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아바나의 아이들이 전하는 결혼선물
- 커플을 둘러싸며 만들어준 하트의 감동 -
류수한
▲ 산프란시스코 교회 모습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아름다운 장면’을 정의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이제 갓 결혼한 신혼부부들의 사진이나, 아직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 등을 보면 한번쯤 아름다움이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아바나 비에하 아르마스 광장에서 남쪽으로 3블록 정도 걸어가면 산프란시스코 광장과 교회(Plaza de San Francisco & Iglesia de San Francisco de asis)가 나온다. 인근의 까떼뜨랄 광장이나 아르마스 광장에 비해 한산하고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광장 한 켠에는 작지만 멋진 분수대가 있고 주변으로 산프란시스코 교회 건물을 비롯하여 옛 정취가 남아 있는 멋진 거리들이 많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마침 도착한 광장에는 바로 옆의 크루즈 선착장에서 내린 단체 관광객들이 광장을 거닐며 사진촬영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분수대 주변에는 이제 막 결혼하는지 예복을 입은 젊은 부부가 웨딩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 교회앞 멋진 조형물
▲ 광장의 분수대
▲ 한가로운 광장 한켠의 모습
그러나 바닷가에 위치한 곳이라 바람도 많이 불고 해서 이러한 다양한 장면들을 뒤로 하고 산프란시스코 교회로 들어가 봤다. 이곳 쿠바의 유적지는 어디나 그렇듯 입장료(2CUC)외에 사진 촬영료(2CUC)를 추가로 받는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면 관광객보다 교회나 박물관을 지키는 직원들 숫자가 더 많다. 이 또한 사회주의 국가의 형식적이고 비능률적인 고용 창출 아니겠나 생각된다.
내부 1층은 다른 교회들과 비슷한 전형적인 실내 구조로 되어 있었다. 뒤편 수도원 2층에 올라가보니 종교 관련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 종교 박물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전시물도 다양하다 싶어 한참을 보고 있는데 여직원 한명이 다가와 스페인어로 설명을 한다. 굳이 원하지도 않고 어려운 스페인어로 뭐라고 설명한 들 알아들을 수도 없어 ‘가이드를 안 해줘도 된다’며 거절했지만, 계속 따라 붙어서 설명을 했다.
▲ 2층에서 본 교회 내부 모습
▲종교미술 작품
▲ 수도원에 있는 팬 파이프와 오르간
높이 46m의 종탑으로 올라가려고 하니 지금은 공사중이라고 해 올라갈 수 없었다. 이 교회의 종탑은 한 때 아바나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바다의 해적선을 감시하는 역할까지 했었다고 한다. 테라스에서 바라본 산프란시스코 광장의 모습은 한층 평화로워 보였다. 한가로이 대기하고 있는 마차와 여유있어 보이는 관광객들 그리고 아까 밑에서 봤던 커플의 웨딩 촬영 등 다양한 모습이 보였다.
순간 거리에서 야외 수업을 하며 걸어오던 어린 초등학교 학생들이 이 웨딩 촬영 장면을 보고서는 환하게 웃으며 우루루 달려왔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웨딩 촬영을 하던 커플을 둘러싸며 손에 손을 잡고 하트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순간 ‘아~~’ 뭐라고 말을 하지 못할 정도의 훈훈함이 감동으로 밀려왔다.
이를 보고 있던 주변의 관광객들은 환호를 하며 박수를 쳐주고 연신 사진을 찍는 등 짧은 순간이었지만 많은 감동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마침 높은 곳에서 망원렌즈로 촬영하던 필자의 카메라로는 이를 다 담을 수 없어서 재빨리 렌즈 교환을 했지만 아이들은 이를 기다려 주지는 않았다.. 이런 야속한…
▲ 테라스에서 본 광장의 모습
▲ 손에 손을 잡고 ‘하트’를 만들어 주는 아이들의 아름다운 모습
교회와 수도원 구경이 다 끝나고 나가려 하는데, 조금 전에 원하지도 않았던 가이드를 해준 여자가 팁을 요구했다. ‘이런… 알아듣지도 못하게 자기 혼자 중얼거리고는 팁을...’ 결국 팁을 주고 나와야 했다. 오늘 이곳에서 하트를 그려준 아이들은 이 다음에 커서 이렇게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럼박물관(Museo del Ron)과 루스 항구(Muelle Luz)로 옮겼다.
쿠바에서 가장 유명한 럼 브랜드인 아바나 클럽(Havana Club)이 만든 럼 박물관으로 내부에는 예전에 럼을 만들던 기구들을 전시해 놓고 있다. 1층 로비에 있는 바에서는 사탕수수즙을 넣어서 만든 칵테일을 판매하기도 한다. 그리고 주야간 한번씩은 라이브 콘서트도 열리는데, 특히 화,수,목 밤 9시 30분에는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콘서트가 열린다고 한다. 아마도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오리지널 멤버 중 한 명이 이끄는 악단이 그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의 유명세를 적절히 차용해서 적당한 콘서트를 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주변 환경이 편안하게 칵테일을 마시며 콘서트를 볼 수 있는 환경도 아닌 것 같았다. 어차피 이번 토요일 나시오날 호텔(Hotel Nacional)의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콘서트를 보기로 해서, 여기 럼 박물관 직원의 끈질긴 설득을 뒤로 하고 향긋한 칵테일 향을 맡으며 박물관을 나왔다.
<출처> 2009. 7. 21 / 조선닷컴
'해외여행 및 정보 > - 멕시코, 쿠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쿠바의 '환영 받는 사교클럽'에 가보니 (0) | 2009.11.08 |
---|---|
쿠바 여행, 여행객에 집적대지만 그래도 안전한 관광국 (0) | 2009.11.08 |
쿠바 음악, 관광객들 발길 쿠바로 이끈 것은 '미국' 덕분? (0) | 2009.11.08 |
쿠바 아바나 광장, 카페에서 들은 라이브의 감동과 치자꽃 두 송이 (0) | 2009.11.08 |
쿠바 아바나 - 말레꼰, 왠지 생소하지 않은 기억 (0) | 2009.11.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