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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제주도

제주 성산일출봉에 오르다

by 혜강(惠江) 2010. 2. 3.

 

제주 성산 일출봉에 오르다

 

해발 182m, 천연 축구장 같은 분화구

 

 

·사진  남상학

 



 

 

  오후 1시 20분, 김포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불과 50분 만에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제주공항에 내린 우리는 100번 버스로 제주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하여 성산포 방향으로 가기 위해 제주도를 동쪽으로 일주하는 동일주 버스를 탔다. 버스는 바다를 왼쪽으로 끼고 달렸다.  바람이 많은 제주도답게 바람이 심하게 불고 파도가 높게 일었다. 심상치 않다. 버스에서 우도로 떠나는 배편을 알아보기 위해 성산포여객터미널로 전화를 걸었다. 예상대로 오후 2시부터 출항금지 조치가 내려졌다는 것이다.

  오후 4시 50분. 공항에서 출발한 버스는 1시간 30분만에 성산포에 도착했다. 내일 바람이 자면 우도에 들어가기로 하고, 오늘 남은 시간에는 성산일출봉을 오른 다음 1코스의 일부라도 걷기로 했다. 성산일출봉 주차장 가까이에 있는 용궁민박(064-782-2379)에 짐을 풀고  성산 일출봉으로 향했다.

  제주 성산일출봉은 제주를 찾는 사람들이 오르고 싶어하는 명소중의 하나다. 해돋이가 유명하기도 하지만 주변경관이 워낙 아름답고 연계 관광지가 많은 탓이다. 먼저 제주도 섬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이생진 시인의 <그리운 성산포>가 떠올랐다.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 집에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나타난 버스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 이생진의 '그리운 성산포'에서

 

  제주도 동쪽 끝에 위치한 성산일출봉은 원래 해저 용암분출로 이루어진 화산이다. 본래 섬처럼 떨어져 있었으나 오랜 세월동안 발달한 사주에 의해 육지와 연결되었다. 해발 182m이며 99개의 작은 봉우리로 둘러싸인 천연 축구장 같은 분화구이다. 그 모습이 거대한 성과 같다 하여 성산(城山)이라 불린다.

 

  둥근 바위산 아래로 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고, 관광용 말들이 한가로이 노닐고 있는 모습이 이국적이다. 멀리 우도가 바라보이고, 바다 쪽으로 깎아지른 절벽아래 푸른 바닷물이 넘실댄다. 일출봉은 그 생김새와 지질학적인 가치로 인해 제주도 기념물 제36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목책을 따라 계단과 오르막길을 걸어 정상에 오르니 몸이 날아갈 지경이다. 일출봉을 오르다보면 하늘 향해 치솟아 오른 동경돌바위(일명 별장바위)와 초관바위(금마석), 곰바위(중장군바위) 등이 우뚝 솟아 있고, 그 바위 옆에는 잠시 쉬다갈 수 있는 벤치가 놓여있다.  그  벤치에 앉으면 앞으로는 마을과 뒤로는 아스라이 우도가 보인다.

  드디어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 정상에서 바라보는 성산포 일대의 풍광은 언제 보아도 환상적인 모습이다. 눈아래 움푹 파인 분화구는 성벽 같은 봉우리로 둘러싸여 있고,  일출봉의 오른쪽으로는 난섬과 우도의 절경이, 왼쪽으로는 섭지코지와 신양해수욕장이 절경을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 건너 우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고, 성산포 마을과 주변 마을도 모두 정겹다. 내려오는 길에서 바라보는 낙조 또한 멋지다. 멀리 서쪽하늘은 지는 해가 검은 구름 속에서 가끔 얼굴을 내밀어 보이기도 했다.

  일출봉을 내려와 우리는 수마포 해변을 거쳐 광치기 해변까지 걸었다. ‘이것이 올레 길이구나’ 실감하며 3㎞정도를 걸으니 벌써 주변이 어두워졌다. 멀리 바다에는 높은 파도 속에서도 조업하고 있는 어선의 불빛이 반짝거린다. 해안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지역 주민의 도움으로 이 지역에서 갈치조림을 가장 잘 한다는 집을 소개받았다. 성산읍 신양리에 있는 제주마루(064-783-0222, 010-2661-4795). 개업한 지 얼마 안 되었다는 집인데, 사람들이 모여든 것을 보면 꽤나 소문난 집인 것 같았다. 제주도 음식으로 서민들이 즐겨찾는 것으로 갈치, 고등어, 토종흙돼지, 해물뚝배기 등을 대표음식으로 치는데, 오랜만에 갈치조림으로 포식하고 보니 제주도 여행의 실감이 진하게 느껴졌다.  

  숙소로 정한 민박집에 들어오니, 주인마님이 먹고 싶은 대로 가져가라고 감귤을 내놓는다. “풍년에 인심 난다.”는 말이 있듯이, "감귤의 고장에 오니 감귤을 실컷 먹을 수 있구나 생각하며 몇 개씩 들고 방으로 향했다. 나무에서 딴 지 얼마 안 된 감귤은 신선하고 당도가 높았다. “내일은 날씨가 좋아 우도에 들어갈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 목책을 따라 오르는 길, 바람이 거세어 완전무장했다..

* 성산일출봉으로 오르는 길에 만나는 기묘한 바위와 그 뒤로 보이는 마을

 

 

* 정상에 이르는 막바지 계단. 정상에는 나무데크로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움푹 패인 일출봉 분화구

* 정상에서 바라보이는 광경(위로부터 우도, 일출봉 아랫마을, 광치기 해변 쪽) 

 

* 하산할 때는 계단을 통해 다른 길을 이용하게 되어 있다.  

 

* 하산길에 잡은 일몰, 구름 낀 사이로 지는 해가 더욱 아름답다 

 

* 일출봉에서 하산한 우리는 수마포 해변을 거쳐 어둠이 내리는 시간 광치기 해안까지 걸었다. 

 * 성산포 앞바다에서 어화(불)를 밝히고 고기잡이하는 어선들.   

 

 

 광치기 해변에 어둠이 깔리는 것을 보고, 지역 주민의 추천을 받아 제주도 대표음식의 하나인 갈치조림으로 저녁식사를 마쳤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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