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여행
여행객에 집적대지만 그래도 안전한 관광국
류수한
쿠바에서 머무는 동안 이해하기 쉽지 않은 정책이나 현상들을 많이 보았다. 쿠바는 외국 관광객 유치에 상당히 적극적이어서 국가 전체 수입에서 관광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 하지만 관광객과 관련된 정책들 중에는 낯선 것이 많다.
▲ 쿠바의 아바나는 대단히 치안이 좋은 도시이다.
▲ 세계 어디가나 있는 차이나 타운은 이곳 아바나에도 있었다.
▲ 아바나 시내 버스 0.4CUP(한화 24원) 그러나 버스 노선도가 없어서 외국인 은 타기 쉽지 않다.
쿠바는 관광 목적으로 입국하는 관광객들의 여권에는 도장을 안 찍어 준다. 비자 대신 여행자 카드(미화 25$)를 사서 제시하면 된다. 흔적이 남지 않는 이 정책은 미국의 눈치를 보는 다른 국가들의 입장을 생각해서 만든 조치인 듯하다.
이 보다 더 낯선 것은 국가의 화폐정책이다. 쿠바의 국민들이 사용하는 화폐와 외국인이 사용하는 화폐가 구분되어 있는 것. 내국인은 페소 쿠바노(Peso Cubano, 약칭 CUP)를 주로 사용하고, 외국인이 페소 콘베르띠블레(Peso Convertible, 약칭 CUC)를 주로 쓴다.
쿠바의 이중 화폐정책은 예전 미국 영향권 하에서 1달러를 1:1로 교환하는 화폐 정책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현재 1CUC는 미국의 1달러 보다 조금 비싼 편이다. 하지만 문제는 같은 ‘페소’라는 이름을 쓰는 두 화폐간의 환율차에서 발생한다. 관광객들이 사용하는 1CUC가 24CUP에 해당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24배의 손해를 보는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1페소를 내세요’라는 말만 듣고 1CUC를 냈는데, 알고 보니 1CUP를 내라는 의미였던 것. 쿠바에서 계산을 할 때는 정확히 물어봐야 한다.
실제로 쿠바를 여행하다 보면 이러한 이중적인 화폐제도를 이용해 관광객들에게 바가지를 씌우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곳도 있다. 관광객들도 CUC만을 사용하다 보면, 상당히 돈을 많이 쓰게 돼, 서유럽을 여행하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가기도 한다.
▲ CUP으로 먹을 수 있는 쿠바의 길거리 음식점
▲ 길거리 음식점의 볶음밥(Arroz Frito) 8CUP(한화 500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
▲ 길거리 피자(Pizza de Queso) 5CUP(한화 300원)
▲ 길거리 아이스크림 1CUP(60원), 저렴한 가격과 더운 날씨 때문에 사람들 이 줄을 이 어서 사 먹습니다.
원칙적으로는 외국인은 비싼 CUC를 사용해야 하고 호텔, 레스토랑, 슈퍼마켓 중에는 CUC만 받는 곳이 정해져 있지만, 어디 사람들의 세상 살이가 그런가? 어디에나 원칙을 깨는 변칙이 있는 법. CUC를 CUP로 발 빠르게 환전해서 길거리나 쿠바 서민들이 이용하는 CUP 음식점에 가면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식사도 할 수 있고 서민 대중교통도 탈 수 있다.
하지만 환전도 다소 어려운 일이다. 어느 나라나 환전소에 가면 다른 나라의 화폐를 사고 팔고 하는 환율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전광판으로 보여 주는 게 정상. 그러나 이곳 쿠바만은 전광판이 있어도 사고 파는 비율을 국가별로 뒤바꾸어 놓기도 해서 관광객들이 오늘의 환율을 따져가며 환전하기가 상당히 힘들다.
▲ 아바나 베다도의 고급 아파트 까사 내부, 제법 호텔 같은 분위기가 난다.
▲ 까사에서 제공하는 저녁 식사, 새우 등 해산물 요리.
쿠바에는 관광객들이 머물 수 있는 호텔이 부족해서 정부의 허가를 받고 영업하는 민박집이 많다. 이를 ‘까사 빠르띠꿀라(Casa Particular)’라고 하는데 가정집의 방 1~2개 정도를 손님방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 시설은 제법 깔끔하고 편리한 편이지만, 아바나 시내 기준 1박에 20~35CUC(한화 28,000~50,000원 정도)로 웬만한 이코노미호텔 수준의 가격이다.
까사의 주인들은 손님이 들어오면 여권의 관광객 정보 사항을 꼼꼼히 기록해서 정부에 보고하고 세금도 낸다. 다만 민박집에서 돈을 받고 제공하는 아침 식사나 저녁 식사 같은 경우 보고 누락을 해도 괜찮아서 이런 쪽으로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경제적인 호텔이나 호스텔을 만드는 대신 이러한 민박집을 운영하는 것도 쿠바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 오전 개점시간에 맞춰서 물건을 구입하려고 몰려든 사람들, 약간 아수라장 같은 느낌이 든다.
▲ 쿠바 베다도 지역에 나와 있는 노점들. 물건이 참 다양하다.
기초 생필품이 부족한 쿠바에서는 우리나라나 다른 자본주의 국가처럼 대형 할인 마트나 백화점 같은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허름한 슈퍼마켓 같은 곳이 더러 있지만 상품도 한정되어 있고, 운영시간도 불규칙하다. 그러다 보니 제 때에 필요한 물품을 사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이러한 불편함에도 불구 하고 쿠바는 전체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로 꼽힌다. 사회주의 국가의 전형적인 모습답게 강도, 도둑 등의 범죄율이 상당히 낮아서 관광객들이 안심하고 거리를 다닐 수 있다.
다만 아바나 시내 거리를 거닐다 보면 별의별 사람들이 접근해서 친한 척 아는 척, 시가 팔기, 구걸 그리고 호객행위 등을 한다. 또 관광객들에게 특별한 볼일이 없더라도 그냥 한번 말을 걸어보고 집적대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길거리 벤치에 앉아 있던 쿠바 할머니가 갑자기 ‘치노(중국인)?’라고 물어 보는 것처럼.
<출처> 2009. 7. 20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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