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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및 교회, 학교/- 가족

추석연휴 설악산 가족여행

by 혜강(惠江) 2011. 9. 26.

추석연휴 설악산 가족여행

 


일정 : 한화리조트 호수 산책, 비선대까지 걷기, 설악해변,

대포항 줄기기,  오색약수, 주전골 용소폭포 걷기, 온천욕, 윷놀이  

 

 

* 설악산 *


  

  이번 추석에는 설악산으로 가족 여행을 잡았다. 설악산(雪嶽山)은 전국 각지의 여러 산들이 가진 아름다움을 한 곳에 모아둔 듯한 보기 드문 명산이기 때문이다. 지리산은 장중한 능선이, 주왕산은 기암절벽이, 그리고 오대산 소금강은 계곡미가 각각 가장 뛰어난 자랑이라면 설악산은 이 세 가지 부류의 산들이 가진 특징을 모두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원한 바다를 끼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곳에서 좋은 공기를 마시며 자연과 함께 한다는 것은 얼마나 뜻 깊은 일이겠는가.   


◆첫째 날,

 

연휴 첫날인 9월 11일  11시, 주일예배를 끝내고 곧바로 설악산으로 향했다. 오락가락하던 비가 그치고 날씨가 갠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11명의 가족이 승용차 3대에 나누어 타고 점심은 미리 준비한 김밥으로 차내에서 해결했다. 명절이면 으레 도로가 막히기 일쑤인데 오늘은 예상 외로 경춘고속도로가 뻥 뚫려 있었다. 홍천에서 인제를 거쳐 미시령 터널로 가는 길도 마찬가지여서 서울에서 속초 한화콘도까지 2시간 50분 정도 걸렸다. 


 우리가 사흘 동안 머물 콘도는 지난여름 새롭게 리모델링을 한 쏘라노 페밀리형. 방 하나, 식탁이 놓인 공간과 거실에서 11명이 지내긴 좁은 공간이었지만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좁은 공간에서 형제들이 부대끼는 것이 오히려 정을 나누기에는 좋을 것이다. 입실하자마자 두 며느리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김밥으로 부실하게 점심을 해결했기 때문이다. 미리 끓여간 토란국과 LA갈비구이, 오징어볶음 등으로 구성된 저녁상은 푸짐했다. 외부에 나와 해먹는 밥은 왜 그리 맛이 있는지.

  우리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콘도 아래쪽에 자리잡은 호수주변을 한 바퀴 산책했다. 이미 어둠이 내린 뒤였지만 우리 외에도 걷는 이들이 여럿 보였다. 산책을 끝내고 아이들이 키즈클럽에서 노는 동안 큰아들과 함께 잠시 틈을 내서 필요한 물건을 살 겸 속초 중앙시장에 들렀다. 나는 속초 중앙시장에서 유명한 닭강정을 사고 싶었다. 그런데 대기 줄이 길어 적어도 20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는 설명에 닭강정 사는 것을 포기했다ㅣ 그대신 큰 손녀 서연이의 아이디어로 베스킨라벤스에서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사들고 돌아왔다. 이 케이크는 이번 휴가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느라 애쓴 할머니, 엄마, 작은 엄마를 위하여 깜짝 이벤트를 열겠다는 것이었다. 두 아들은 숙소 입실하는 시간에 맞춰 실내의 불을 끄고 아이스크림케이크에 꽂은 촛불에 불을 켜고 써프라이즈를 했다. 그 덕에 여행지에서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나누어 먹으며 첫 날 밤을 즐겁게 보냈다. 

 

 

* 한화리조트 설악 본관 및 호수 *

 

 

◆둘째 날,

 

조빈을 먹은 뒤 방안에 둘러앉아 미리 준비해간 순서지에 따라 추석예배를 드렸다. 명절 예배는 언제나 가족들에게는 중요한 행사였다.  "여호와여 주의 장막에 머물 자 누구오며, 주의 성산에 거할 자 누구오니이까 정직하게 행하며 공의를 일삼으며, 그 마음에 진실을 말하며, 그 혀로 참소치 아니하고, 그 벗에게 행악지 아니하며,그 이웃을 비방하지 아니하며, 그 눈은 망령된 자를 멸시하며, 여호와를 두려워하는 자를 존대하며"   다윗의 시(시편 15편)를 중심으로 정직, 진실, 공의를 중히 여기며 살 것과 악행이나 남을 비방하지 말 것, 서원한 것은 꼭 지킬 것, 여호와를 존중히 여길 것 등을 아이들이 듣기 좋게 풀어서 설명했다. 이제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해서 설교를 듣는 태도가 참 좋았다. 

