.1㎞, 1시간 30분 소요)

 

 

 

 

  북한산 둘레길의 첫날(11월 28일) 걷기는 우이동 1구간에서 첫발을 내디뎠다. 제1구간이 시작되는 우이동까지는 지하철 수유역 3번 출구 앞에서 우이동 종점행 버스(120, 153번)를 이용했다. 사뭇 날씨가 흐리더니 버스에서 내려 산 쪽으로 걸어 올라가는데 빗방울이 간간이 내리더니 빗줄기가 거세졌다.


  우산을 펴들고 약 500m를 걸어 올라가니(5분 정도 소요) 좌측으로 제1구간인 ‘소나무술길’ 구간을 알리는 안내표지판과 북한산둘레길안내도 및 구간 안내도를 설치되어 있다. 처음 찾는 사람도 방황하지 않고 쉽게 탐방할 수 있다. 다행히 비가 그쳐 옆으로 마을길을 따라 발길을 옮기니 곧바로 소나무숲길이 펼쳐진다. 웅장하면서도 우아한 자태가 신령스럽기까지 한 소나무 숲길은 넓고 완만하여 산책을 즐기기에 적합하고, 은은한 송진향이 온몸을 감싸 상쾌함이 느껴진다. 간간이 활엽수는 잎이 떨어져 낙엽이 땅 위에 수북하다. 어디선지 낙엽을 스치는 소리가 나더니 청솔모가 낯선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 구간에선 의암(義菴) 손병희(孫秉熙,1861.4.8~1922. 5.19) 선생 묘역과 선생이 보국안민(輔國安民)을 내세우고 일제에 빼앗긴 주권을 찾기 위해 독립운동 지도자를 양성하던 봉황각을 볼 수 있다. 그는 근대가 낳은 천도교 지도자로, 인내천의 실천자였으며, 한 몸으로 동학혁명(1894년). 갑진개화혁신 운동(1904년). 3 1운동(1919년) 등 굵직한 개혁개화운동을 앞장서서 주도적으로 실천한 혁신사상가이기도 했다. 특히 독립운동 당시에는 민족대표 33인중 한 사람으로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이어 박정희 대통령이 가장 존경했다는 이용문(李龍文) 장군(육군 작전국장과 수도사단장을 역임한 명장) 묘역을 지나면 솔밭근린공원이다.


  솔밭근린공원에는 쉼터와 벤치, 건강지압보도, 배드민턴장, 어린이 놀이터가 있고, 삼각산 돌탑, 조각작품과 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잠시 발길을 멈추고 솔향 속에서 시를 읽어보는 것도 좋다. 안내판에는 3.1km, 약 1시간 30분이 소요될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좀 빠른 1시간 10분 정도 걸렸으니 노인의 걸음걸이는 아니었나 보다. 

 

 


제2구간 (순례길) :
자유․민주․정의가 숨쉬는 곳(2.3km, 1시간 10분 소요)

 

 

  제2구간에 들어섰다. 제2구간은 ‘순례길’로 명명되어 있다. 입구에 세워놓은  ‘삼각산애국지사묘역순례길안내“ 표지판을 보니 이곳에 묻힌 애국지시들이 즐비하다. 헤이그 밀사인 이준 열사, 초대부통령이었던 이시영 선생, 조국을 위해 꽃다운 청춘을 바친 17위의 광복군 합동묘 등 모두 12기의 독립유공자 묘역이  이 구간에 조성되어 있다. 또 이 구간에는 민주주위를 위해 생명을 바친 4.19 영령들의 민주묘지가 있다. 이 길을 걸으면 애국지사들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경건함이 느껴진다.

 

  특히 독재로부터 민주주의를 찾기 위해 자신을 버린 4.19 영령들의 묘역이 바라보이는 전망대에 올라서니 당시 이들과 같은 나이였던 나로서는 그들 앞에 한없이 초라하고 작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요즘 FTA 인준을 앞두고 당리당략에 따라 서로 상대방을 헐뜯고 있는 정치가들을 이곳에 불러와 걷게 하고 싶다. 보광사 앞길을 지나 중간중간 발길을 멈추고 원형으로 만든 둘레길 거리표 보기, 명시, 명언을 읽기, 우리의 옛 다리의 하나인 섶다리 구경하기, 이준 열사 묘역을 둘러 나오면 제2구간은 끝난다. 2.3km을 걷는데 약 1시간 정도 걸린 셈이다. 

  이어 둘레길 탐방안내센터(02-900-8086, 서울 강북구 수유4동 산73-1)를 방문했다. 둘레길 탐방안내센터에 들러 탐방에 필요한 정보와 자료를 얻기 위해서였다. 실내에는 잠시 음료를 나누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탁자와 의자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리고 각종 자료와 기념품도 구입할 수 있다. 벽면에는 구간별 둘레길 안내도가 잘 전시되어 있다. 우리는 둘레길 종합 팜플릿을 1,000원씩 주고 샀다. 

