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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제주도

제주 우도, 에머럴드빛 바다 위에 떠있는 이색적인 섬

by 혜강(惠江) 2010. 2. 3.

제주 우도 (올레 1-1코스)

 

에머럴드빛 바다 위에 떠있는 이색적인 섬


·사진 남상학

 

 

 

* 올레1코스 성산포 오정개 해안의 올레길에서 바라본 우도의 모습 *

 

  

  신새벽 제주 성산일출봉에서 바라보는 해돋이 광경은 예로부터 영주 10경 중 제1경으로 꼽힐 정도로이름이 나 있다. 굳이 일출봉에 오르지 않더라도 성산포 언덕에서 일출봉을 비켜 오르는 일출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장관이라고 했다. 성산포 용궁민박에서 단잠을 자고 일어난 우리는 운무가 자욱하여 해돋이의 장관을 볼 수 없는 게 안타깝다.

  하는 수 없이 가까운 곳에 있는 청진동해장국(064-782-1666, 010-3701-5776)으로 향했다. 해장국 한 그릇이 피곤한 몸을 녹여주는 듯했다. 식당 사장님께 우도뱃길 운행사정을 알아봐 달라고 했더니, 전화를 걸어 10시부터 운행이 가능하다고 알려준다. 파도가 높아 우도행 카페리가 운행을 못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우리는 쾌재를 불렀다. 식사를 끝내고 여객선터미널까지 걸어갈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으므로 따끈한 커피를 마치고 선착장으로 출발했다.  

 

 

이생진 시인의 시비공원(詩碑公園)을 거쳐


  우도가 바라보이는 해변길로 걸었다. 우리는 해녀의 집이 보이는 길을 지나 성산일출봉이 한눈에 들어오는 성산의 숨겨진 비경 오정개 해안에서 이생진 시인의 시비공원(詩碑公園)을 만날 수 있었다. 시비공원에는 성산포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이생진 시인의 시집 <그리운 바다 성산포>에서 「그리운 바다」,「술에 취한 바다」등 대표작 19편을 두툼한 검정돌판에 새겨 놓았다. 이 돌들은 마치 바다에 놓인 돌처럼 일출봉을 배경으로 성산포 해안 높은 언덕 위에서 시의 바다를 그려내고 있었다.

  이생진 시인은 바다를 좋아했고, 유난히 성산포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인이었다. 그의 남다른 성산포 사랑을 보답이라도 하듯이 마을 주민들이 성금을 모아 시비 공원을 조성하여 이곳을 찾는 올레꾼과 관광객들이 쉬어가면서 그의 시를 음미하도록 한 것이다. 올레1코스를 지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이 길을 지나게 되어 있으므로 성산일출봉만이 아닌 성산포의 아름다움과 시도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그이 시비공원 건립이 이생진 시인에 대한 성산포 주민의 애정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부듯해진다.   

    아침 여섯 시 어느 동쪽이나 그만한 태양은 솟는 법인데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다고 부산 피운다.

    태양은 수 만개 
    유독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나와서 해를 보라

    하나 밖에 없다고 착각해 온 해를 보라. 


    성산포에서는
푸른색 이외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설사 색맹일지라도 
바다를 빨갛게 칠한 순 없다.

    성산포에서는
바람이 심한 날 제비처럼 사투리로 말한다.

    그러다가도 해가 뜨는 아침이면 말보다 더 쉬운 감탄사를 쓴다.

    손을 대면 화끈 달아오르는 감탄사를 쓴다.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술을 마실 때도 바다 옆에서 마신다.

    나는 내 말을 하고 바다는 제 말을 하고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기는 바다가 취한다.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 '그리운 바다 성산포(1)'의 일부

  나는 시집「그리운 바다 성산포(1)」를 읽은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그의 시를 읽다가 성산포로 달려가 하염없이 바다를 보고 싶어 했다. 종전에 이곳 성산포에 와서 바다를 본 적이 있지만, 그 때 보지 못한 바다의 모습이 그곳에 남아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성산포의 바다에 매료되어 성산포 바다가 그려내는 무한한 생명력을 시를 통해 탄생시켰다. 그리하여 이생진 시인은 2001년 이 시집으로 서귀포 명예시민이 됐다. 그만큼 이 시집이 제주도 시민을 감동시켰기 때문이다.



* 성산포에 조성해 놓은 이생징의 시비(시의 바다) *


 

환상적인 바닷길 우도올레

 

* 우도로 가는 배가 출발하는 성산포여객선터미널 *



  우리는 성산포대합실(064-782-5671)에서 표를 끊고 우도 뱃길에 올랐다. 우도는 해양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1,000원의 입장료와 도선료, 터미널이용료를 합하여 성인 편도 3,5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우도까지는 3.8㎞로 약 20분이 지나면 우도에 닿는다. 월, 화, 수, 목요일은 하우목동항에, 금, 토, 일요일에는 동천진동항으로 입항한다.

