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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제주도

제주올레 걷기, 겨울 바람에 실려 온 ‘올레’의 유혹'

by 혜강(惠江) 2010. 2. 3.

 

제주올레 걷기 


겨울 바람에 실려 온 ‘올레’의 유혹' 

 

(3박 4일의 계획과 출발 )

 

 

·사진 남상학

 

 

 

* 1-1 우도봉 정상을 오르는 일행 *




‘올레 걷기’ 열풍이

제주의 관광패턴까지 뒤바꿔 놓고 있는 이 즈음

1월 25일, 3박 4일 일정으로 여행클럽 ‘좋은벗님’ 회원(세 커플과 남성 싱글 하나)과 함께
제주도 올레 길을 걷기로 했다.
마일리지를 이용하는 것이어서 한 달 전쯤 예약을 했더니

오후 비행기 편을 이용해야 한단다. 한 나절을 손해 본 느낌이다.

어느 덧 고희(古稀)를 넘어섰으면서도

유독 나는 ‘이 나이에'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나이의 한계를 시험(?)해 볼 작정으로  ‘겨울철 올레 길 걷기’에 도전한 것이다.
그러나 걷기에 주력하되. 그 코스의 가장 핵심적인 곳에서는
제주도 사투리 그대로 “놀멍 쉬멍 걸으멍” 하겠다고 작정했다.

잠시 올레코스를 벗어나 한눈을 팔더라도 마음 가는데는 집중적으로 돌아볼  것.

제주올레에서 '올레'라는 말은

제주 토속어로 '거리 길에서 대문까지의,

집으로 통하는 아주 좁은 골목길'을 뜻한다고 하는데,
발음 자체가 환상의 섬 제주로 ‘오라’는 권유나 유혹(?)의

말로 느껴지고도 한다.


우리가 선뜻 제주올레를 걷기로 한 것도

아마 이런 유혹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암튼 우리는 그 동안의 여행과는 달리,

이동할 필요가 있을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배낭을 멘 채 걷는 것을 위주로 하고,
숙소도 예약을 하지 않고 형편에 따라 정하기로 하였다.

제주 올레는 2007년 9월 처음코스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80년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졸업하고, 23년에 결친 기자생활을 하고,
산티아고 길 위에서 고향 제주를 떠올리며

산티아고 길보다 더 아름답고 평화로운 길을 제주에 만들겠다고 다짐한 서명숙 여사.

당찬 그 여자는 잘 나가던 회사에 사표를 냈다.

모든 일은 남다른 안목을 가진 개척자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인데
그가 뜻을 두고 제주에 걷는 길을 내기 시작한 지 3년여만에,

그의 노고로 현재까지 개발된 코스가 17개 코스.

그 중에서 이번 여행에서 선정한 코스는
제주도 동부지역의 시흥초등학교에서 광치기 해변까지의 제1코스,
우도 올레의 1-1코스, 제주 남부지역의 남원포구에서 쇠소깍까지의 제5코스,
쇠소깍에서 외돌개에 이르는 제6코스, 외돌개에서 월평포구에 이르는 7코스,
월평포구에서 대평포구에 이르는 제8코스였다.

인터넷을 뒤져 정보를 검색하고

심사숙고 끝에
가장 매력적이면서도 평이한 해안코스를 선택했다.


앙상하게 헐벗은 쓸쓸한 겨울산길보다는
푸른색으로 출렁거리는 생명력을 느껴보고 싶어서다.

그 곳에는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삶의 자국들이 어우러져 있을 테니까.

그렇다고 이들 코스를 모두 완주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갑작스런 풍랑으로 출항금지 명령이라도 내리면 우도는 포기해야 하므로
대체할 만한 코스가 있어야 한다.

만약 우도코스를 갈 수 있다면 다른 코스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경우에 따라 취사선택하기로 하고

6개 코스를 선정했을 뿐이다.  

날씨에 따라 일정을 변경해야 하고, 숙소도 정하지 않은
이 불확실성(?)의 여행을 주관하는 나로서는 큰 부담이 되었지만
이 겨울 따스한 남쪽 섬으로 아내와 함께

일상을 탈출한다는 기분만으로도 나는 행복했다.

 

운동화 끈을 동여매고 배낭 하나만 짊어진 채로
제주의 풍광과 문화를 ‘발’로 체험하고자 설렘과 기대 속에 김포를 출발했다.


"이제 나에게 남은 일은 쉬엄쉬엄 걸으며
그동안 잊고 지냈던 자연과 나 자신을 만나는 일이다. "

 

 * 제주 올레 길을 개척한 서명숙 여사, 현재 제주올레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 올레 전 코스(우도, 가파도, 추자도 코스 포함) 


  * 서명숙 여사가 쓴 제주올레 안내책자는 좋은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 사진은 표지)

 

 * 7코스 외돌개 해안에 선 필자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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