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음악
관광객들 발길 쿠바로 이끈 것은 '미국' 덕분?
류수한
▲ 쿠바의 음악 악단 편성은 단촐한 어쿠스틱 악기와 특유의 카리브해 리듬 악기 위주로 편성된다.
미국의 대(對) 쿠바 금수조치로 쿠바 경제가 나날이 더 어려워졌고, 주택·차량·생필품 등도 현대화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러한 금수조치 속에서 음악은 ‘전화위복(轉禍爲福)의 사례’라 할 수 있다.
음악도 경제와 마찬가지로 악기의 현대화 또는 첨단화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때문에 쿠바의 음악가들은 아직도 다소 ‘아날로그적인 어쿠스틱 악기’에 의존한다. ‘손’이나 ‘살사’ 같은 쿠바 음악의 주류를 이루는 악단들은 대부분 관악기 및 현악기 그리고 봉고, 마라카스 등 카리브해 특유의 리듬악기 위주로 편성되어 있다. 또 전자 악기 보다는 어쿠스틱 악기이고 컴퓨터 등을 사용하는 첨단 장비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비슷한 시기를 서구의 음악들이 나날이 발전하는 장비를 이용해 고급스러움과 세련됨을 추구했다면, 쿠바는 이러한 세련미나 고급스러움 대신 오래된 악기들로 쿠바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순수한 음악을 고수해 온 것이다. 덕분에 재탄생된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을 필두로 그동안 잊혀졌던 옛 쿠바 음악이 다시 각광받을 수 있었다. 세계 많은 이들이 쿠바 음악에 대한 동경심 내지는 신비감을 갖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이 신비감이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쿠바로 이끌고 있으니, 이를 미국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참 아이러니하다.
▲공연 모습
쿠바에서 태동한 손, 맘보, 차차차, 살사 등 이러한 음악들은 도대체 언제 때의 음악들인가? 살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1950년대 전후를 주름잡던 음악 장르들. 이미 미국이나 서구세계 아니 전세계의 음악시장에는 살사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거의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런데 이곳 쿠바에서는 여전히 이러한 음악들이 연주되고 불려진다. 물론 관광객들에게 보여지기 위한 연주일 수도 있으나, 이곳 쿠바인들만이 주로 가는 클럽 등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 사실 오래된 것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은 악기뿐만 아니다. 오래된 핀홀 카메라
하루가 다르게 전세계는 급변하고 있는데, 이곳 쿠바만이 시간이 흘러가지 않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쩌면 이러한 음악만이 아닌 것 같다. 오래되고 낡아 빠진 주택, 짙은 매연을 내 뿜으며 거리를 힘겹게 달려가는 올드카, 자전거 택시, 마차 그리고 우마차 등등... 그 중에서도 자기만의 확실한 색깔과 자부심이 강한 음악이 없다면 과연 쿠바에 뭐가 남을 것인가? 반세기를 넘게 쿠바인의 희로애락을 같이한 음악이 있기에 이러한 가난 그리고 낡은 주택과 자동차도 새삼 멋스러워 보이는 것은 아닐까?
▲ 거리의 마차도 아날로그적 교통 수단 아닌가?
오늘날 쿠바음악은 전세계적으로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젊은이들에겐 첨단 ‘컴퓨터 & 일렉트릭 음악’에 대한 식상함의 해소, 노년층에겐 잃어버린 옛 향수를 자극하는 음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실 오늘날의 쿠바 음악은 1960년대 쿠바 혁명 이후 명맥이 거의 끊어지거나 사장될 뻔한 상황을 미국의 라이쿠더와 dudrnr의 음악 제작자가 손을 잡고 발굴해 낸 게 계기가 되어서 다시 세계적으로 각광받게 된 것이다. 이를 가장 반미적인 오늘날의 쿠바 혁명 정부가 이용해서 관광객을 끌어들이니 이야말로 가장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까?
▲ 예술혼이 살아있는 쁘라도(Prado) 거리의 조각상
◆ 용어설명
- '손(SON)': 쿠바의 대표적인 음악. 쿠바의 아프리카계 이주민들의 특유의 리듬에 스페인계의 하모니가 접목된 형태로 초기에는 쿠바로 이주해온 흑인 노예들이 즐기는 음악이었지만 점차적으로 쿠바의 대중 음악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룸바, 살사 음악 등 오늘날의 대부분의 쿠바에서 탄생된 음악들은 다 ‘손’ 음악의 영향을 받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유명한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테마 곡인 '찬찬(Chan Chan)'도 바로 이 ‘손’에 속하는 음악이다.
<출처> 2009. 7. 20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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