 

   끊어졌던 물이

   서로 손을 잡고 내려간다
   헤어졌던 구름이 다시 모여

   하늘에 오르고
   쏟아졌던 햇빛이 다시 돌아가

   태양이 되는데
   우도(牛島)는 그렇게

   순간처럼 누웠으면서도
   우도야

   우도야

   부르는 소리에 귀에

   기울이지 않는다.


   이생진 시인의 <우도>다. 우도는 고즈넉하다.  제주 동쪽 바다에 떠 있는 우도(牛島)는 아름다운 자연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섬이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국내에서 유일한 하얀 산호모래 백사장이 눈부시게 펼쳐 있는 곳. 소가 드러누운 모습이라고 해서 그런 이름을 얻었다. 우도의 대표적인 풍경으로 우도팔경이라 하여 주간명월(晝間明月), 야항어범(夜航漁帆), 천진관산(天津觀山), 지두청사(地頭靑莎), 전포망도(前浦望島), 후해석벽(後海石壁), 동안경굴(東岸鯨窟), 서빈백사(西濱白沙)를 손꼽는다.

 

  또한 우도는 영화 “시월애”, “인어공주” 를 촬영한 장소로서 서정적인 제주 섬마을 풍경과 아늑한 풀밭의 정취, 푸른 제주바다와 맞닿은 하얀 백사장 풍경이 무척 인상적인 곳이다. 섬 전체가 펑퍼짐하고 넓은 초지와 섬마을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가운데 풀 뜯는 말이 한가롭게 눈을 끔벅인다.

  우도올레는 한마디로 우도해안을 한바퀴 도는 올레길이다. 육지에서는 전혀 보지 못하는 새로운 바닷가올레. 어쩌면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우도올레는 환상형 코스여서 배편에 따라 천진항 또는 하우목동항에서 출발하면 된다. 낮은 지역은 주로 우도 땅콩과 종파, 마늘을 재배하는 밭이다. 그리고 마을은 돌담이 있는 전형적인 섬마을이다. 해변을 끼고 도는 우도올레의 환상형 코스는 짙푸른 바다와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 정겨운 길이다. 걷는 거리가 16.1km. 우도공원을 둘러보며 여유 있게 한 바퀴 도는 데는 약 4시간은 잡아야 한다.  

  우리는 오전 중에 우도 올레를 끝내고 다음 코스로 이동하기 위하여 코스를 단축하여 걷기로 했다. 광광버스를 대절하기는 임금에 비해 인원이 너무 적고,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것도 문제가 있어 섬을 일주하는 순환버스를 타기로 했다. 하우목동항에서 일주버스를 타고  조일리 영일동에서 내려 검멀래 해수욕장-망동산-우도봉정상에 올랐다가 홍조단괴 해빈해수욕장의 서빈백사를 구경하고 하우목동항으로 걷기로 한 것이다. 버스는 나지막하게 돌담을 쌓은 마을을 중심으로 돌아 우도 섬의 동쪽 해변에 있는 조일리 영일동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해안을 따라 걷다 보니 우도봉 아래 해벽이 심상찮다. 우도팔경 중 ‘후해석벽(後海石壁)’이라 명명한, 높이 20여m, 폭 30여m의 우도봉의 기암절벽이 다가선다. 입이 딱 벌어지는 광경이었다. 차곡차곡 석편을 쌓아올린 듯 가지런하게 단층을 이루고 있는 석벽이 직각으로 절벽을 이루고 있다. 단층의 사이사이에는 오랜 세월 풍파에 깎여서 깊은 주름살이 패였다.

  이어서 또 하나의 팔경이 나타난다. 동안경굴(東岸鯨窟)이다. 검은 모래가 펼쳐진 ‘검멀래’ 모래사장 끄트머리 절벽 아래 동굴(150m)이 그것이다. 일명 콧구멍이라고 하는 이 동굴에는 커다란 고래가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이 굴은 썰물이 되어서야 입구를 통하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동안경굴이 맞은편으로 바라보이는 길목에는 이름다운 펜션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곳 길목에는 우도 특산물인 우도땅콩과 붕어빵을 구워 파는 노점이 있어 올레꾼들의 발길을 잠시 멈추게 한다. 우도봉 정상에 오르기 전 잠시 숨을 고르는 곳이다.

  붕어빵과 땅콩맛을 보며 잠시 쉬었다가 등대가 있는 우도봉(132m)을 오른다. 오르막길 옆과 그 길을 올라선 등성이에는 마른 억새풀로 뒤덮여 있다.  섬의 남동쪽 끝의 쇠머리오름(132m)에는 우도등대가 있다. 가쁜 숨을 내쉬며 우도봉을 오르다 보면 절벽위에 바다를 바라보며 서있는 하얀 등대가 보인다. 이곳이 국내 최초의 등대 테마공원이다. 우도등대공원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바다 한가운데 우뚝 솟은 우도봉에 올라 사방을 바라보면 성산일출봉을 비롯해서 어느 한곳 그냥 넘길 수 없다. 감탄사의 연발.

