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8코스
대평포구에서 중문단지까지 9㎞ 해안길
(난드로, 하예, 연리 해안길, 해병대길, 존모살 해안, 중문단지)
글·사진 남상학
일기예보에는 오늘 제주지방에 비가 오겠다고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하늘이 잔뜩 흐려있을 뿐 비는 내리지 않는다. 정말 다행이다. ‘부두모이세해장국집’(064-762-3124)에서 아침식사를 마친 우리는 오늘의 계획에 대하여 의견을 나눴다. 올레코스 중에서 8코스는 꼭 걷고 싶은 데 혹시 비가 올지도 모르는 상황이어서 7코스는 남겨두고 비가 오지 않을 때 8코스를 역(逆) 방향으로 걷기로 하였다. 그리고 배낭 메고 걷는 수고를 덜기 위하여 숙소를 옮기지 않고 여기서 하루를 더 묵기로 하였다.
8코스는 전형적인 바다올레 코스로 용암과 바다가 만나 절경, 흐드러진 억새가 펼쳐내는 풍경이 일품인 열리 해안길, 해병대의 도움을 받아 해녀들만 다니던 바윗길을 새로 연 해병대길, 휴식과 휴양의 메카 중문단지, 지삿개 해변의 주상절리를 지나는 최고의 환상적인 코스이기 때문이다.
대평리의 박수기정과 난드르해안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중섭거리를 지나 시내버스를 타고 대평리에서 내렸다. 종점인 대평리는 자연과 어우러진 여유로움과 편안함으로 가득찬 작은 마을이었다. 지세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대평리의 월라봉은 안덕계곡의 울창한 수림과 절벽들이 바다로 그 맥을 내리며 이어주는 것처럼 뻗어있어 마치 계곡의 끝 줄기처럼 여겨진다.
대평마을의 큰 자랑거리는 박수물인데 여기에 맞닿아 있는 박수기정바위의 경치는 보는 이를 매료시킬 만큼 빼어나다. '기정'이라는 말은 제주에서 ‘높은 벼랑’을 뜻하는 말로 박수기정바위는 '박수물 쪽의 높다란 바위'를 뜻한다. 대평마을의 서편을 병풍처럼 둘러친 박수기정바위와 박수물을 보고 있으면 '산세가 수려하면 물도 깊고 좋다'는 말이 절로 느껴진다.
이어지는 길은 하예해안가를 지난다. 하예해안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민가가 있다는 것이 여느 해안 모습과는 좀 다르다. 말 소낭밭 삼거리를 지나면 동난드르가 드넓게 펼쳐지고 논짓물을 지나 열리 해안길로 접어든다. 해안길을 지나며 우측으로 펼쳐지는 바다는 일망무제다 . 멀리 바다 끝으로 달려나간 멧부리에 등대 하나만 외로이 서 있을 뿐이다.
그런데 갑자기 한가로이 걷는 올레 길에 오토바이 소리가 요란하여 돌아보니 한 대도 아니고 여러 대가 무리를 지어온다.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은 한결같이 평상복을 입은 50~60대 여인들이다. 한참을 걷다보니 트럭한 대가 여인들을 싣고 간다. 자세히 살펴보니 물질을 위하여 해녀들을 지정한 장소까지 데려다 주는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시멘트로 잘 지은 바닷가 건물에 여인들이 몰려 있다. 이곳까지 온 여인들은 이곳 해안가 탈의실에서 잠수복으로 갈아입고 입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가끔 반대방향에서 오는 올레꾼들과 마주치며 인사를 나눌 때는 웬지 그리 반갑다.
해병대길에서, 그들의 수고에 감사하며
이어오는 길은 해병대길 구간, 열리 하수처리장에서 중문 하이야트 호텔 산책로 아래 '존모살 해수욕장'까지 난 절벽길이 바로 이름하여 '해병대길'이다. 물론 제주올레에서 명명한 길 이름일 뿐, 정식명칭은 아니다. 이 절벽 해안길은 정말이지 환상이다. 한쪽으로는 파도소리가 귓전에 생생하게 들리고, 또 한 편으로 눈을 돌리면 원사시대 동굴과 공작새 날개깃처럼 오묘한 형상을 한 동굴 '들렁귓궤'가 멋진 모습을 뽐낸다.
이 길은 본래 들쑥날쑥한 갯바위들이 흩어져 있어 자칫 발을 헛디뎌 낙상하기 십상이어서 온통 신경을 곤두세우며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불과 800여m 정도 되는 이 길은 평지에서 2~3㎞를 걷는 것보다 더 힘들었던 것인데, 제주올레를 찾는 관광객을 위하여 해병대원들이 해안길을 고르게 만드는 힘든 정비작업을 함으로서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 평탄화 작업은 들쭉날쭉한 갯바위 대신 납작한 몽돌을 깔아 마음 놓고 걸을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었다. 작업에는 70명의 해병대와 10명의 해군병력이 투입되어 사흘간 구슬땀을 흘린 끝에 드디어 평탄하게 바윗길이 뚫렸다고 한다.
이들 해방대원들의 수고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단다. 평소 관광객이 다니지 않았던 이곳은 행정의 손길이 채 미치지 못한 무명의 포구가 다섯 개나 되고, 바닷가에서 밀려든 쓰레기더미와 주민들이 마구 내다버린 생활 쓰레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이들은 해안가 쓰레기 대청소에 나섰고 이 작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단다. 이들의 정성과 수고가 있었기에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길을 걸을 수 있는 특전을 얻게 된 것이 아닌가. '귀신 잡는 해병'의 대민사업이 꽃을 피운 것이다. 나는 해병 장병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길을 걸었다.
주상절리의 존모살 해안
해병대길이 끝나는 곳에 존모살해안이 펼쳐진다. ‘존모살‘은 ’작은 모래‘라는 제주도방언. 해수욕장 역할로는 부족하지만, 이 해변의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주상절리의 모습은 그저 신비스럽기 그지없다. 주상절리란 바위의 특정한 현상에 의해 규칙적인 문양으로 갈라진 것을 말하는데, 이곳의 주상절리 형태의 바위들은 한라산의 용암이 흘러내리다 바다에 닿아 급격히 식으면서 생긴 현상이라 한다. 검은 바위절벽과 청옥빛 바다가 빚어내는 비경이 또 있을까. 솟구친 해안 바위로 쏟아지는 작은 물줄기는 아마도 천연폭포가 아닌, 하얏트 호텔에서 만든 인공폭포처럼 보인다.
이곳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언덕 위 우람하게 서있는 하얏트호텔. 휴양단지의 여러 시설들과 긴모살인 중문해수욕장이 펼쳐진다. 이곳에는 휴양단지답게 돌고래쇼장을 비롯하여 요트계류장 들 해양소포츠의 시설들, 대형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다.
그런데 잔뜩 찌푸렸던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진다. 우장을 하고 걷던 길을 계속했다.오늘 남은 일정 중에서 지삿개 해변의 주살절리(柱狀節理)를 보는 것이 하이라이트이기 때문에 빗속에서도 강행군을 해야 했다. 돌고래쑈장을 지나, 요트장을 거쳐 배릿내오름에 오르니 시에스호텔이다. 여기서 좀 이동하면 컨벤션센터. 그 옆으로 제주도의 숨은 비경 지삿개 해변이 펼쳐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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