  예배를 마치고나서 본격적으로 설악산 탐방에 들어갔다. 먼저 오전 한나절은 설악산국립공원을 둘러보기로 했다. 설악산공원으로 들어가는 길은  어김없이 차량들로 꽤나 붐볐다. 본래는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 오르려 했으나 산 중턱부터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권금성에 오른다 해도 구름바다 속에 묻혀 주변을 조망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여 계획을 수정, 비선대 향했다.

  소공원에 입장하여 곰 조형물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소공원에서 신흥사 일주문을 지나 오른쪽으로 가면 흔들바위, 울산바위로 이르는 길이고, 왼쪽 숲 속으로 잘 닦여진 길이 비선대로 이어지는 길이다. 비선대로 이르는 길은 예전의 오솔길에 비해 넓어지고 포장이 되었지만 운치는 덜했다. 한참을 걸어오르는 길목에 오른쪽으로 무명용사비가 서 있다. 6·25의 아픈 상처가 서린 곳으로 이름 없이 쓰러져간 젊은 영혼들을 위한 것이다. 휴게소를 지나 10분쯤 걸으면 새로 놓은 돌다리가 나오고 다리에서 왼쪽을 우러르니 안개 속에 숨긴 집선봉과 권금성 자락이 언뜻 희미하게 보인다. 다리를 지나 숲 속으로 이어진 길을 500m쯤 간 곳이 와산대. 천불동계곡 입구에 옛날 마고선이란 신선이 누워서 산수를 즐긴 곳이라고 한다. 와선대에서 계곡을 따라 오르면 시야가 트이면서 비선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기암절벽 사이에 넓은 바위가 못을 이루고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에 누워서 산수를 즐기던 마고선이 하늘로 올라갔다고 하여 비선대라고 이름 했다나. 넓은 암반 위에는 예부터 많은 시인묵객들이 찾아와 자연을 감상하고 시문이나 글자를 새겨 놓았다. 이 중에는 갑신정변을 주도했던 불운의 혁명가 김옥균의 이름도 찾아볼 수 있다. 아버지가 양양부사로 부임할 때 함께 이곳을 찾아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에서 눈을 들면 바로 앞에 미륵봉(일명 장군봉)과 형제봉, 선녀봉이 보이고 미륵봉 중간에 금강굴은 안개에 가려 아예 그 모습을 찾을 길이 없다.  

  이곳까지는 비교적 손쉽게 오를 수 있는 길이어서 다섯 살인 현지와 기찬이도 무난히 올라왔다. 휴게소에 이르자 손자, 손녀들이 큰일이나 해낸 것처럼 아이스크림, 음료수 타령이다. 언제 누가 샀는지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이 나눠지고 우린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발길을 돌려 계곡을 내려왔다. 점심시간이 지난 터라 중간 휴게소에서 감자전, 해물파전, 메밀무침으로 점심을 대신했다. 시장했던지 아이들은 잘도 먹었다.

 

 

* 설악산 국립공원 내 곰 조형물 앞에서 기념촬영 *

 

*설악산 신흥사 *

 

* 비선대로 올라가는 입구에서 *

 

* 비선대로 오르면서 찍은 주변 풍경 *

 

* 드디어 비선대 휴게실이 보이고, 그 아래로 난 나무데크 길 *

 

* 비선대 계곡물과 암반에 새긴 시문과 이름들 *

 

* 휴게소에서 바라본 봉우리의 장관 *

* 휴게소에서 바라본 봉우리의 장관 *

 

* 비선대 휴게소에서 감자전, 해물파전과 묵무침으로 시장기를 채우다 *

 


  시장기를 해결한 우리는 차를 타고 속초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철 지난 해변은 쓸쓸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제법 많은 사람들이 나와 바닷바람을 쐬고 있었다. 푸른 바다 위에서는 모터보트가 멋지게 파도를 갈랐다. 물가에선 아이들이 발을 적시고 몰려오는 파도와 함께 숨바꼭질하며 즐거워했다. 모래사장에선 모래성을 쌓는 아이들, 카메라를 들고 촬영에 열중하는 어른의 모습들도 보였다. 우리 아이들은 바다를 보는 순간 반바지 차림으로 뛰어들어 파도를 친구삼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신나게 놀았다. 여기 안 왔으면 어쩔 뻔 했는가.
      