 

  이곳에는 우리나라와 세계의 주요 등대모형이 전시되어 있고, 야외전시장, 전망대, 산책로, 사진 촬영코너 등이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이곳 우도공원이 유명해진 이유 중 하나는 빼어난 전경 때문일 것이다. 우도등대에 오르면 탁 트인 시야로 푸르른 제주의 해안과 넓은 바다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우도봉에서 내려다보이는 우도 분지에는 우도에 물을 공급하는 저수탱크가 있고, 드넓은 들판에는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우도 서쪽 바닷가에는 8경의 하나인 서빈백사(西濱白沙)가 있다. 하얀 홍조단괴해빈(紅藻團塊海濱) 해수욕장이 있다. 제주도의 흙과 모래는 모두 용암이 분출된 것이어서 검정색이지만 유독 이곳 모래는 에메랄드빛으로 부서지는 햇살 아래 눈이 부셔 잘 뜨지 못할 정도로 하얗다 못해 푸른빛이 돈다. 우리나라에서 단 한 군데 이곳 바다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인데, 하얀 돌 때문에 '산호사해수욕장'이라 불렸다는데, 산호사가 아닌 홍조류가 하얀 빛을 발산하는 것이어서 최근에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천연기념물 제438호로 지정됐다.

  수심에 따라 바다 빛깔이 달라 남태평양이나 지중해의 어느 바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홍조단괴해빈은 백사장으로 김, 우뭇가사리 등의 홍조류가 딱딱하게 굳어 형성된 홍조단괴가 다시 부서져 생긴 해변이라는 뜻이다.  이 하얀 모래는 옥빛 바다와 어울려 환상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여름에는 이곳 해수욕장의 이색적인 풍광을 즐기려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아온다. 그래서인지 예쁘게 지어놓은 펜션 등 휴양시설이 많다.

 

 

*우리가 타고온 카페리, 우도 하우목동항에 도착했다. 

 

* 우도에 도착하자마자 우도버스를 탔다.

* 하우목동에서 승차, 시계방향으로 조일리영일동에 하차, 나머지 코스를 걷기로 했다.


* 버스를 타고 우도 풍경에 취히다. 

*비앙도 입구에서 잠시 주차하여 경광을 감상하다.

 

 

* 우도봉 아래의 후해석벽이라 이름하는 기암절벽 

 

 

* 검멀래해변의 경안동굴


* 우도봉 정상을 향해 오르기 전 땅콩, 붕어빵 파는 가게들

*등산길 안내표지판

 

 

*우도 정상으로 오르는 대원들

 

 

* 드디어 정상에 선 등대가 보인다


* 우도봉 정상에 마련된 등대공원

* 하산길에서 만나는 풍광과 마을 풍경

 

 

 * 하얀 홍조단괴해빈의 서빈백사가 눈이 부실 정도다.

 

 

* 해안에 늘어서 있는 유럽풍의 펜션들


 

  이생진 시인은 '무명도(無名島)'라는 시에서 "저 섬에서 /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눈으로 살자"고 했다. 이생진이 그리는 ‘저 섬’은 분명히 시인이 꿈꾸는 이상향, 유토피일 것이고, 시인의 소원은 저 섬에서 한 달만이라도 사는 것이다.

 

  이 시의 소재가 된 섬은 여러 정황으로 보아 제주도에 딸린 ‘우도’가 분명한데,  시인은 걱정, 근심이 없는 세상, 사람 사이의 갈등도 없는 세상,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마음을 텅 비울 수 있고, 자연을 감상하며 자연에 동화되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섬, 우도를 그리워하며 그곳에서 살고 싶었던 것이다. 일찌기 도연명(陶淵明)이 무릉도원(武陵桃源)에서,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가 <이니스프리의  섬(The Lake Isle of Innisfree)>에서 살고 싶어 했듯이, 시인은 도시의 소음과 번잡스러움을 떨치고 한적한 자연에 묻혀 홀로 살고 싶은 소망을 담담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이생진 시인과 다름없이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가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우도'에 남아 한 달 정도만이라도 살아보고 싶은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러나 그 소망도 '하나의 꿈'이라는 걸 이해하기까지는 오래걸리지 않았다. 이름 있는 섬을 이름 없는 섬, '무명도(無名島)'로 바꾸어 놓고 있는 것 자체가 유토피아는 그저 가상적인 환상(幻想)의 공간이며,  실은  실체가 없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도 하우목동항에서 우리는 아름다운 자연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섬을 뒤로하고 성산포로 나오는 배에 올랐다. 나지막하게 돌담을 쌓은 정겨운 마을과가끔 소와 말이 풀을 뜯고 있는 넓은 초지, 이색적인 해변, 가까이서 푸른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탁 트인 조망, 그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풍경들을 가슴 속 깊이 묻고서.  우도여, 아듀!

 

 

 

본도 성산포항으로 가는 페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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