  10시 30분부터 걷기 시작하여 둘레길 탐방센터를 둘러보고 나니 시장기가 밀려왔다. 탐방안내센터 아래쪽에 식당이 있다고 하여 잠시 내려오니, 레스토랑과 한식당이 있었다. 우리는 ‘곤드레이야기’(02-994-5057)에 들러 곤드레나물밥(7,000원)으로 점심을 했다. 몇 년 전 정선을 지나며 그 고장 별미라 하여 처음으로 맛본 음식이었다. 맛은 그만 못해도 손님으로 반찬은 깔끔하고 정갈했다. 손님이 꽉 찬 이유가 있었다.

 

 

제3구간 (흰구름길) : 길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하늘길이 시작되다(4.1km, 2시간 소요)

 

  

 

  이준 열사 묘역 입구에서 북한산 생태숲 앞까지 4.1km로 ‘흰구름길’이라 명명한 길이다.. 왜 흰구름길이라고 했을까? 제1, 2구간의 난이도가 ‘하’인데 비하여 제3구간은 ‘중’인 것을 보면 짐작이 갔다. 아마도 오르막길 구간이어서 흰 구름이 떠있는 하늘을 바라보며 걷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화계가 앞을 지나 울창한 숲 속으로 난 길은 하늘을 보고 걷을 수 있을 정도로 경사가 있었다. 전망 데크를 지나 한참을 걸어 올라가니 구름전망대다. 12m 높이의 전망대는 독특한 모양의 원형계단을 통해 빙빙 돌아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올라서니 시계방향을 따라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용마산, 아차산의 능선과 서울 도심의 모습이 어렴풋이 들어온다. 쾌청한 날이었다면 멋진 경관을 볼 수 있었을 터인데 무척 아쉽다. 전망대에서 내리막길로 내려오니 빨래골이라는 계곡이었다. 아마도 계곡물이 맑고, 수량이 풍부하여 대궐의 궁중 무수리들이 빨래터로 이용했을 법한 골짜기였다. 당시에는 여인들이 모여 자기들만의 궁중의 비사, 애사를 털어놓고 자신들의 애환을 나누는 휴식처이기도 했을 것이다. 제3구간이 끝나는 북한산생태숲까지는 안내도에 나타난 시간보다 조금 빠른 약 1시간 40분이 걸린 셈이다. 점심 뒤라 힘들리라 예상했지만 그도 빨리 온 셈이다.

 

 

제4구간 (솔샘길) : 북한산 생태 숲의 꽃길 따라 걷는 길 ( 2.1km, 1시간 소요)

 

 

  3시 40분, 우리는 잠시 망설였다. 여기서 그칠 것인가 아니면 제4구간을 마저 걸을 것인가? 세 사람은 묵시적인 동의 아래 제4구간까지 걷기로 했다. 제4구간은 2.1km의 ‘솔샘길’, 약 1시간이 소요되는 구간이다.  이 길은 예부터 소나무가 무성하고 맑은 샘이 있어 솔샘이라 불렸다고 한다.

 

  이 구간을 지나가는 동안에 거쳐가는 북한산 생태숲은 성북구의 대표적인 도시공원으로 작은 꽃길을 따라 야생화 단지가 잘 조성되어 있다. 북한산에도 이런 야생화단지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만약 꽃이 피는 봄, 여름에 이 길을 지난다면 꽃구경을 하며 자연을 학습하고 탐구하기에 퍽 좋을 듯했다. 보덕사 앞을 지나 제4구간은 정릉주차장에서 끝이 났다.  오늘 북한산둘레길 걷기는 강북구 우이동에서 시작하여 성북구 정릉까지 주파한 셈이다.  


  도시 속에 살면서 도시와 자연을 이어주는 걷기여행. 서울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청계산, 관악산이 있기에 우리는 행복한 셈이다. 이곳에는 자연과 더불어 오랜 세월에 걸쳐 문화와 역사를 더해왔기에 이들 명소들을 직접 걸으면서 경험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좋은가.

 

  이 날 우리는  ‘자연을 탐방하는 세 사람의 모임’을 ‘삼봉회’라 이름했다. 북한산을 가리켜 백운대(836m), 인수봉(810m), 만경대(799m) 세 봉우리가 모였다고 하여 삼각산(三角山)으로 불렀듯이, 앞으로 삼봉회는 북한산을 시작으로 전국 각처의 이름 있는 길을 두루 걸어볼 예정이다.

 

  우리는 예상을 넘어 4구간까지 완주했다는 자부심을 안고 종로5가 광장시장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오늘의 뒤풀이는 광장시장 내 순희네빈대떡. 언제가도 사람 사는 맛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여서 좋았다. 오늘 함께 동행한 회원들, 특히 맛있는 점심을 책임져 준 삼봉회 김삼봉 회장에게 감사드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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