* 와, 바다다! 큰애와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

 

* 물 만난 고기처럼 바다가 좋아서 뛰노는 아이들과 두 아들 *

 

* 젖은 옷을 갈아입고 대포항으로 떠나기 전에 현지와 기찬이 *

 


  물놀이를 즐긴 다음 대포항으로 향했다. 전 같으면 사람들을 피해 대포항 아래쪽에 있는 한적하고 비교적 값이 싼 물치항을 택했을 것이지만 오늘은 우리 아이들에게 항구체험을 시키기 위해 볼거리, 즐길 거리, 먹을거리가 많은 대포항이 좋을 것 같았다. 입구부터 새우튀김, 오징어순대를 만들어 파는 간이식당이 발길을 멈추게 했다. 안쪽에는 싱싱한 활어들을 가두어놓은 수족관을 차려놓고 식당들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항구는 상인들과 값을 흥정하는 손님들의 실랑이로 어수선했다. 나는 바다 쪽 판매대에서 도미, 우럭, 광어 등을 골라 값을 지불하고 회와 식사를 부탁했다. 그리고 옆집에서 파는 오징어순대와 튀김을 별도로 주문했다. 우리는 좀 이른 시간이었지만 회와 매운탕을 곁들여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큰손녀 서연이를 제외한 아이들에게는 오징어순대가 단연 인기였다. 중학교 1학년인 서연이는 회도 참 잘 먹었다. 실은 서연이가 좋아해서 회를 꼭 먹기로 했던 것이다.   

* 대포항에는 먹을 것이 많았다. 그 중에서 군침을 당긴 것은 새우튀김과 오징어순대 *

 

 

오후에는 바다 체험을 한 뒤 숙소로 돌아와 네 팀으로 나누어 윷놀이를 했다. 오락과 경기는 상품이 주어지면 경쟁이 생겨서 더욱 재미있는 법, 나는 지갑을 열고 상금으로 쓸 돈 4만원을 윷판 밑에 깔아놓고 세 동이 먼저 나는 우승한 팀이 만원씩 갖기로 정했다. 함성과 탄성으로 이어진 윷놀이는 둘째아들과 막내 현지로 이루어진 팀이 우승.  윷놀이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5살짜리 현지의 윷놀이 실력은 대단했다. 그런데 현지가 윷놀이에 진 언니, 동생에게 자기가 딴 상금 중에서 만원씩 나누어주는 것이 아닌가.  뜻밖이었다. 어린 마음에도 혼자 거금을 독식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여긴 탓일까. 아니면 승리의 기쁨을 언니, 동생과 나누고 싶어서였을까. 암튼 예상을 뛰어넘는 행동이었다.  

  즐거운 시간이 끝난 뒤, 아이들과 함께 바람을 쐬러 바깥으로 나간 큰아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야외가든인 “산아래호수위”로 나오라는 것이었다. 야외가든은 가족 혹은 연인들과 함께 멋진 라이브 음악을 들으며 바비큐와 생맥주 등 음료수를 즐기도록 마련된 곳이었다. 그러면 그렇지, 큰애는 평소에도 이런 줄길 거리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 멋을 지니고 있었다. 우리는 야외가든에서 생음악을 들으며 손뼉도 치고 즐거운 시간을 만끽했다. 소시지, 감자튀김 등을 곁들인 야채샐러드 접시는 아이들이 좋아해서 눈 깜짝할 사이에 비워졌다. 둘째 날 밤을 즐겁게 보낸 가족들은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지만, 서연이와 지연이는 밤이 늦도록 노트북을 꺼내놓고 미리 다운받은 ‘써니’ 영화를 보았다고 했다.   

 

 

◆셋째 날,

 

우리는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짐을 정리하여 차에 싣고 마지막 행선지인 오색약수로 향했다. 오색약수는 철분을 다량 함유한 탄산수로 유명하지만 주전골로 이어지는 계곡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 주전골은 옛적 위폐범들이 깊숙한 이곳 골짜기 안에 들어와 몰래 돈을 찍어냈다(鑄錢)는 전설이 전해지는 골짜기로 남설악 지구에서 가장 빼어난 계곡미를 자랑하는 곳이다. 계곡은 맑은 물을 따라 걷기 좋게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고, 하늘 높이 치솟은 바위절벽과 선녀탕과 용소폭포, 만물상이 있다. 우리는 용소폭포까지 걷기로 했다. 어제 걸은 탓인지 폭포를 향해 걷던 녀석들 중지연이, 기찬이는 아예 중간지점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물놀이를 즐기기도 했다. 내려오는 길에 오색약수터에 들러서 오색약수를 시음했다. 약수의 양이 너무 적고 맛보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겨우 약수를 얻어 마실 수 있었다. 사이다처럼 톡 쏘고 짜릿한 특이한 맛을 내는 약수로 밥을 지을 경우 파르스름한 빛깔을 내는 고소한 밥을 지을 수 있어서 이곳 식당들은 이 약수를 이용하여 밥을 짓기도 한다.

 

* 오색약수터 위 주전골 입구에서 *

 

* 폭포에 오르기를 포기하고 주전골 계곡 물가에 발을 담그고 놀이를 즐기는 모습 *

 

 

시장기를 느낀 우리는 30년 전통의 맛을 자랑하는 오색식당(033-672-7461)에서 산채비빔밥으로 점심을 들었다. 이곳에서 어른들에게 제공하는 달콤한 머루주는 입안을 즐겁게 했다. 술이라기보다는 잘 숙성시킨 과일주였다. 작은 잔 한 잔으로 아쉬워하는 것을 알고 큰 컵 한 잔을 덤으로 준 바깥주인이 왜 그리 고마웠던지.  

 


  점심 후에는 오색 그린야드 온천욕. 이곳 탄산온천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의 아리마 탄산온천을 능가하는 우수한 성분의 온천으로 납 등의 유해성분이 전혀 없어 미용과 건강에 효능이 탁월한 명천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한 장소에서 기존의 알칼리 온천과 탄산온천이라는 두 가지 온천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다목적 복합 온천 시설을 자랑한다.  이 온천은 신경통, 근육통, 당뇨, 류마티스성 질환, 피부미용, 비만증, 소화불량, 위장병 등 도시인의 각종 스트레스 해소에 큰 효능을 갖추고 있어 누적된 스트레스와 피로를 떨쳐버리는데 그만이다. 여행의 마무리를 이곳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특히 두 아들과 손자 등 3대가 어울려 온천욕을 한다는 것 또한 얼마나 행복인가. 나는 5살 손자 기찬이 몸에 비누칠을 하면서 행복은 바로 이런 것이구나 생각했다.      

 

 



  목욕을 끝낸 가뿐한 몸으로 굽이굽이 한계령을 오르는 길은 쾌청한 날씨 덕분에 더욱 산뜻해 보였다. 한계령휴게소에서 망원경으로 주변 칠형제봉과 양양 일대를 살펴보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신기한 일인가 보다. 군밤 3봉지를 사서 각 차에 나누어주고 서울로 향했다. 도로는 웬일인지 연휴 마지막 날의 귀경길답지 않게 떠날 때와 마찬가지로 뻥 뚫려 있었다. 오는 길에 양평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각자 여행의 즐거움을 나눴다. 비선대까지 걸어갔던 일, 바닷가에서 파도를 즐기며 놀았던 일,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었던 일, 윷놀이를 했던 일들을 기억해 내며 손녀 손녀들은 한결같이 즐거웠다고 했다. 아마도 이런 기억들은 진한 추억으로 남아 오래도록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추석 가족여행은 부모자식간에는 존경과 사랑을, 형제간에는 끈끈한 형제애를 이어가는 기회가 될 것이 분명하다. 가정만큼 소중한 가치가 어디 있겠는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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